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과 떡이 될 구글의 장난

[크리에이티브 산책] 2017년 만우절 발표된 구글의 '첨단기술'

이연수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7.04.14 23:3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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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4월 1일, 구글이 신기술을 발표했다. 사용자의 마음을 읽어주는 이 ‘멘탈플렉스(MentalPlex)’ 기술은 키보드에 아무 것도 입력하지 않고 최면효과 있는 그림을 클릭하기만 하면 사용자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검색해준다고 했다. 클릭해봐야 나오는 것은 하지만 에러 메시지들뿐이다. “오류번호 666: 복수의 송신장치가 감지됐습니다. 딴 생각을 중지하십시오” 랄지, “오류번호 01: 뇌파가 아날로그로 수신됐습니다. 디지털 모드로 다시 생각하십시오”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그 아래 나타나는 것은 만우절 바보(April Fools) 검색 결과였다. 

이후 구글의 만우절 장난은 해가 갈수록 발전해왔다. 전세계 구글 지사들은 전담부서까지 만들어가며 만우절을 대비한다고 한다. 이들 만우절 장난은 그야말로 ‘장난 아니게’ 공들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새로운 서비스나 기술을 개발했다는 거짓 소식이 주를 이루는 것은 다른 브랜드들과 매한가지다.  


올해도 구글은 전세계적으로 10여 편의 장난을 준비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CP)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지기 스타더스트(Ziggy Stardust)’다. 지난 4월 1일, GCP는 지구에 대형 재난이 일어날 경우 데이터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클라우드의 기반시설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GCP 블로그에는 화성의 데이터 센터라는 ‘지기 스타더스트’의 전경까지 함께 실었다. (지기 스타더스트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영국의 가수 데이비드 보위의 앨범 제목에서 따온 이름이다.) GCP 블로그에서는 화성기지가 ‘여러분의 고양이 동영상과 셀피 사진을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라면서 구글은 또한 지구 외 다른 행성들의 구글 맵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구글 블로그 캡처 화면



같은 날, 외국어 문자를 번역해주는 구글의 워드 렌즈(Word Lens)에선 32번째 언어로 헵타포드 어를 추가했다고 발표했다. 헵타포드는 2016년작 영화 컨택트(원제 Arrival)에 등장하는 외계인으로, 허공에 먹물과 같은 원형 기호를 그려 소통한다. 구글에서는 ‘신경 기계번역 시스템’을 이용해 헵타포드의 비선형적 언어를 해독해낼 수 있었으며, 오프라인으로도 이용이 가능하다고 태연자약하게 ‘발표’했다. 올해 아카데미 음향편집상을 받기도 했던 영화 컨택트 속 외계인 헵타포드는 과거-현재-미래 시제가 지구인의 사고체계와 완전히 다르며 인간의 문자와 달리 하나의 문장이 하나의 기호로 이뤄져 있다. 

구글 네덜란드도 '굉장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기계학습 능력을 이용해 구름의 패턴을 파악하고이 나라 전역에 들어선 풍차들과 연동해 연중 145일 비가 오는 이 나라에 ‘꼭 필요할 때, 필요한 지역에만 정확히’ 비가 내리게 한다는 것으로, 현재 매우 긍정적인 테스트 결과를 얻어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구글맵을 이용해 유명 비디오게임이었던 팩맨과 유사한 미즈팩맵. 인간의 오감을 완벽하게 만족시키는 신개념 가상현실, 애완동물을 위한 구글 플레이, 구글 홈과 비슷하지만 특별히 정원에 두고 쓰기 좋은 구글 놈(gnome은 서양 전설에 나오는 작은 요정으로, 주로 정원에 그 모형을 장식으로 둔다) 등을 올 만우절 구글의 주요 ‘성과’로 꼽을 수 있다. 


구글의 만우절 장난이 워낙 유명해지자 구글은 아예 새로운 서비스를 3월 31일이나 4월 1일에 맞춰 발표해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일으키는 바이럴 전략을 이용하기도 한다. 가령 이모티콘을 이용해 사진을 검색하는 언뜻 듣기에 농담 같은 신기능을 짐짓 2016년 4월 1일 발표하는 식이다. 

만우절 장난은 구글뿐 아니라 전세계 만든 브랜드들의 ‘명절’이다. 많은 기업들이 만우절을 맞아 공들인 농담을 선보이고, 사람들은 이를 즐기며 자연스레 브랜드와 친밀한 관계를 쌓게 된다. 그런데도 유독 구글의 만우절 장난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크롬 브라우저의 높은 보급률 덕분에 구글의 만우절 장난 노출이 여타 브랜드들에 비해 훨씬 용이하다는 것도 한 가지 큰 이유다. 모바일과 PC 앞에 묶여 과거처럼 직접 몸을 놀려 장난하기 귀찮아진 젊은이들이 남들이 공들여 한 장난을 보고 대리만족을 느끼려는 태도도 한 요인이다. 장난이 콘텐트의 한 장르가 되어 제공하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으로 나뉜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구글의 장난이 미래에 대한 전망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20세기 초 유럽인들은 과학이 무엇이든 해결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개인로켓을 타고 출퇴근하고, 힘들게 앉아 공부할 필요 없이 뇌에 직접 지식을 주입하는 기계를 이용한다는 식의 아직 실현되지 않은 것도 많았지만, 적어도 정보기술 분야에서는 당시 상상한 것만큼이나 발전을 이루고 있다. 기술진보에 가장 필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상상할 것이 없다는 것은 곧 답보를 뜻하며 이는 구글과 같은 기술기업에게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구글은 우리에게 아직도 상상의 여지가 많다는 것을 매우 ‘쓸데 없어’ 보이는 장난을 통해 증명해주고 있다. 


옛날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린아이들의 장난이나 놀이를 폄하하거나 사기를 꺾는 표현들을 많이 사용했다. “배 꺼진다, 뛰지 마라”는 우리가 심각하게 가난해서 그랬다고 치자. 하지만 “그런다고 밥이 나와 떡이 나와”는 매우 위험한 발언이었다. 무언가 당장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 모든 행위들을 헛된 것으로 치부하기 때문이다. 위대한 아이디어가 꼭 천재의 간단하고 세련된 낙서로만 시작되는 건 아니다. 위대한 아이디어에는 밤새워 마인크래프트로 거대한 피라미드를 만드는 ‘잉여력’ 역시 필요하다. 상상한 데로 직접 몸을 움직여 구현하고 만들어내는 것은 책상 위에 앉아 비슷한 유형의 수학문제를 끊임 없이 반복해 연습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80년대 메사추세츠 공과대학 학생들은 하버드 대학의 미식축구 결승전을 훼방 놓으려고 경기 당일 경기장 골대에 ‘MIT’라고 적힌 배너를 정확히 안착시켰다. 하버드-예일 대학의 결승전 때는 경기장 한 가운데 콩알만큼 작은 공이 경기 도중 직경 2미터도 넘게 부풀어 올라 ‘MIT’라는 글자를 드러내게 만들기도 했다. 그런 장난을 친다고 당장 밥이나 떡이 나오진 않았을 거다. 그러나 그 장난을 하느라 다시 한 번 확인했던 탄도학이나 재료공학, 화공학은 분명 밥이나 떡 이상의 풍요를 그들에게 안겨줬을 것이다. 구글의 장난은 단순히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그들이 미래 생존하고 번영하는데 꼭 필요한 직원교육 - 상상력 훈련 - 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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