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종시 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연합뉴스
    ▲ 세종시 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연합뉴스


    근로시간 단축 정책을 수립하려면 사업장 규모만이 아니라 산업별 업종 특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장기간 근로가 일반적인 부동산·임대업, 숙박·음식 등과 근로시간이 비교적 짧은 교육·금융 등을 같은 잣대로 평가하면 근로시간 단축의 취지가 제대로 살아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23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근로시간 단축의 산업별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국회가 추진 중인 근로기준법 개정안 입법안대로 근로시간이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되면 부동산·임대업은 월 평균 29.7시간의 초과근로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숙박·음식과 광업 분야의 예상 초과 근로시간은 각각 월 20.9시간으로 많았고, 도소매 분야도 15.6시간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교육서비스, 금융·보험, 전기·가스 사업 등에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영향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광호 한경연 노동TF 부연구위원은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주로 영세 자영업자들이 근로자를 고용해 소규모로 사업을 영위하는 부동산·임대업, 숙박업·음식점업에서 사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산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근로시간 단축의 본래 취지와 다른 결과가 초래돼 반쪽짜리 정책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근로시간 단축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현재 논의 중인 개선안은 사업장 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실시하려 한다는 점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또 부족한 근로시간이 모두 고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정치권의 가정도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광호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경직된 편이라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당장은 추가 고용을 하기보다는 생산량 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단순인력을 기계로 대체해 일자리 창출효과가 생각보다 작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현행 근로시간 단축안에 담긴 적용 유예기간도 선진국보다 지나치게 짧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1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이려고 노력했는데, 이번 단축안은 유예기간을 2년(300인 이상 기업) 또는 4년(300인 이하 기업)으로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