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오너지분 고려… 150만주 626억원어치 매입


  • 현대산업개발이 최근 잇따라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하락한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주주가치 제고'라는 주장과 '지주사 전환을 염두에 둔 행위'라는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10일 현대산업개발은 공시를 통해 626억2500만원 투입, 자사주 150만주를 취득한다고 밝혔다. 취득 기간은 11일부터 3개월 간.

    이에 앞서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월에도 자기주식 취득결정 공시를 내고 200만주를 사들였다. 이는 11년 만에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으로 업계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참고로 현대산업개발이 마지막으로 자사주를 매입한 것은 2006년 180만주였다. 이번 추가매입이 완료되면 현대산업개발은 7%까지 자사주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10대 대형건설사 중 가장 풍부한 현금보유고를 확보하고 있다. 연도별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014년 2478억8156만원 △2015년 5476억8235만원 △2016년 1조1522억2344만원으로 매년 그 폭을 늘려왔다. 현대산업개발이 4개월만에 자사주 350만주를 사들일 수 있었던 것도 여기에 있다.

    이번 자사주 매입과 관련 현대산업개발은 '주주가치 제고'라고 일축했다. 공시를 통해 밝힌 자사주 취득 목적 또한 '주주가치 제고 및 주가 안정화'. 1년 간 현대산업개발 주가를 보면 지난해 10월 4일(종가기준) 5만3100원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약 20% 하락했다.

    그러나 현대산업개발의 이 같은 노고는 빛을 보지 못했다. 지난 1월 3개월에 걸쳐 매입한 200만주 평균가는 4만2645원. 이는 지난 10일 종가 기준 4만1550원 보다 높은 금액이다. 즉, 자사주 매입에 따른 단기간 주주가치 제고효과는 나타나지 않은 셈이다. 공교롭게도 국민연금공단은 지난달 76만2280주를 매도해 보유지분을 9.3%에서 8.29%로 낮췄다.

    현금이 풍부한 상황에서 특별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현대산업개발은 면세점사업을 제외하면 구체적인 다각화 결과물이 아직 없는 상태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현대산업개발 경영진은 현재 주가 수준을 저평가로 판단한 것"이라며 "추가적인 자사주 취득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업계에선 지난 1월 현대산업개발 자사주 매입 당시 지주사 전환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추가 자사주 매입을 예견하기도 했다.

    지주사는 대주주 지분율 증가에 따른 경영권 강화가 장점으로 꼽힌다. 기업이 순환출자로 엮여 있으면 계열사 부실이 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지주사 전환을 통해 부실 고리를 끊을 수 있다.

    현재 예상되는 시나리오 중 하나는 인적분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지주회사 행위 제한요건)에 따르면 지주회사가 되기 위해선 △상장 자회사 20% 이상 △비상장 자회사 40% 이상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쉽게 풀어 현대산업개발이 추가로 자사주를 매입한 후 인적분할을 진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후 유상증자와 현물출자 방식으로 자회사 지분을 높이는 방법이 유력하다. 현재 현대산업개발 최대주주 측이 보유한 지분율은 정몽규 회장(13.36%)을 포함해 총 18.56%.

    만약 지주사전환이 자사주 매입 목적이라면 지분율 확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5% 이상 주주는 △정몽규외 특수관계인(18.56%) △템플턴자산운용회사(8.83%) △BlackRock Fund Advisors(5.03%) △국민연금공단(8.29%)으로 이뤄져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자사주 매입은 낮은 오너가 지분율을 고려하면 지주사 전환은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라면서도 "현대산업개발이 지주사 전환을 통해 얻는 시너지 효과에 대해선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것"이라며 "지주사 전환은 검토한 바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