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부회장, 글로벌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점검에 분주현대차그룹, 미래차 책임질 새 두뇌 '전략기술연구소' 설립4월 현대차-현대캐피탈, 전기차 카셰어링 '시작'
  • ▲ 현대자동차그룹 양재 사옥.ⓒ뉴데일리
    ▲ 현대자동차그룹 양재 사옥.ⓒ뉴데일리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격변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완성차업체들은 향후 3~5년 내에 더 친환경적이고 자율주행에 가까운 신차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전자·통신 분야도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어 커넥티드카 관련 기술 역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도 자동차를 이동수단을 넘어 삶의 허브로 만들겠다며 트랜드 세터로서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특히 현대·기아차의 미래 먹거리 개발의 키를 잡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가 가져올 자동차 공유경제 시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부회장은 올해 들어 미국, 유럽, 러시아 등을 오가며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점검하고 업계와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무엇보다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가 가져올 공유경제 시대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향후 비전을 수립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1월 열린 CES에서 미래의 초연결 사회에서 허브 역할을 하게 될 커넥티드카에 대한 비전인 'Connected Mobility(연결된 이동성)'에 대해 발표했다.


    당시 정의선 부회장은 "우리는 지금 기술 융합과 초연결성으로 구현될 새로운 시대의 출발점에 서 있다"며 "현대자동차는 친환경적이고, 주변의 모든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우며, 초연결성을 지닌 미래 모빌리티 개발에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미 지난해 자동차가 무한대로 고도화된 정보의 허브(Hub)가 되고, 정보를 집적·분석·활용함으로써 모든 생활의 중심이 되는 '카 투 라이프(Car to Life)' 시대를 주도적으로 열겠다는 개발 청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지난해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는 '프로젝트 아이오닉'을 공개하며, "자동차의 혁신을 뛰어넘어 새로운 시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친환경 전용모델을 잇따라 출시했고, 고급 차량에만 적용했던 첨단 운전 보조 시스템을 보급화하며 국내 자동차 시장을 견인했다.


    또 자동차와 자동차·집·사무실·도시 등의 인프라와 결합한 '초연결 지능형 자동차' 개발을 위해 세계적 네트워크 장비 업체인 '시스코'와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외 스타트업 기업들과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의 협업도 진행 중이다.

  •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이 지난 1월 열린 CES 2017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현대자동차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이 지난 1월 열린 CES 2017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현대자동차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 1월 말 개최된 다보스 포럼에서도 자동차 분과위원회 주요 세션에 참석해 올해 주제인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미래운송 수단에 대한 전망과 분석을 공유했다. 이어 글로벌 완성차 업체 CEO, 자동차 분야 석학들과 만나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정보를 교류했다.


    이달 초에는 스위스에서 열린 제네바모터쇼에 참석해 글로벌 자동차 업계 동향을 살피기도 했다.

     

    이처럼 정의선 부회장이 연초부터 광폭 행보에 나선 것은 자동차 업계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어서다. 특히 공유경제 부문에서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은 서둘러 시범 서비스를 내놓으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모이아'라는 별도 회사를 설립하고 카셰어링 업계에 진출을 선언했다. 모이아는 독일 베를린에 본사를 두고 볼프스버그에 위치한 폭스바겐 그룹과 협업하기로 했다. 초기 직원은 50명이지만 내년에 2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사업 추진에 앞서 지난 5월 택시 예약 앱 회사 '게트(Gett)'에 3억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자동차 공유경제 시대가 본격화될 것을 예측하고, 유럽 내 입지를 다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도 마찬가지다.


    메르세데스벤츠 브랜드를 보유한 다임러그룹은 2008년부터 차량공유 서비스 '카투고(Car2Go)'를 선보인 바 있다.

     

    BMW도 카셰어링 서비스인 '리치 나우'와 '드라이브 나우'를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뮌헨에서 자율주행차 기반의 차량호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GM의 경우 지난 1월 '우버'의 라이벌로 회사인 '리프트(Lyft)'에 5억 달러를 투자, 카셰어링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포드는 미국 팔로알토의 자사 연구소에서 2021년까지 무인자동차를 대량 생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초기 무인 자동차는 카셰어링과 라이드 헤일링 등 자동차 공유 서비스 전용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카셰어링은 공유경제의 대표적인 모델이다. 사용자가 차량 유지 비용이나 보험료 등에 대한 부담 없이 차를 사지 않아도 필요할 때만 쓸 수 있어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차량 공유 서비스를 준비하는 것은 이미 우버와 같은 기업이 주목받고 있고, 자율주행과 커넥티드 기술 발전이 급속화하면서 차량 공유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자동차 제조사는 자칫 단순 생산 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 이에 자동차 제조사는 차량 판매와 공유 서비스를 함께 선보여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도 밀리지 않기 위해 신경쓰는 모양새다.

