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중동 텃밭 韓·中, 미국산 원유 수입 확대 움직임아람코, 공급가격 낮췄지만…2월 미국 수출량 2015년 이후 최고 수준
미국과 중동간 글로벌 에너지패권 경쟁이 아시아 시장으로 번지며 격화되는 양상이다.

미국이 '에너지독립'을 외치며 셰일오일 생산에 박차를 가하자 철옹성 같던 중동의 입지는 더욱 흔들리는 모습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다국적 석유기업 셸로부터 미국 남부 멕시코만에서 생산된 원유를 오는 5월과 6월 각각 100만 배럴씩 들여오기로 했다.

계약 금액은 1억 달러(약 1천138억원) 수준이다. 이번에 수입하는 원유는 미국산 전통 원유로, 중동산과 비슷한 품질의 원유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해 11월과 12월에는 GS칼텍스가 미국산 셰일오일 200만 배럴을 국내 정유사로는 처음으로 수입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은 미국산 원유 수입을 확대하며 캐나다를 제치고 1위 수입국으로 올라섰다. 지난 2월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원유는 808만 배럴로 전월 수입량의 약 4배를 기록했다. 

이에 다급해진 곳은 아시아 시장의 터줏대감인 중동이다. 당장 아시아로 수출하는 원유의 판매 가격을 두달 연속 인하하며 점유율 방어에 나선 것.

사우디아라비아는 5월 아시아 원유공식판매가격(OSP)을 4월 대비 배럴당 0.30 달러 인하했다. 이로써 경질유는 배럴당 0.45 달러, 중질유는 2.60 달러 하락한 수준에서 결정됐다.

아시아 원유시장은 전통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들이 점유해온 시장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셰일오일 생산에 힘입어 미국산 물량이 확대되면서 중동의 입지도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실제로 OPEC(석유수출국기구)은 지난해 11월 유가 상승을 위해  감산 합의를 결정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미국산 셰일오일 생산 증가로 이를 상쇄하며 유가는 하향 안정화 상태에 접어든 상태다. 오히려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한 미국산 원유 수출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미국 통계국(Census Bureau)에 따르면 2월 미국의 원유 수출량은 일산 111만6000 배럴로 1월 74만6000 배럴과 비교해 37만 배럴 증가했다. 

이는 원유 수출 금지가 해제된 2015년 말 이후 최고 수준으로 주로 아시아 국가로의 수출량 확대가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미국 원유 재고는 5억3600만 배럴을 기록하며 1987년 이래 최고치를 나타내는 등 원유 생산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반면 산유국들의 감산 이행률은 높은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산유국들의 감산 이행률은 지난 1월 87%, 2월 94%에 이어 3월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동의 감산 이행률은 과거와 달리 높은 수준"이라며 "하지만 미국산 원유 생산이 확대되며 과거와 같은 효과는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WTI(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이 두바이유에 비해 낮은 수준이 유지되며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아시아로 수출이 늘어났다"며 "미국의 통상압박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미국산 원유 도입이 이뤄진 점도 한 요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