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이마트 입장 이해하지만 시점 좋지 않아 보류 요청했다"
  • ▲ 대형마트에 진열된 닭. ⓒ 연합뉴스DB
    ▲ 대형마트에 진열된 닭. ⓒ 연합뉴스DB

    대형마트 업계 1위 이마트가 40여일 만에 닭고깃값을 올렸다가 정부의 '인상 자제' 요청을 받고 하루만에 가격을 원상복귀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일주일 전에도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BBQ가 가격을 올리려하자 세무조사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BBQ를 강하게 압박, 인상 계획을 저지해 행정권 남용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24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이마트 등에 따르면 이마트는 23일부터 전국 147개 전 점포에서 판매하는 백숙용 생닭(1㎏) 가격을 15%가량 올렸으나 하루만인 24일부터 이를 다시 원래 가격으로 환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5180원에서 5980원으로 800원 올랐던 백숙용 생닭 가격은 이날부터 다시 5180원으로 내려간다.

이마트 관계자는 "최근 육계 시세를 반영해 40여일 만에 닭고깃값을 올렸으나 업계 1위가 가격을 인상하면 동업계의 가격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가 인상 자제를 협조요청해와 내부 논의 끝에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마트가 닭고깃값 인상 자제를 요청해왔다는 정부 기관은 취재 결과 농림축산식품부인 것으로 확인됐다.

농식품부 축산업무 담당자는 이마트 축산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입장은 이해하지만 시점이 별로 좋지 않으니 가격 인상을 자제했으면 좋겠다"며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우리가 민간기업의 가격조정권을 통제할 권한은 전혀 없다"면서도 "다만 AI와 브라질산 닭고기 파문 영향 등으로 소비자들이 닭고기를 멀리하고 있어 시점이 별로 좋지 않아 인상을 보류해달라고 협조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근 육계 산지 가격도 떨어지고 있는데 가격 인상이 뜬금없지 않느냐, 내부적으로 다시 한번 고민을 해달라고 부탁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규제 권한을 가진 주무부처가 민간업체에 '부탁'을 할 경우 이를 단순한 부탁이 아닌 압력으로 느낄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에서 농식품부의 처신이 적절했는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앞서 농식품부는 BBQ가 가격 인상 방침을 밝히자 치킨 프랜차이즈 등의 유통업계가 AI로 혼란스러운 틈을 타 가격을 인상할 경우 국세청 세무조사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의뢰도 불사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BBQ는 결국 세무조사 가능성까지 언급한 농식품부의 서슬퍼런 압박에 '백기'를 들고 가격 인상 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세무조사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민간기업의 가격 조정권에 개입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행정권 남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