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태 행장, 회장 만류에도 연임 도전김임권 회장, 정부 상대 거부권 시사
  • ▲ 이원태 수협은행장과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연합뉴스 뉴데일리DB
    ▲ 이원태 수협은행장과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연합뉴스 뉴데일리DB

    신경(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로 환골탈태에 나선 수협이 Sh수협은행장 인선을 앞두고 복마전 양상을 보인다. 낙하산 논란에 몸을 낮췄던 이원태 은행장이 돌연 연임 의사를 밝히더니 김임권 중앙회 회장은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며 정부에 으름장을 놓는 모양새다.

    관료 출신 외부 낙하산과 회장 측근의 내부 낙하산이 독립한 수협은행 수장 자리를 놓고 충돌하면서 은행장 공백 사태라는 파행마저 우려된다.

    ◇자세 낮추던 이 행장, 김 회장 독대 이후 연임 도전

    30일 수협 내부 사정에 밝은 소식통에 따르면 은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가 은행장 재공모 지원자 11명 전원을 면접대상자 목록에 올렸다. 재공모에는 제1차 공모 지원자 4명과 신규 지원자 7명이 참여했다.

    행추위가 제1차 공모에 이어 이번에도 적격심사 과정에서 단 한 명의 지원자도 탈락시키지 않자 일각에서는 행추위가 들러리 전략을 구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낙하산을 위해 특정 인사를 염두에 두고 지원자들을 병풍처럼 세워 외부 시선을 분산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지원자 수가 제1차 공모 때보다 3배 가까이 늘었지만, 수협은행 안팎에서는 관료 출신 이 행장의 연임과 김 회장 측근인 강명석 수협은행 상임감사의 재수 성공 여부가 관전포인트라는 데 큰 이견이 없다.

    우선 관심을 끄는 것은 이 행장의 갑작스러운 연임 도전이다. 이 행장은 제1차 공모 때 지원서를 내지 않았다.

    낙하산 논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자 운신의 폭을 좁힌 것으로 해석됐다. 신경분리로 독립한 수협은행에 더는 낙하산은 안 된다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이 행장은 기획재정부와 예금보험공사 출신의 관료 낙하산이다.

    김 회장이 그동안 관리형 은행장보다 경쟁력을 갖춘 전문경영인을 원한다고 밝혔던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거라는 분석이다.

    상황은 행추위 내 정부 측 추천 위원이 후보를 단일화한 내부출신 강 감사를 지지하지 않아 재공모에 들어가면서 바뀌었다. 행추위 내에서 절충이 이뤄지지 않으면 의사결정 구조상 행장 인선이 공전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제3의 카드로 이 행장 연임설이 급부상했다.

    수협은행 내규에는 행추위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은행장 후보를 뽑게 돼 있다. 4명 이상의 지지가 있어야 하는 구조다. 행추위는 정부 측 추천위원 3명과 수협 추천위원 2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됐다. 사실상 만장일치제나 다름없다.

    이 행장은 재공모 접수 마지막 날인 지난 24일 지원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행장 연임설은 첫 공모 때부터 제기됐던 시나리오다. 낙하산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이 행장이 돌연 태도를 바꾼 이유로는 빈약하다.

    확인된 바로는 이 행장은 지원서를 접수하기 전 김 회장을 만났다.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 한 발 더 나가 김 회장의 의중을 물었다.

    김 회장은 기존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대놓고 연임을 반대한 셈이다.

    그런데도 이 행장은 막판에 응모를 강행했다. 정부 측으로부터 모종의 언질을 받았을 거라는 의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 행장이 연임에 도전한 만큼 정부 측 추천 위원들이 제 식구 챙기기에 나설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번 공모에서 관료 출신은 이 행장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장 지원 이후 수협은행 내부에서는 이 행장을 띄우려는 듯한 조직적인 움직임이 감지됐다.

    수협은행 홍보실은 지난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은행 당기순이익이 4년 연속 증가세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 27일 열렸던 결산 총회 결과를 면접대상자를 선별하는 29일 내놓은 것이다. 보도자료에는 이 행장 취임 후 재무지표가 4년 연속 증가했다는 내용이 강조됐다.

    전국금융노동조합 수협중앙회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수협은행장 후보 면접을 앞두고 이 행장의 업적을 포장하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며 "사업구조개편에 공로가 있는 것처럼 보도자료에 슬그머니 이름을 끼워넣고 은행 수익증가가 개인의 역량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고 유임 철회를 요구했다.

    ◇김 회장 거부권 발언, 사실상 정부 상대 선전포고 성격

    수협은행장 선출이 복마전으로 변질되는 데는 김 회장도 한몫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외부 낙하산을 반대하면서 김 회장 측근을 낙하산시키는 것에는 관대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김 회장이 행추위가 소위 입맛에 맞지 않는 후보자를 추천하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히면서 수협은행 파행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은행장 인선 과정을 보면 행추위가 최종 후보를 선출하면 수협은행이 주주총회를 열어 후보자를 승인하게 된다.

    문제는 수협중앙회가 수협은행의 단일주주라는 점이다. 수협 내규에는 수협은행장을 인선할 때 이사회 승인을 받게 돼 있다.

    수협 이사회는 중앙회장과 지도경제사업대표이사를 포함해 이사 대부분이 회원 조합장이다. 김 회장의 거부권 행사가 엄포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사회를 장악한 김 회장이 추천 후보 승인을 반대하면 제3차 공모가 불가피하다. 공모 기간을 고려할 때 최악에는 은행장 공백 사태를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협 안팎에서는 김 회장의 거부권 발언을 사실상 정부에 대한 선전포고로 받아들이는 견해가 많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수협이 어민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려면 어민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러려면 수협은행이 경쟁력을 갖춰 많은 수익을 내야 한다. 공적자금도 갚아야 한다. 수협의 비전을 이해하면서 실력을 갖춘 전문경영인이 필요한 이유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회장이 과욕을 부린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측 한 고위관료는 "김 회장이 욕심이 많은 것 같다"며 "어쨌든 1조1581억원의 공적자금을 수혈했으므로 자금의 상환이나 수협은행의 경영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게 당연한 거다. 그러려면 실질적으로 은행장이나 감사에는 외부 인사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강 감사는 김 회장의 뜻에 따라 그 자리에 앉았다"며 "감사에 이어 행장 자리도 수협 내부 특히 김 회장 측근으로 기용하겠다는 의중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는 "회장이 연임되지 않으므로 김 회장은 2년 뒤 떠날 사람이지만, 은행장은 4년 임기다"며 "인선이 잘못되면 김 회장이 물러난 뒤 어떻게 책임을 질지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