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생산 고려한 수치적·효율적 접근 고정관념 깬 셰프의 '맛' 고집 녹여"집에서 끓인 것과 같은 맛이 목표… 육수 우리고 고기 손으로 직접 찢어"
  • ▲ (좌측)김무년 CJ제일제당 푸드시너지팀 셰프, 이남주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편의식품센터 수석연구원 부장 ⓒCJ제일제당
    ▲ (좌측)김무년 CJ제일제당 푸드시너지팀 셰프, 이남주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편의식품센터 수석연구원 부장 ⓒCJ제일제당


    "고기를 꼭 5시간이나 삶아야 하나요? 고기에 생성된 아미노산 수치를 보면 2시간만 삶아도 충분합니다". "안됩니다. 육질이 부드러워져 고기가 결대로 잘 찢어져야하고 제대로 된 육수 맛을 내려면 5시간은 삶아야 합니다" 

    CJ제일제당의 상온 가정간편식(HMR) '비비고 육개장' 개발이 한창이던 지난 2015년 말, 식품연구소 연구원과 한식 전문 셰프 사이에서는 팽팽한 기 싸움이 계속됐다.

    제품의 대량 생산과 균질한 맛, 품질 등에 초점을 맞춰 개발을 진행해 온 식품연구원들은 공장 여건 상 까다로운 조건을 내거는 셰프의 고집이 답답했다. 반면 셰프들은 음식 맛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며 한 치의 양보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탄생한 제품이 바로 '비비고 육개장'을 비롯한 9종의 '비비고' 상온 간편식 제품들이다.

    뉴데일리경제는 최근 '비비고 육개장' 제품 개발의 주역들을 CJ제일제당 본사에서 만나 그간 알려지지 않은 탄생 비화를 들어봤다.

    이남주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편의식품센터 수석연구원 부장은 "공장에서는 대량 생산을 하다보니 원재료의 중량, 조리하는 온도, 맛의 균등함 까지 모든 것을 수치적, 효율적 측면에서 먼저 생각하게 된다"며 "그래서 고기 핏물을 빼고 몇시간에 거쳐 육수를 끓이는 대신 간편하게 육수 액기스를 물에 타거나 조미료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에 비해 셰프들은 시간이나 비용이 얼마나 들어가든지 최고의 맛을 내는것을 우선시 한다"며 "함께 개발할 때 셰프의 그런 관점이 신선하기도 하고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그런 고집이 있었기에 집에서 직접 만든 것 같은 맛을 구현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세종호텔과 JW메리어트 반포에서 한식 셰프로 근무하다 지난 2010년 CJ제일제당 푸드시너지팀으로 합류한 김무년 셰프는 "비비고 육개장을 개발할때 가장 고민되고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은 맛"이라며 "전국의 육개장 맛집을 돌며 맛 비법을 연구하고 이를 넘어서는 맛을 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이어 "대량생산을 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100% 원하는대로 개발할 수는 없었지만 원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려 집에서 직접 끓여먹는 것 같은 육개장이라는 콘셉트에 맞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 ▲ 비비고 육개장과 비비고 왕교자 등 CJ제일제당의 간편식으로 차려 낸 비비고 반상 차림. ⓒ김수경 기자
    ▲ 비비고 육개장과 비비고 왕교자 등 CJ제일제당의 간편식으로 차려 낸 비비고 반상 차림. ⓒ김수경 기자


    '비비고 육개장'은 상온 간편식의 고정관념을 깨고 직접 끓여낸 육수를 사용한다. 집에서 육개장을 끓이는 것과 동일한 과정으로 공장에서 육개장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

    '비비고 육개장'은 200kg의 양지 고기를 푹 삶아 육수 2톤을 뽑아낸 다음 파쇄기로 고기를 절단한 뒤 공장 직원들이 고기 결대로 일일이 고기를 찢어낸다. 여기에 대파와 토란대를 7cm 크기로 큼찍하게 썰어 넣고 다진마늘과 고춧가루를 볶아 만든 양념장으로 볶아낸 뒤 육수를 넣고 푹 끓여 완성한다.  

    '비비고 육개장'은 멸균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방부제를 넣지 않아도 6개월의 긴 유통기한이 가능하고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다. 일체의 화학조미료나 MSG도 첨가하지 않았다.

    이남주 수석연구원은 "멸균을 할 때 고온·고압에서 살균 처리를 하다보니 원재료의 씹는맛, 모양, 색상 등이 변화되기 쉬워 이를 최대한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며 "비비고가 기존 레토르트와 가장 다른 점은 원재료 특성에 맞는 분할 살균을 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면 '비비고 두부 김치찌개'의 경우 김치와 두부, 육수 등 원재료에 각각 적합한 살균을 따로 한 뒤 봉투에 담아 봉합하기 때문에 각 원재료 고유의 식감과 맛을 제대로 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CJ제일제당은 이러한 노하우가 담긴 '비비고' 간편식 메뉴를 꾸준히 확대하는 한편 해외 수출에도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지난 8일비비고 두부 김치찌개 수출 물량을 미국으로 첫 선적했으며 글로벌 입맛에 맞춘 비비고 버섯 육개장도 조만간 수출에 나설 예정"이라며 "올해 하반기에 비비고 상온간편식 3종 출시를 계획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메뉴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집에서 전혀 요리를 하지 않아도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비비고 간편식의 최종 목표"라며 "한식을 대표하는 메뉴를 앞세워 글로벌에서도 인정받는 제품이 되도록 연구 개발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올해 '비비고' 상온 간편식 매출이 7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