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이후 면세점 매출 절반 이상 차지하는 '유커' 64% 급감업계 "현황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막무가내식 행태에 분노"특허수수료율 인상안 담은 '관세법 시행규칙' 개정안 무효소송도 고려
  • #과거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리던 면세점 사업이 최근 중국 당국의 금한령(限韓令) 이후 휘청거리고 있다. 면세점 매출은 금한령 시행 이후 30%가량 급감했다. 그러나 정부는 면세 사업을 특허 사업자가 아닌 '특혜' 사업자로 바라보고 관련 법령을 제정하고 있어 상황이 심각하다. 면세점에서는 '5년 한시법'·'수수료 변경'·'유통산업발전법'을 대표적인 규제로 꼽고 있다. 면세점 업계가 직시한 대표 규제 세 가지의 문제점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후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아예 한 팀도 오지 않는데 특허 수수료는 20배가 올랐습니다. 정말 지옥 같습니다." (면세점 관계자 A씨.)

    면세점 업계가 치솟은 특허 수수료에 울상을 짓고 있다. 사드 논란과 같은 현실을 전혀 감안하지 않고 밀어부치기식 규제로 기업 옥죄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이 면세점 특허 수수료를 최대 20배 가까이 인상하기로 하면서 당장 올해부터 적자 면세점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면세점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다. 2010년 이후 '유커'로 불리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방문해 싹쓸이 쇼핑을 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면세점 사업은 매년 20~30% 이상의 고공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사드 논란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중국의 방한금지 조치 이후 면세점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큰 손'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면세점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여행 상품 판매를 금지한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9일까지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감소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사드 이후 방문객과 매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오히려 특허 수수료는 대폭 올리는 규제만 강화됐다"며 "정부가 세금을 올렸다고 해서 거기에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는게 아니라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 등 다른 국가들은 면세점 업계에 공항 임대료 정도만 받고 있을뿐 특허 수수료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며 "이전 특허 수수료도 낮은 편이 아니었는데 사드 이후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업계 상황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고 세금만 걷으려는 정부의 막무가내식 행태에 화가 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업계의 관계자는 "관세청과 면세사업자의 관계는 갑과 을이 아니라 갑과 정의 관계"라며 "정부는 면세 특허권을 쥐고 기업에 이를 주는 입장이다 보니 혹시라도 밉보일까봐 불합리한 점이 있더라도 나서서 적극적으로 맞설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국내 주요 백화점의 영업 이익률이 연 8~10%인데 비해 면세점 업계 평균은 2~3%밖에 되지 않는데 이를 정말 특혜 사업으로 볼 수 있느냐"고 반문하며 "면세의 특혜는 면세 물품을 사는 고객의 몫이지 기업이 가져가는게 아닌데 왜 면세점들이 특혜 사업자라는 눈총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면세점 업계는 정부의 특허 수수료 인상분이 적용되는 내년 1분기께 적자를 내는 기업은 물론 폐업하는 업체도 속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의 영업이익률은 6~7%대, 2위 신라면세점은 2.4%를 기록했고 신세계와 한화, 두산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허 수수료는 이익이 아닌 매출 기반이기 때문에 적자를 낸 기업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수수료를 내야만 한다"며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지난해 특허 수수료만 아니었어도 적자를 면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데 수수료율이 인상되는 내년에는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내 면세점 업체들은 한국면세접협회를 통해 면세점 특허 수수료율 인상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현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업체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정부의 규제에 불만을 터뜨린 것.

    면세 업계는 "안정적 영업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법제화(특허기간 연장 및 갱신)는 보류된 상태에서 정부의 특허수수료 인상은 자율 경쟁시장 자체를 왜곡시키는 규제정책"임을 강조하며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면세점 매출액 규모에 따라 특허수수료를 최대 20배 차등 인상한다는 골자의 '관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시행하기로 했다.

    면세점 업계는 해당 시행규칙 개정안을 무효화하기 위해 위헌 소송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매출액의 0.05%를 면세점 특허 수수료로 지급했지만 올해 2월부터 매출 구간별로 0.1%~1%의 수수료를 내야한다. 최대 20배가 오른 셈. 올해부터 연간 매출액 2000억원 이하인 면세점은 0.1%, 1조원 초과 면세점은 1.0%의 차등 수수료를 부과받게 된다.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의 경우 0.05% 수수료율이 유지된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수수료율 인상으로 정부가 거둬들이는 특허 수수료 수입은 올해 기준 약 44억원에서 연간 553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