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생 임금피크제 진입하는 2020년까지 대규모 퇴직 기조 이어져평생직장 인식 사라지고 제2인생 시작, 희망퇴직 재평가 추세
  • ▲ 은행 영업점.ⓒ 뉴데일리경제
    ▲ 은행 영업점.ⓒ 뉴데일리경제

    지난 2년 간 은행을 떠난 직원이 8000명에 달한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 인력 적체 현상이 심한 은행을 중심으로 몇 년 사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어졌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상반기 은행원 중 일부는 영업점 문을 나설 채비를 마쳤고 연말이 되면 결국 예년과 비슷한 규모의 직원들이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은행권 희망퇴직 정례화 추세…2020년까지 대규모 감원 계속될 전망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직원 310명이 오는 5월 회사를 떠난다. 지난해 말 전직지원제도를 신청한 이들은 5개월의 교육 기간을 거쳐 퇴사하게 된다. 

우리은행은 지난 2009년부터 노사 협의를 맺고 1년에 상·하반기 두 번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 시기를 앞당기고 1년에 한 번 접수받는 방식으로 바꿨다.

희망퇴직 신청 시기를 정기 인사 시즌인 12월로 맞추고 영업점에 남는 이와 떠날 이를 확실히 구분해 인력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또한 전직을 고려하는 직원들이 시간을 갖고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교육 기간도 3개월에서 5개월로 늘렸다. 올해 희망퇴직자들을 위한 교육이 지난 1월부터 진행되고 있다.

우리은행에 앞서 2017년 첫 희망퇴직 절차를 밟은 곳은 신한은행이다. 

만 55세로 접어든 직원 136명 중 52명을 임금피크제 유예 적용 대상으로 선정해 제외했고, 추가 신청 접수를 받아 총 280여명이 퇴사했다. 

연령과 직급에 따라 11개월에서 최대 37개월치 급여를 받고 은행을 떠난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은행권 감원 기조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은행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보통 2020년을 기점으로 희망퇴직 바람이 그칠 것이라는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입행한 직원들의 연령대를 보면 1958년부터 1965년 사이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 규모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올해 임금피크제 진입 연령대가 55·56세(1962~1963년생)인 점을 감안하면 3년 뒤인 2020년 쯤에는 베이비부머 마지막 세대인 1965년생들이 대거 퇴직할 예정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3년 뒤 마지막 베이비부머 세대가 퇴사하고 나면 그동안 고민거리였던 인사 적체 현상이나 항아리형 인력 구조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희망퇴직 인식 전환…평생 직장 사라지고 '제2 인생' 시작하는 기회로 재평가  

희망퇴직을 바라보는 시선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자발적 의사가 없는 강제적 해고로 
인식되기보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기회로 삼고 희망퇴직을 반기는 분위기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씨티은행 직원들은 다른 은행 직원들의 부러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씨티은행이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법정 퇴직금 외에 최대 60개월치 임금을 특별퇴직금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장기간 근무한 직원들은 자녀학자금이나 창업지원금을 포함해 최대 6억원이 넘는 목돈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나쁘지 않은 조건 덕분에 당시 희망퇴직을 신청한 이는 전체직원의 15%인 700명에 달했다.
이처럼 목돈을 받아 퇴직할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직원들도 많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고객 유치와 실적 압박으로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핀테크와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으로 은행원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어서다. 

은행원이 담당하는 업무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도 한 몫 한다. 단순 입출금 업무는 모바일로 전환됐고 창구에서는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펀드·보험 판매가 주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계좌이동제나 ISA처럼 새로운 금융상품이 쏟아질 때 마다 과도한 실적 경쟁이 벌어진다. 결국 업무 강도가 높고 삶의 질은 낮아 스스로 은행을 떠나는 직원들이 늘고 있는 셈이다.

A은행 관계자는 "희망퇴직 신청이 마감된지 반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또 다시 희망퇴직을 실시해달라고 요구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며 "상시로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달라고 건의하는 전화도 종종 걸려온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은행들도 직원들이 희망퇴직 후 안정적으로 제2의 인생을 펼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제공 중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부터 경력컨설팅센터를 열고 퇴직자에게 재취업·창업지원, 재직자에게 생애설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재취업이나 창업을 위한 세미나를 수시로 개최하고 맞춤형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센터 개소 후 일본 신한은행법인 5명 취업, 베트남과 중국 법인에 각각 2명씩 퇴직자가 다시 채용되기도 했다.

퇴직 직원들의 해외 재취업 지원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 일련의 선발 과정을 거쳐 재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은행도 2003년부터 운영해온 KB전직지원센터를 지난해 KB경력컨설팅센터로 재개설했다.

세미나실과 컨설팅룸, 창업지원실과 회의실을 갖추고 고용노동부 산하 노사발전재단을 통해 생애설계교육과 전직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평균 수명이 길어지다보니 평생 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며 "희망퇴직이 강제 구조조정 수단으로 여겨지기보다는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재평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