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디드 콘텐트의 종말 -상-

[마케팅버즈워드] 크라우드컬처(Crowdculture) 1/2

이연수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7.04.19 13: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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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버즈워드] 크라우드컬처 1 


역사는 소수의 천재들이 이끌어왔는가, 아니면 다수의 거대한 움직임에 따라 흘러왔는가? 이것이 난제인 이유는 어쩌면 정답이 보기 중에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이론이 후대에서야 확실히 증명됐던 것처럼, 아직 필요성이나 문제의식이 나타나기도 전에 이미 그 개념이나 이론을 정립하는 천재도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약간 변증법적 유물론처럼 들릴 수는 있겠지만, 무수히 많은 발명과 발견은 대개 일반대중의 일상생활이나 경제활동 중에 사소한 해법이 축적되다가 어느 순간 한 사람의 천재가 이 축적된 지식들을 본질적으로 한 단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과거에는 이런 양적 변화질적 변화로 전환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개개인들이 축적한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지식의 공유를 가속화한 구텐베르크의 인쇄기가 화약 전파, 신대륙 발견과 나란히 중세 종말의 신호탄으로 꼽히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중세 유럽인 못지 않은 전환점을 살고 있다. 구텐베르크의 활자가 머스킷소총급 화력을 가졌다면, 오늘날의 디지털 통신은 가히 수소폭탄급의 위력을 갖는다. 현재 지식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정보통신에서 찾을 수 있다.

 

더욱이 오늘날의 기술은 대중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향으로 큰 발전을 이루고 있다. 한 예로, 핸드폰 동영상 촬영 기술 초기에 사람들은 기종마다 다른 동영상 포맷을 PC 등 다른 기기와 호환되는 포맷으로 전환할 줄 알아야만 남들과 그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눈 깜빡 할 사이 지나갔다. 이제는 컴퓨터의 작동원리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인터넷을 통해 뭐든지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일반대중의 콘텐트 다수는 언뜻 사회 전반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들이 올리는 고양이 사진, 셀피, 음식 사진들이 정말로 이 사회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유튜브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플랫폼을 살펴보면, 지금 사회를 움직이고 있는 것은 주류문화가 아닌 하위문화(subculture). 우리나라와 같이 시장이 작은 경우에는 KBS 방송, SM과 같은 주류문화공급자가 상위권에 다수 포진해 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볼 때 이는 매우 특이한 사례다. 리하나(Rihanna),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 사이, 에미넴 가가, 레이디 가가 등이 선전하고 있다지만, 전세계 최고 인기 유튜버들 중 주류문화 콘텐트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특히나 브랜드들은 유튜브 상위원에서 거의 전멸상태다. 삼성 모바일의 경우 국내 유튜버 차트 5위에 드는데, 이는 매우 보기 드문 경우다. 

 

이런 하위문화들은 이루 다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며 서로 공통점도 전혀 없어 보인다. 예전에는 남들과 공유하기 어려웠던 모든 주제가 다 포함된다고 보면 된다. 남자들의 경우 게임, 여자들의 경우 미용 팁과 같은 것들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사회가 개인화되고 있다고 개탄하는 사람도 있지만, 인터넷을 들여다보면 이 사회는 분명 이전보다 더 집단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다만 그 집단들의 종류와 수가 다양해졌을 뿐이다.

 

실제 사람들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더 다양한 흥미를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됐다. 소위 매니아적취미들을 누리는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외롭지 않다. 전통적 가부장사회의 폭압에 질린 며느리들은 같은 처지의 여성들끼리 모여 양껏 시부모 흉을 볼 수 있다. 양성평등사회의 정치적 올바름에 질린 남성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은밀히 페미니스트들을 조롱할 수 있다. 그 어떤 특이한 취미나 사상을 갖고 있더라도 인터넷 어딘가에서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마침내는 찾을 수 있다.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간주’해버리던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 가상으로 모여 마침내 변증론적 진화를 이룰 가능성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러나 브랜드들에게 이것은 큰 위기다. 사람들이 주류방송국을 외면하고, 방송에 나오지 않는 가수들을 선호하고, 독학한 기타리스트의 유튜브 조회수가 세계적인 가수의 조회수보다 더 높게 나오는 상황에서 브랜드들은 도대체 어떤 매체를 이용하고 어떤 유명인사를 이용한단 말인가? 오디언스의 빅데이터를 아무리 연구해도 점점 더 이산(離散)되기만 하는 이들의 취향과 관심사를 어떻게 관통할 것인가? 집에서 아무런 장비 없이 모바일폰 카메라로 찍어 올린 어린 '인플루언서'들의 조회수의 1/10도 따라가지 못하는데도 분당 제작비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이상으로 드는 광고를 계속 제작해야 한단 말인가? 


지금은 다양한 채널, 플랫폼을 통해 콘텐트 소비자와 배포자가 구분되지 않는 시대다. 이제 멋진 브랜디드 콘텐트를 만들어 소비자를 모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과거 뛰어난 문화콘텐트나 인기 스포츠콘텐트에 후원하던 브랜드들이 문화적 주도권을 상실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 따로 있는 이상, 할리우드 급 영상도 메이저 레이블 급 음악도 위기에 처한 브랜드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크라우드컬처(crowdculture)에 대한 이해다. 

(다음 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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