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1억 계약 후 최소 640억+∝ 손실기술력 검증해 장기적으론 더 유리
  • ▲ 모습 드러낸 상처 투성이의 세월호.ⓒ연합뉴스
    ▲ 모습 드러낸 상처 투성이의 세월호.ⓒ연합뉴스

    세월호 인양이 임박한 가운데 최대 수혜자는 인양업체인 중국 상하이샐비지(이하 상하이)가 될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은 엄청난 금액의 손실을 감수하고 세계 최초 선박 통째 인양이라는 상처뿐인 영광만을 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번 세월호 인양을 통해 기술력을 인정받아 유럽업체 위주의 인양시장에서 파란을 일으키며 위상이 높아질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인양 지연으로 계약 기간을 2차례나 연기한 상황에서 작업 단계별로 계약금을 주기로 한 해양수산부의 계약도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해수부와 조달청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15년 7월15일 세월호 선체 인양업체로 상하이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상하이는 중국 국영기업으로 잠수부 등 1400여명의 구난 분야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상하이는 당시 세월호 인양비용으로 851억원을 써냈다.

    정부와 상하이는 지난해 11월 수정계약을 맺으면서 미수습자 유실 방지를 위한 3m 높이 사각펜스 설치비용 60억원과 기상 등의 문제로 작업을 중단한 데 따른 보상금 5억원을 정부가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총 계약금액은 916억원으로 늘어났다.

    문제는 기상 여건 등으로 지난해 세월호 선수(이물) 들기가 수차례 연기되고 작업 여건이 열악한 겨울철을 맞으면서 상하이가 지난해 7월 이후 사실상 손실을 보는 구조가 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현재 상하이가 선단을 자부담으로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은 하루 2억7000만원쯤으로 알려졌다. 한 달이면 80억원 규모다.

    1차 계약 기간 만료 이후 현재까지 손실 규모를 추산하면 세월호를 육상에 거치하고 잔금을 다 받아도 640억원쯤 손실을 보게 될 전망이다. 특히 인양장비를 잭킹바지선과 반잠수식 운반선 조합으로 바꾸면서 장비 임차료만 하루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에 달할 거라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상하이가 안전장치로 자체 보험을 어떻게 들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한 마디로 헛장사를 한 셈이다.

    그러나 세월호 인양은 상하이로선 도전이자 성공하면 든든한 미래 자산이 될 거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세계적으로 맹골수도처럼 조류가 빠른 해역에서 세월호(6825톤) 규모의 여객선을 수중에서 통째로 인양한 사례는 없다. 상하이가 세월호 인양에 성공하면 기업 신뢰도나 이미지가 상승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한 인양업계 관계자는 "애초 상하이가 입찰에 참여했을 때는 상황을 쉽게 본 듯하다. 이후 인양 설계와 작업이 지연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아마 851억원에 계약한 것을 후회했을 것"이라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부터는 사실상 세계 최초 선박 통째 인양이라는 목표에 집중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하이의 세월호 인양 성공은 현재 유럽업체를 중심으로 형성된 세계 인양시장에서 중국업체의 기술력을 입증하는 계기가 될 거라는 계산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다른 인양업계 관계자는 "세월호는 정부에서 인양을 주도하면서 공개입찰을 한 사례다. 다른 선사는 기술력이 검증된 인양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는 게 일반적이다"며 "세월호 인양 성공은 앞으로 상하이나 중국업체가 세계 인양시장에서 더 많은 계약을 따낼 수 있는 흥행 보증수표와도 같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각에서는 상하이가 국영기업임을 들어 떠안는 손실의 충격파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거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중국 정부에서 지급보증 등의 방식을 통해 상하이의 자금조달 부담을 덜어줬을 거라는 얘기다.
    인양업계 관계자는 "상하이가 아니라 일반 민간인양업체였다면 작업 지연에 따른 손실로 말미암아 벌써 손 털고 가버렸을 수 있다"고 말했다.

  • ▲ 해수부.ⓒ연합뉴스
    ▲ 해수부.ⓒ연합뉴스

    해수부의 계약방식도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수부와 상하이는 지금까지 계약 기간 연장과 장비 변경 등으로 총 4차례 계약을 수정했다. 인양 기간은 애초 지난해 7월 말에서 11월 말, 다시 올해 6월 말로 3차례 변경됐다.

    하지만 이 기간 상하이가 받아간 계약금액은 491억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여기에는 상하이의 자금난에 숨통을 터주고자 정부가 계약 예규에 따라 선급금으로 내준 228억원이 포함됐다. 정부가 상하이 사정을 봐준 것이다.

    엄밀히 따지면 상하이가 그동안 실제 받아간 돈은 지난해 11월 사각펜스 설치비용 50억원과 작업중단 보상금 5억원을 포함해 총 263억원이다. 나머지는 상하이가 자부담으로 선단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해수부와 상하이가 세월호 인양계약을 맺을 때 총 3단계로 나눠 돈을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상하이는 1단계로 세월호 내 잔존유 제거와 유실 방지망 설치 완료 시기에 맞춰 전체 계약금액 851억원의 25%인 213억원을 받기로 했다. 상하이는 2015년 12월 말께 이 작업을 마치고 돈을 받았다.

    2단계는 세월호를 수중에서 인양해 선체 거치장소인 목포신항 철재부두로 옮기는 과정이다. 상하이는 2단계를 마치면 전체 계약금액의 55%인 468억원을 받는다. 1단계 수령액을 제외하면 255억원을 추가로 받는 셈이다.

    3단계는 세월호를 육상에 거치한 후 관련 종합보고서를 제출하는 시기다.

    현재 상하이는 지난 22일부터 본인양에 나서 아직 2단계를 채 완료하지 못했다. 하루 임차료만 수십 억원에 달하는 인양장비도 자부담하는 실정이다. 해당 장비가 중국에서 가져온 것이기는 하나 다른 곳에 빌려줬다면 그대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해수부 한 관계자는 "지금 생각해보면 계약 당시 돈을 단계별로 나눠주기로 했던 게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