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제품과 버너 용량 같아… 제어장치 조작도 간단2월 심의 때 무사통과… 정부 보조금 사업 심의 주먹구구
  • ▲ 펠릿보일러.ⓒ뉴데일리DB
    ▲ 펠릿보일러.ⓒ뉴데일리DB

    점화장치로 기름 버너를 이용하는 펠릿보일러는 기름 연료를 사용할 수 있는 무늬만 펠릿 형인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제품은 산림청의 신재생에너지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빠지게 됐다.

    이 보일러는 애초 산림청의 지원 대상 등록심의를 무사 통과했던 제품이어서 정부 보조금 지원사업 심의가 주먹구구로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12일 보일러 제조 A사의 펠릿보일러 기름 겸용 논란과 관련해 청문 절차가 진행됐다.

    산림청은 논의 결과 해당 제품이 기름 겸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정부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빼기로 했다.

    펠릿보일러는 톱밥을 압축해 길이 6~8㎜의 원통형 알갱이로 가공한 '목재펠릿'을 보일러 연료로 사용한다.

    목재펠릿은 화석연료보다 이산화탄소(CO₂)와 대기오염물질을 덜 배출하는 친환경 재생 연료다. 가정용 화석연료 보일러를 펠릿보일러로 바꾸면 1대당 4~7톤의 CO₂를 줄일 수 있다고 알려졌다.

  • ▲ 목재펠릿.ⓒ뉴시스
    ▲ 목재펠릿.ⓒ뉴시스

    산림청은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활성화하고자 올해 86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주택용 3000대, 주민편의·사회복지시설용 100대 등 총 3100대의 펠릿보일러를 보급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에선 3개 업체의 제품이 산림청 인증을 받아 보조금 지원 대상으로 등록됐다.

     A사 제품은 소비자가 기름과 목재펠릿을 연료로 선택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혼합형) 제품과 점화장치로 전기히터봉 대신 기름 버너를 사용하는 펠릿보일러로 나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제품은 기름 버너를 사용하는 제품이다.

    산림·에너지 관련 업계는 해당 제품이 연료 제어장치만 손보면 사실상 기름 겸용 보일러로 쓸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펠릿보일러는 정기적으로 목재펠릿을 보일러 통에 채우고 재를 청소해야 하는 불편이 따르지만, 기름 겸용 제품은 사용이 편리하고 기름값과 목재펠릿 가격을 비교해 연료를 선택할 수 있어 순수 펠릿보일러가 시장에서 외면당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청문 결과 산림청은 해당 제품이 간단한 조작을 거치면 기름 겸용으로 쓸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기본적으로 버너 용량이 하이브리드 제품의 그것과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보일러 노즐이 시간당 0.5갤론(G·1.8927ℓ)을 소비할 수 있는 용량으로 점화용으로만 쓰기에는 대용량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A사는 기름점화 방식과 하이브리드 제품의 구조가 기본적으로 다르다고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연료 제어장치를 바꾸면 기름을 연료로 쓸 수 있다는 내용을 소비자에게 알려준 적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산림청은 원칙적으로 기름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고, 소비자의 조작과정도 복잡하지 않아 해당 제품이 사업 취지를 살리는 데 부적합하다고 결론 내렸다.

    산림청 한 관계자는 " A사는 보일러 본체에 있는 버너 선택 버튼과 관련해 제품 사후관리(A/S)를 위해 설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면서 "하지만 실내 제어기에서 특정 전선을 차단하고 본체에 설치된 버튼만 조작하면 간단히 기름보일러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해당 제품을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빼기로 했다.

    다만  A사에서 해당 제품을 수정·보완해 기름 겸용 여지를 없앤 뒤 재등록을 신청하는 것은 막지 않기로 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 A사에서 보조금 사업 취지에 맞게 다른 모델을 등록 신청한다면 절차에 따라 심의를 거쳐 등록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각에서는 산림청의 보조금 지원사업 심의가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해당 제품은 지난 2월 인증심의위원회를 거쳐 산림청 지원사업 대상으로 인증, 등록됐다.

    당시 심의과정에서는 이번 논란의 핵심인 기름 버너의 용량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심의에는 에너지 관련 기관의 연구원과 대학교수, 산림청 공무원 등 4명이 참여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당시 심의 과정에서는 해당 제품의 버너 용량이 명확히 명시되지 않았다"며 "점화용 버너여서 (당연히) 용량이 적을 거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업체에서 관련 정보를 숨긴 것 아니냐는 의문에는 "고의로 숨긴 것은 아닐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해당 업체에서 하이브리드 제품을 생산하고 있고, 펠릿보일러 가격이 기름보일러보다 비싸 사실상 정부 보조금 지원 없이는 판로 개척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 심의가 주먹구구로 이뤄졌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