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분기 사상 최대 실적에, 스마트폰 기지개 등 겉으론 '초호황''뉴삼성' 등 개혁 작업 사실상 중단…"미래 준비 늦춰져 불안감 가중"


  • "삼성의 경영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오너가 구속된다고 당장 망하지는 않는다. 다만 경영공백이 계속될 경우 사업경쟁력 저하는 피할 수 없으며, 장기화될 경우 미래 준비는 늦어지게 될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지 두 달째에 접어들면서 삼성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 부회장은 두 달 전인 2월 17일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됐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당장은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모습이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는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고 스마트폰도 기지개를 펴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잠정실적은 매출 50조원, 영업이익 9조9000억원을 집계됐다. 역대 두 번째 높은 분기실적으로 1년새 매출 0.44%, 영업이익 48.2%가 증가했다. 

    경영 정상화 움직임도 뚜렷하다. 제48기 정기 주주총회는 예정대로 진행됐고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거버넌스위원회도 이달 중 설립된다.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삼성은 지난 16일 국내외 6개 도시에서 마지막 그룹 공채를 위한 직무적성검사(GSAT)를 마무리했다. 

    계열사별 자율경영 체제도 자리잡고 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공백을 최소화히기 위해 계열사별 자율경영 체제를 선포하고 이사회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내놨다.

    이렇게 단기적인 현안만 봤을 때는 삼성은 이 부회장의 빈자리를 완전히 상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계획된 현안들은 전문경영진을 중심으로 잘 운영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삼성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의 공백이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인수합병과 투자 등 미래를 맞을 준비가 이뤄지지 않아 사업 경쟁력이 하락할 수 있다는 걱정이다.

    그동안 오너십, 미래전략실, 계열사별 전문경영진을 중심으로 구축해 온 삼성의 경영시스템은 갑작스러운 변화를 맞이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제2의 도약을 위해 진행해온 '뉴삼성' 프로젝트 등 다양한 개혁작업들은 사실상 좌초 위기에 처했다.

    리스크를 책임지고 투자를 집행해야할 오너가 없다 보니 대형 M&A나 신사업 투자는 단 한 차례도 집행되지 않았다. 

    대외 경쟁력 하락도 우려스럽다. 중국 보아오포럼과 주요 이사회에 참석하지 못해 글로벌 기업인과의 교류는 물 건너갔다. 특히 이탈리아 자동차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의 지주회사인 엑소르 이사진에서 제외되면서 글로벌사업 확장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공판에 출석하는 이 부회장의 모습이 연일 보도되면서 브랜드 신뢰 하락도 불가피해졌다. 판결이 내려지지도 않았지만 '삼성=뇌물기업'이라는 이미지가 확산되면서 사업 경쟁력 하락도 우려스럽다.

    지주회사 전환과 사회공헌 활동이 위축되면서 부정적인 영향도 나온다.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지주사 전환이 보류되면서 주주들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계열사별 분담금을 거둬 기부활동을 했던 그룹이 사라지면서 계열사들의 기부활동도 자연스럽게 축소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은 국내 어떤 기업보다 공격적인 인수합병과 투자를 집행해왔다"면서 "수조원이 들어가는 투자를 책임지고 결단할 수 있는 오너가 없다 보니, 장기적인 측면에서 사업 경쟁력 저하는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