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老회장으로 불려아들 조현준 회장과 차별화된 연륜있는 이미지 부각
  • 조석래 효성 老회장.ⓒ효성그룹
    ▲ 조석래 효성 老회장.ⓒ효성그룹

    현대에 정주영 '王회장'이 있다면, 효성에는 조석래 '老회장'이 있어 눈길을 끈다.

     

    6일 재계에 따르면 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두고 흔히 '왕(王)회장'이라고 부르는 가운데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노(老)회장'으로 통한다.

     

    지난해 12월 29일 효성그룹 정기인사에서 조석래 회장은 고령과 건강상 등의 이유로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대표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대신에 그의 장남 조현준 사장이 2007년 1월 이후 약 10년만에 회장으로 승진했다. 3세 경영 시대를 본격화한 것으로, 경영권을 사실상 조현준 회장에 넘긴 셈이다.

     

    때문에 조석래 회장을 前 회장 또는 명예회장으로 부르는 게 일반적이다. 회장이 2명 이상인 경우는 CJ그룹(이재현 회장, 손경식 회장)과 형제경영을 하는 두산그룹(박정원 회장, 박용만 회장) 등을 제외하고는 드물다.

     

    하지만 조석래 회장은 자신을 老회장으로 불러주길 원했다. 이에 따라 효성그룹 내부에서는 조석래 회장을 老회장으로 지칭한다.

     

    즉, 아들인 조현준 회장의 앞길을 열어주는 동시에 본인은 차별화된 직함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현대그룹의 故 정주영 회장을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구분하고 예우하기 위해 통상적으로 '왕회장'이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또 아직 대표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는데, 前 회장이라고 부르면 경영에서 완전 손을 뗀 것처럼 비춰질 수 있어 나름 묘안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포근하면서 친근감 있는 느낌도 적잖이 묻어 나온다.

     

    자칫 늙은 회장 또는 노인 회장이라는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그만큼 연륜과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조석래 회장께서 자신을 老회장으로 불러주길 희망하셨다”며 “前 회장 또는 명예회장이 아닌 老회장으로 예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조현준 회장은 꾸준히 효성 지분을 늘린 덕에 현재 14.20%를 보유, 최대주주에 올랐다. 동생인 조현상 사장이 12.21%로 2대주주이며, 조석래 老회장은 10.15%로 국민연금(11.39%)에 이어 4대주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