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랜드워커힐서울 딸기 뷔페 '베리베리 스트로베리'. ⓒ연합뉴스
    ▲ 그랜드워커힐서울 딸기 뷔페 '베리베리 스트로베리'. ⓒ연합뉴스


    불황으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됐지만, 값비싼 고급 디저트 등은 오히려 잘 팔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적 제약 때문에 큰 사치는 누리지 못하더라도 과하게 비싸지 않은 물건에는 자기만족을 위해 돈을 쓰는 일종의 불황형 소비 행태인 '작은 사치' 트렌드 때문으로 풀이된다.

    23일 호텔·유통업계에 따르면 그랜드워커힐 서울, JW메리어트호텔 서울,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등 서울시내 주요 특급호텔들이 '딸기 디저트 뷔페'를 운영하고 있다.

    딸기를 재료로 사용한 수십 가지 고급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뷔페로 성인 1인당 가격이 4만~6만원에 달한다. 딸기케이크처럼 기본적인 디저트부터 딸기 초밥, 딸기 떡볶이 등 딸기를 이용한 이색적인 메뉴까지 다양한 음식이 제공되지만, 디저트 메뉴 가격으로는 아주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부터 5월 초까지 금·토·일 딸기 뷔페 '베리베리 스트로베리(Very Berry Strawberry)'를 운영하는 그랜드워커힐은 성인 1인당 가격이 6만3000원으로 다른 곳보다 더 비싼 편이지만, 매주 100% 예약이 가득 차는 것은 물론, 대기예약까지 받을 정도다.

    주 고객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소비하면서 맛을 즐기려는 20~30대 여성과 연인들이다.

    그랜드워커힐 관계자는 "올해로 딸기 뷔페를 운영한 지 10주년째로 매년 방문객이 30%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손님들이 SNS에 예쁜 딸기 디저트 사진을 올리면서 딸기 뷔페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JW메리어트호텔 서울도 딸기 뷔페 운영 첫 해인 2013년 1200명이 찾은 이후 △2014년 3700명 △2015년 6000명 △2016년 6800명 등 매년 큰 폭으로 손님이 늘어났다.

    적은 비용으로 특급호텔 분위기를 느끼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호텔들은 또 적극적으로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

    더플라자호텔은 'P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디퓨저(방향제) 상품을 출시했다. 이 호텔을 방문하면 맡을 수 있는 유칼립투스향 디퓨저로, 100㎖짜리가 4만원에 팔린다.

    더플라자호텔 측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특급호텔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어 하는 손님들을 위해 호텔의 향과 같은 디퓨저를 내놓았다"고 소개했다.

    또 롯데호텔과 웨스틴조선호텔은 침구류를, 웨스틴조선호텔과 워커힐호텔은 각각 호텔 김치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9월 150여년 전통의 프랑스 유명 마카롱 브랜드 '라뒤레'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디저트 카페 '라뒤레 살롱 드 떼'를 열었다. 파리 샹젤리제에 있는 유명 마카롱 가게인 '라뒤레'가 국내에서 마카롱, 마들렌, 프렌치토스트 같은 디저트와 커피, 핫초콜릿, 칵테일 등 음료를 판매하며 오믈렛, 클럽 샌드위치 같은 브런치 메뉴를 선보인 것이다.

    마카롱 1개 가격은 4500원, 오믈렛은 1만9000원, 차는 1만3000~1만4000원, 커피는 7000~1만원 등으로 마카롱과 차 한 잔만 주문해도 웬만한 식사가격보다 높다.

    그렇지만 프랑스 본사에서 공수해 온 도자기와 식기를 쓰고 흰 대리석과 청동 샹들리에 등을 이용해 우아한 프랑스 여성의 방 같은 느낌으로 꾸민 이 카페는 지난해 문을 연 뒤 언제나 손님들로 붐빈다. 하루 평균 방문객 수가 평일에는 100여명, 주말에는 150여명으로 1주일 평균 800여명이 찾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여성 고객이 80% 이상 된다"며 "데이트를 하거나 SNS 사진을 촬영하며 분위기를 즐기다 간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향을 반영하듯 불황으로 백화점 매출은 부진하지만, 백화점 내 '작은 사치' 품목 매출은 급증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디저트 판매는 2014년 전년대비 22.7%, 2015년 23.2%, 2016년 24.5% 각각 증가하면서 매년 20%대 성장률을 이어갔다. 이 기간 현대백화점 전체 매출증가율이 연간 0~1%대에 머문 것과 비교된다.

    디저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현대백화점은 미국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를 통해 명성을 얻은 컵케이크 전문점 '매그놀리아'를 2015년 처음으로 판교점에 입점 시킨 데 이어 무역센터점, 압구정본점 등 세 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바나나 푸딩, 벨벳 케이크 등 컵케이크가 한 개 4000~6000원으로 비싸지만, 매그놀리아 판교점 매출이 월 3억원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밖에 문구업체 모나미는 육각 모양 자루로 유명한 모나미 153볼펜을 진짜 금으로 도금한 프리미엄 볼펜 '153골드'를 지난달 출시해 관심을 끌었다. 153볼펜이 300원인 반면 '153골드'는 5만원으로, 166배에 달하는 가격이지만 '작은 사치'를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비싼 명품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디저트 등을 통해 소비자들이 심리적 만족감을 얻고 SNS에서 주목받고자 하는 욕구 등이 작용하면서 '작은 사치' 품목 매출이 올라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