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슬롯 포화상태에 中·日·동남아 노선도 공급과잉출혈경쟁 부추겨 경쟁력 저하·항공안전 부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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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항공


    포화상태인 국내 LCC(저비용항공사) 시장에 추가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항공업계가 우려하고 있다. 최근 2~3년 사이 유가와 환율이 긍정적으로 받쳐주면서 LCC업체들의 수익성이 개선되자, 지역경제를 앞세운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설립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화그룹이 케이에어항공에 16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LCC 난립에 대한 우려가 증폭됐다.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인데, 추가로 LCC 설립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에 업계가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이 뛰어들었다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케이에어항공(청주) 이외에  현재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LCC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곳은 플라이양양(양양), 에어대구(대구), 남부에어(밀양), 프라임항공(울산), 에어포항(포항) 등 6곳이다. 

     

    기존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등 6곳에 최대 12개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에서 우려하는 것은 크게 ▲포화시장에 따른 과잉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 ▲비용절감을 위한 서비스 및 안전 부문 취약 가능성 ▲조종사를 비롯한 전문 인력 수급 차질 등이다. 이로 인해 최근 호황을 누리고 있는 LCC산업이 반짝 성장에 그친 뒤 공명할 것이란 설명이다.

     

    즉, 시장이 공급과잉인데 추가 설립이 이뤄질 경우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국내선의 경우 가장 수익성이 좋은 김포~제주, 김해~제주 노선의 경우 이미 포화상태다. 신규 LCC가 진입을 하더라도 이착륙을 위한 슬롯(SLOT) 배정을 받을 수 없다.

     

    결국 국제선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데,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중국 노선이 부진한 상황에서 일본이나 동남아 노선에 경쟁이 몰리게 된다. 기존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LCC들이 진출해 있어 과잉경쟁을 할 수 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 운임을 낮추는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이 발생하게 된다.

     

    수익성 저하가 우려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 서비스나 안전 등에서 비용절감이 이뤄지다보면 결국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항공사들과의 경쟁력 측면에서 뒤쳐질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어 우리의 항공산업 프레임이 무너질수도 있다는 우려다.

     

    또 항공산업의 특성상 초기 재무안전성 확보가 중요한데, 신규 업체들이 이를 충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통상적으로 손익분기점(BEP)을 넘어서려면 최소 3년에서 최대 5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현재 국내 최대 LCC로 성장한 제주항공의 경우 흑자전환하는데 5년이 걸렸다. 자본잠식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차례 증자가 이뤄졌을 정도로 안착에는 시간과 투자가 상당부분 필요하다.

     

    플라이양양이 제출한 사업면허 신청이 반려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사업면허 허가는 항공기 3대 보유, 자본금 150억원 이상이면 조건을 충족한다. 하지만 국토부는 운영 초기 재무적 리스크 발생 가능성이 높다며 불허했다.

     

    조종사, 승무원 등 항공산업 전문 인력들의 공급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단기간에 양성될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한데, 갑작스러운 LCC 난립은 인력 수급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대로 교육 받지 못한, 검증되지 못한 인력들이 급하게 현장에 투입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항공안전에 큰 위협이 되며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업체들과 신규업체들 간 인력 확보 경쟁이 심화될 수도 있다.

     

    아울러 한화라는 대기업이 뛰어들면서 LCC 시장의 판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존 한진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이어 애경그룹이 LCC 시장에 자리매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화그룹까지 가세할 경우 자본력이 부족한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 등은 더욱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중반 한성항공과 영남에어, 코스타항공 등이 추풍낙엽처럼 망했던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며 “추가적인 LCC 설립은 업계를 모두 공멸시키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반발했다.

     

    이어 "지자체들이 지역경제 발전을 앞세워 LCC 설립을 부추기고 있다"며 "LCC 시장이 부진할 경우에는 오히려 지역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놓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LCC가 더 생기는 것은 외국 항공사와의 경쟁력 저하는 물론 서비스 및 안전이 소홀해질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LCC들의 국내선 점유율은 56.8%, 국제선은 30.3%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