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이 직접 나설수 있게 출국금지라도 풀어줘야

[취재수첩] 욕심 버린 '지천명' 롯데,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한다

숫자 없는 비전 제시, 사회적책임 다하는 기업 선포
롯데 "중국 속내 100% 알 수 없다" 사드보복 호소

이보배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7.04.04 15:2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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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롯데그룹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사람으로 치면 '지천명'의 나이다.


지천명의 사전적 의미는 하늘의 명을 안다는 뜻이다. 쉰 살이 되면 이 세상에 태어나 지금 이 일을 하고 있는 까닭을 어렴풋이나마 깨닫게 되고,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자기 의지만이 아닌 하늘의 섭리에 의한 것임을 느끼게 된다는 것.


쉽게 말해 안될 일에 억지를 부리지 않게 되고, 쓸데없는 욕심에서 조금은 벗어나게 되는 나이가 바로 '지천명'이다.


지난 3일 롯데그룹의 창립 50주년 기념 '뉴 비전' 설명회에 참석, '지천명'의 롯데를 느낄 수 있었다. 이날 롯데는 뉴 비전 ''Lifetime Value Creator'를 선포하고,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을 구체화했다. 즉, 욕심을 버리고 사회적 책임에 더욱 매진하겠다는 의미에서 지천명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 롯데는 지금까지 눈에 보이는 양적 성장을 추구해왔다. 1967년 창립 당시 총 매출액 8억원에서 △1990년 3조원 △2000년 13조원 △2010년 62조원 △2016년 92조원으로 폭풍 성장했다. 국내 재계 순위도 1990년 8위에서 2000년 6위, 2015년 5위까지 뛰어올랐다.


이처럼 양적 성장을 추구하던 롯데가 새로운 시도에 나선 것이다. 주주와 지역사회, 파트너사와 고객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생존하기 위해 '사회적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통감하고 '질적 성장'을 약속한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목표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정하지 않고 '투명경영' 실천을 통해 사회 공동의 성장을 모색,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롯데의 새로운 경영 방침에 일단 박수를 보내고 싶다. 


롯데는 최근 2년 사이에 형제간 경영권 다툼을 비롯해 경영비리, 최순실 게이트까지 연루되며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 이미지는 훼손됐고, 최근에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현지 유통 사업은 물론 면세점 사업까지 타격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의 이 같은 뉴 비전 선포는 쉽지 않았을 터다.


롯데가 이렇듯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면, 이번엔 정부가 롯데의 답답함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뉴 비전 설명회에서 황각규 경영혁신실장(사장)은 "중국의 사드보복에 대해 실무적인 차원에서 모든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민간 기업의 한계로 중국 정부의 속내를 100% 파악할 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중국사업은 계속 이어갈 예정이고,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사업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신동빈 회장도 같은 맥락에서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신 회장은 CNN머니와의 인터뷰를 통해 성주 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한 데 대해 "정부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우리(롯데)는 미사일(사드) 배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첨언하기도 했다. 


직접 중국 정부와 대화를 통해 오해를 풀려해도 '최순실 게이트' 관련 혐의로 출국이 금지돼 중국으로 갈 수 없었다는 점도 롯데의 답답함 중 하나다.


신 회장의 말처럼 만약 정부가 롯데가 아닌 다른 민간 기업에 땅(사드 부지)을 포기하라고 요청했다면 이를 거절할 기업이 몇이나 될까.

 

롯데는 국내 기업으로서 정부의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힘든 결정을 내렸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후에 벌어질 사태에 책임감있게 보호자 역할을 해야 한다. 중국의 무차별적인 보복 행위에 롯데를 방치해서는 안된다. 

 

중국 내 롯데 매장은 소방법, 시설법 위반 등을 문제로 절반 이상이 점포가 영업정지를 당했고, 단체관광도 금지시켰다.


국내에서는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 주력사업인 면세점 사업이 영향을 받고 있다. 때문에 면세점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와야 가능한 호텔롯데 상장도 막혔다.

 

정부는 이제라도 외교적으로 중국 정부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물론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권력 공백이 생겼다는 현실적인 부분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남의 일인양 롯데가 억울하게 피해 보는 것을 손놓고 있는 것은  옳지 않다.


롯데의 피해에 정부가 조금이라도 책임을 느낀다면 사드 부지 관련 롯데의 억울함을 풀어주려는 시도는 해봐야 하는 것 아닐까. 직접 나설 의지가 없다면 신동빈 회장의 출국금지라도 풀어 신 회장 스스로 중국에 설명할 기회를 줘야한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지난 50년을 달려온 롯데, 이제 뉴 비전을 갖고 새 출발을 하려는 롯데의 앞길에 정부가 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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