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 규제로 자본금 확충 걸림돌…법안 통과시 내년 초 증자예금금리 높이고 대출금리 낮춰 고객 확보
  • ▲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이 3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최초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 서비스 출범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이 3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최초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 서비스 출범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케이뱅크는 평일과 주말, 밤낮 구분 없이 고객이 필요한 시간에 은행이 직접 찾아가는 금융 서비스로 금융권에 새로운 룰(rule)을 제시하겠다"

    25년만의 새로운 은행 탄생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인터넷전문은행 1호 케이뱅크가 문을 열었다.

    은산분리 규제에 발목이 잡혀 해결 과제는 산적해있지만 편리함과 매력적인 금리 조건을 무기삼아 금융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은 4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 드림홀에서 열린 오픈 행사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으로 은행업에 새로운 기준을 세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심 은행장은 "영업점과 대규모 인력 없이 운영되는 인터넷 전문은행을 통해 고객에게 1금융권 최고 금리 수준을 제공할 것"이라며 "통신과 결제 정보를 결합한 빅데이터 기반 신용정보로 금융시장에서 소외된 사회초년생과 경력 단절자에게 많은 혜택을 돌려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위해 앞장섰던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이날 행사장에 직접 참석해 케이뱅크 출범에 대한 소견을 밝혔다. 

    그는 이미 기존 은행들이 모바일 플랫폼 구축 및 생체인증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금융권 경쟁이 뜨겁게 달아 오른 만큼, 케이뱅크 오픈을 기점으로 이제는 경쟁을 넘어 혁신의 길로 진입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터넷 전문은행 출현으로 벤처와 IT등 핀테크 관련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하드웨어 구축 및 연구개발을 통해 장기적으로 총 2000억원의 투자가 예상되는 만큼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할 수 있길 언급했다.

    임종룡 위원장은 "케이뱅크는 기존 금융회사와의 차별화를 위해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판을 바꾸는 새로운 은행으로 거듭나야한다"며 "어렵게 태어난 옥동자인 인터넷 전문은행이 내딛는 한 걸음으로 금융산업을 바꿀 수 있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 ▲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심성훈 케이뱅크은행장, 주요 주주들과 국회의원들이 K케이뱅크 서비스 출범 기념 행사에 참여했다. ⓒ 연합뉴스
    ▲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심성훈 케이뱅크은행장, 주요 주주들과 국회의원들이 K케이뱅크 서비스 출범 기념 행사에 참여했다. ⓒ 연합뉴스

    이날 자정 오픈한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1호점 케이뱅크는 기존 금융과의 차별화로 '상식'이라는 키워드를 꺼내들었다.

    100년 묵은 금융의 틀을 바꾸기 위해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대신 고객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쉬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케이뱅크가 출시한 서비스와 상품들을 살펴보면 단순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단, 물리적인 은행 지점을 없애고 통신이 가능한 모든 곳에서 스마트폰만으로 24시간 계좌 개설, 대출 서비스를 가능하게 했다.

    대신 현금 인출 서비스가 필요할 때는 전국에 지점 1만개를 보유한 GS편의점 ATM기를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돈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실물 보안카드나 OTP 대신 스마트폰 내에서 생성되는 OTP시스템을 구현했고, 복잡한 서류 준비로 절차가 까다로운 신용대출 서비스는 지문인증만으로 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구축했다.

    안효조 케이벵크 본부장은 "은행을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모습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새로운 은행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 고민하다보니 결국 상식적인 금융서비스 제공에 포커스를 맞추게 됐다"며 "고객의 부담과 고정관념을 없애는데 주력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만큼 최대한 수신 상품 가입 고객을 늘리는데 주력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KT컨소시엄에서 KT가 대주주로 올라선다는 가정하에 여신과 수신 취급액으로 각각 4000억원, 5000억원을 설정해뒀지만 은산분리 규제로 유상증자를 단행할 수 없어서다.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은 "21개 주주사가 현재 투자한 비율만큼 증자에 참여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도 있지만 주주사마다 사정이 달라 쉽지 않다"며 "고객에게 받은 수신으로 여신을 운용하고 연말 법안이 통과되면 내년 초 증자에 돌입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케이뱅크가 내놓은 수신상품 듀얼K는 1.2%의 정기예금 금리를 주면서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지니 뮤직 이용권을 이자로 제공한다.

    코드K정기예금의 경우 제휴를 맺은 KT와 GS25, 네이버, 티몬에서 제공하는 마케팅 코드를 입력하면 2%의 우대금리를 지원한다.

    스마트폰 이용률이 높은 20~30대 고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금융서비스로 최대한 많은 고객들을 끌어 모아 안정적인 수신을 바탕으로 자금 유동성 문제를 해결한다는 전략인 셈이다.

    이처럼 케이뱅크는 일단 요구불예금과 중금리 신용대출 두가지에 집중할 계획이다.

    향후 주택담보대출, 직불결제, 외화송금이나 기업 대출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 가능성은 있지만 기존 은행들이 취급하는 분야보다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발굴해 변별력을 갖춘다는 입장이다.

    심 은행장은 "KT기가 지니와 IPTV에 금융서비스를 합쳐 소파에서 목소리만으로 송금이나 대출 등 금융거래를 이용할 수 있는 '카우치 뱅킹' 서비스를 KT와 준비 중"이라며 "위치기반 서비스나 인공지능 등 다양한 IT기술을 활용해 편리한 금융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케이뱅크는 많은 고객들의 관심을 받으며 가입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이날 오전 12시 기준 가입 고객이 시간당 1000명을 넘어섰고 케이뱅크는 오늘 내로 1만명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