'국회 제출한 자료라 영업비밀 아냐' 비상식적 주장"'생산공정 흐름도-생산라인 배치도' 등 경재업체 생산기술 유추 가능"법원 판결 취지 맞지 않는 왜곡 보도 통한 여론몰이 논란도
  • ▲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
    ▲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 대한 정부의 종합진단보고서가 논란에 휩싸였다. 법원이 '삼성전자의 경쟁력과 영업상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보고서 공개를 거부한 것을 놓고 야당과 일부 언론이 '국회에 제출됐기 때문에 영업비밀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보고서가 일부 언론에 공개돼 파문이 예상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행정2단독 김강대 판사는 최근 반올림 활동가 등 6명이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일부 인용한다고 판결했다. 

    원고 측은 2013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내 반도체 생산라인 불산 누출 사고와 관련해 화성과 기흥사업장에 대한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의 특별감독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안전보건진단 결과를 공개할 것을 청구했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검토를 거쳐 해당 요청이 '법인, 단체 또는 개인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에 해당해 정보공개법에 저촉된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하지만 원고 측은 처분을 취소해줄 것을 거듭 요구하면서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소송을 냈다.

    법원은 소송에서 보고서에 포함된 ▲생산공정 흐름도 ▲생산라인 배치도 ▲사용되는 물질의 종류와 투입량 ▲장비 및 시설의 종류와 개수 ▲작동방법 등이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생산하면서 쌓아온 지적자산에 해당해 공개되면 안된다고 최종 판결했다.

    김강대 판사는 "해당 정보는 삼성전자가 대외비로 분류하거나 오랜 기간 연구를 통해 최적화한 정보"라며 "비록 파편적이고 단편적인 내용이지만 경쟁업체들이 충분히 정보를 종합해 여러 정보를 유추할 수 있다"고 비공개 이유를 설명했다.

    야당은 법원의 판결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미 지난해 국정감사때 제출된 내용이라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해당 보고서를 제출받은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고서 일부를 언론에 공개하는 등 법과 절차를 무시하는 행동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당사자인 삼성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해당 자료들이 영업비밀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에 제출한 것이 아니라, 영업비밀임에도 불구하고 자료를 제출한 것이라며 언론에 공개된 것에 강한 유감을 드러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회는 대의기관이자 헌법기관으로 자료를 요구할 권한이 있어 자료를 제출했다"며 "삼성전자는 정보를 투명하고 성실하게 제출하고 있으며, 해당 정보들이 영업비밀이 아니기 때문이 아니라 제출받은 기관이 삼성의 지적 자산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보고서를 열람한 특정 언론이 법원의 판결 취지와 맞지 않는 왜곡된 보도를 통해 여론을 몰아가면서 또다른 논란이 예상된다는 사실이다.

    한겨레신문은 지난 22일 '법원 삼성반도체 보고서 영업비밀 판결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고용부가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법원은 비공개 결정을 내린 셈이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특히 고용부가 강 의원에 제출한 보고서를 직접 열람한 것처럼 묘사하면서 "경영·영업상 비밀로 판단한 정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삼성전자의 안전보건상 잘못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는 법원이 극히 일부의 비밀을 근거로 삼성에 부정적인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비공개 처리하는 등 특혜를 제공한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강 의원이 언론에 보고서를 공개한 게 사실이라면 '공무원은 재직 중은 물론 퇴직 후에도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엄수하여야 한다'고 규정된 '국가공무원법' 제60조를 위반한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해당 보고서가 국정감사때 제출된 점을 감안할 때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14조에 명시된 '①감사 또는 조사를 할 때에는 그 대상기관의 기능과 활동이 현저히 저해되거나 기밀이 누설되지 아니하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②의원 및 사무보조자는 감사 또는 조사를 통하여 알게 된 비밀을 정당한 사유없이 누설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규정도 어기게 되는 셈이라 지적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글로벌 1위 반도체업체로 수 많은 경쟁사들이 생산 노하우와 지적자산에 관심을 갖고 있다. 반도체 기술 유출문제가 잊을만하면 터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라면서 "업계 전문가라면 파편적인 내용만 봐도 충분히 영업비밀을 알 수 있다.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이 해당 자료가 영업비밀인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