  • ▲ 현대차가 지난 3월 6일 광주에서 친환경 수소 및 전기차 카셰어링 시범사업 발대식을 열었다.ⓒ현대자동차
    ▲ 현대차가 지난 3월 6일 광주에서 친환경 수소 및 전기차 카셰어링 시범사업 발대식을 열었다.ⓒ현대자동차


    실제로 카셰어링 사업규모는 매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성장한 중국의 경우 2016년 3만대에 불과했던 사업규모가 2020년 17만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컨설팅업체 PwC의 자회사 Strategy&은 중국이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대도시의 차량 등록제한 정책을 펼치고 있고, 인구대비 낮은 차량보유율과 경제적 이점으로 카셰어링 사업은 연평균 50%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현재 중국 내 카셰어링용 차량 중 95%가 친환경차이며 이 중 77%를 자동차 업체가 지원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국내 카셰어링 시장 역시 급성장 중이다.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카셰어링 시장 규모는 회사별 매출액 기준 2011년 110대에서 지난해 1만3000대 규모로 성장했다.


    이에 현대·기아차도 국내외에서 카셰어링 시범사업을 추진, 공유경제 시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현대차그룹은 광주에서 국내 최초 수소전기차 카셰어링 시범사업을 돌입했다.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보육기업인 제이카는 수소전기차(현대차 투싼ix) 15대와 전기차(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기아차 쏘울 EV) 27대를 투입해 이달 말부터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제이카는 2020년까지 카셰어링 서비스 규모를 300대까지 확대해 친환경자동차를 통한 공유경제 활성화에 앞장선다는 방침이다.


    오는 4월부터는 현대캐피탈과 함께 전기차 중심 카셰어링 서비스도 진행한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캐피탈이 선보일 카셰어링 서비스는 고객 편의를 극대화한 것이 가장 특징이다.


    양사는 원하는 차량을 필요한 시간만큼만 사용하는 기존의 카셰어링 서비스에 더해, 차량 인도 및 반납 장소를 고객이 원하는 곳으로 지정할 수 있는 '온디맨드(on-demand)형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 기존 카셰어링 서비스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차내 청결 관리 수준을 개선하고, 최근 문제가 된 카셰어링 서비스 이용 시 운전자 면허 도용 문제도 차단할 수 있도록 안전 관리 시스템을 강화했다.


    대상 차종도 아이오닉 일렉트릭 같은 전기차를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고객이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블루멤버스 멤버십을 통해 포인트를 적립해 주고, 적립되는 포인트는 추후 현대자동차 구매 시 현금처럼 사용할수 있도록 하는 추가 혜택도 제공할 방침이다.


    현대차 고객가치담당 장재훈 전무는 "현대차가 현대캐피탈과 함께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카셰어링 서비스에 본격 진출함으로써 전기차 등 친환경차 시장의 저변 확대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카셰어링과 연계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해 나가겠다"라고 전했다


    기아차 역시 지난해 현대건설과 함께 국내 완성차 업계 최초로 아파트 단지에 카쉐어링 서비스를 도입하는 '기아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를 공개했다.

     

    향후 기아차는 힐스테이트 호매실 아파트에 입주민 전용 카쉐어링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차종은 쏘울 전기차, 카니발, 니로 하이브리드 등이다. 양사는 향후 현대건설의 신규 아파트 단지들로도 해당 서비스를 확대 제공할 수 있도록 협력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기아차는 지난 1월 자동차 업계 최초로 차량관리과 이동수단 제공 서비스를 결합한 '기아 무버'를 론칭했다.


    기아무버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한 모빌리티 서비스로 차량 정비, 세차, 카셰어링을 한번에 누릴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기아 무버 이용 고객은 KTX광명역에서 차량을 맡기고 기차로 부산에 도착해 연계된 '출장 카셰어링' 업체로부터 차량을 제공받아 현지 일정을 소화할 수 있다. 이후 차량을 반납하고 광명역으로 돌아오면 복귀, 차량 관리, 세차가 완료된 본인 차량을 찾아 귀가할 수 있다.

  • ▲ 현대차 연구진이 커넥티드카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현대자동차
    ▲ 현대차 연구진이 커넥티드카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현대자동차


    정의선 부회장은 공유경제 사업 모델 발굴 등 미래 자동차 시장의 트랜드세터로 현대·기아차가 발돋움하기 위해 전략기술연구소도 새로 설립했다.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와 별도 조직으로 향후 수백명 단위의 핵심 연구소로 육성될 전망이다.


    이곳에서는 미래 사회와 기술 흐름 연구에 기반을 둔 신사업 구상·진행·기술개발 전략 조직과 신소재·에너지·바이오 헬스·로보틱스 등 혁신 기술을 개발을 진행한다. 조직원은 기술 기획 전략가·선행기술 엔지니어·사업화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전문 기업체나 대학, 연구소들과 협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