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대기' 일방적 출국금지 적절한가

[취재수첩] 잔인한 4월, 롯데·SK '총수 올가미' 언제 풀릴까

이보배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7.04.06 17:4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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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모더니즘 시인 T.S.엘리엇은 자신의 시 '황무지'에서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아름다운 꽃이 피는 봄의 시작이지만 아직은 추운 현실과 맞아 떨어지는 표현이다.


지난해를 결산하고 3월 정기주주총회를 치른 뒤 본격적인 경영행보에 나서는 기업에게도 4월은 잔인한 달이다. 적어도 올해는 그 부담이 더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고 정치적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사라졌지만,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구속 이후 뇌물죄로 이어지고 있는 검찰의 전방위 수사는 여전히 기업의 활동을 옥죄고 있다.


당장 롯데그룹은 일방적인 중국의 사드 보복에 휘청이고 있고, SK그룹은 도시바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난항이 예상된다. 검찰의 출국금지로 총수가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할 수 없어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해 12월 중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출국금지하면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주요 대기업 총수들도 함께 출국을 금지시켰다.


특검팀에서 수사를 넘겨 받은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아직까지 총수들의 출금 해제·연장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지난달 다시 꾸려진 특수본에도 소환돼 밤샘 조사를 받았다. 당시 추가 수사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필요하면 기업 총수를 불러 조사할 것"이라던 검찰은 오는 7일 신동빈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다고 이날 통보했다.


신 회장 역시 지난해 11월 '1기 특수본' 때 재단 출연 관련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은 데 이어 두 번째 소환이다.


이미 재단 출연 과정과 대가성 여부에 대해 한 차례 조사를 하고도 재차 소환해 같은 내용의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필요하다면 기업 총수를 불러 조사할 것'이라는 말은 검찰의 수사 의지를 의심케 한다. 보여주기식 소환 조사라는 지적이 재계에서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리 척결을 위한 검찰의 시간도 중요하지만 국가 경제와 고용을 책임지는 기업의 시간도 소중하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국내 기업 총수들의 출국금지는 경영활동에 치명타다. 당장 지난달 중국에서 열린 보아보포럼 참가자 중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총수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3년부터 작년까지 4년 연속 해당 포럼에 참석할 정도로 큰 관심을 보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2005년부터 해마다 참석했던 국제 행사지만 각각 구속수감, 출국금지를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다.


특히, 도시바 반도체 부문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최 회장은 이를 진두지휘해야 하는 상황에서 출금과 검찰 수사에 발이 묶이면서 제대로 된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롯데그룹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중국 사드 보복의 가장 큰 피해자인 롯데는 중국사업에 치명타를 입고 있지만 신동빈 회장은 현지 시찰조차 갈 수 없는 상황이다.


평소 언론과 단독 인터뷰를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그가 외신을 통해 연일 "롯데는 사드 배치와 관련이 없다"고 답답함을 호소하는 것도 출금이 가장 큰 이유 아닐까.


사업기반을 국내에 둔 대기업 총수에게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출금 이유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조사를 위한 출금이라면 하루빨리 소환해 조속히 수사를 마치고 출금을 해제하면 될 일이다. "필요하면 부른다"는 발언은 기업에 초조함을 더할 뿐이다.


잘못이 있는 총수에 대해서는 단호한 결단과 처벌이 필요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죄를 묻기 위한 출금은 기업에게도 총수에게도 나아가 한국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내외적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경영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총수들이 발이 묶여 있어 경영 차질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 총수들의 검찰 소환에 대해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 과정에서 이미 검찰 조사 경험이 있는 총수들이기 때문에 당시 '뇌물죄'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루졌을 것"이라며 "재차 같은 이유로 소환하는 것은 총수 입장에서 기운 빠지는 일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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