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간 총 35회 이상 전화통화·문자메시지투찰서류, 각사 직원 만나 함께 제출 '감시'도
  • 건설사 담합소식이 또 전해지고 있다. 건설업계가 자정결의 구호를 외친지 불과 8개월 만이다. 이쯤 되면 고질병을 넘어 불치병 수준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현대건설·한진중공업·두산중공업·KCC건설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원주~강릉 철도 노반공사 입찰서 담합을 꾀해 과징금 총 701억9000만원을 얻어맞았다.

    이들 4개사는 2013년 1월31일 철도공단이 발주한 원주~강릉 철도 노반공사 4개 공구 입찰서 낙찰예정사와 들러리사를 정하고 각 1개 공구씩 낙찰받기로 합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각 공구별로 낙찰 받을 회사와 투찰금액을 결정하고, 입찰에 필요한 서류를 공동으로 작성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입찰일 전날인 그해 3월21일부터 당일인 22일까지 총 35회 이상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수시로 주고받았다.

    또 네이트온 메신저를 통해 담합에 필요한 투찰서류를 공동으로 검토하고, 각 공구별 낙찰예정사 투찰가격을 결정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정해진 각 공구별 낙찰예정사는 △2공구 한진중공업 △3-1공구 현대건설 △3-2공구 두산중공업 △4공구 KCC건설이었다.

    배신자를 우려한 감시도 철저했다. 4개사는 합의 내용대로 실행되는지 상호 감시하기 위해 투찰서류 제출 때 각사 직원들이 만나 제출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 ▲ 4개사 입찰담합 수법. ⓒ 공정거래위원회
    ▲ 4개사 입찰담합 수법. ⓒ 공정거래위원회


    반면 입찰담합 수법은 의외로 간단명료했다. 최저가 입찰제도를 악용했다. 들러리 3개사가 비정상적으로 낮은 금액을 써 평균 투찰금액을 맞추면 낙찰 받을 1개사가 이를 이용해 담합에 가담하지 않은 입찰자 보다 낮게 투찰하는 식이었다.

    공정위 카르텔조사국 입찰담합조사과는 "이 사건 공사입찰에는 단순히 최저가격 제출자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입찰금액이 적정한 수준인지 심사하고, 심사를 통해 입찰자 중에서 최저가격 제출자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방식이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입찰금액이 적정 수준인지 여부는 입찰에 참가한 모든 입찰자들의 평균 투찰금액에 연동돼 결정됐다. 이는 들러리 3개사가 비정상적으로 낮은 금액을 쓴 이유기도 하다.

    입찰담합조사과는 "이러한 입찰제도 때문에 입찰자들은 평균 투찰금액이 어느 수준일지 예측해 저가투찰 판정기준을 산정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공정위는 4개사가 앞으로 다시는 입찰담합을 하지 않도록 시정명령 및 총 701억9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업체별 과징금액은 △현대건설 216억9100만원 △한진중공업 160억6800만원 △두산중공업 161억100만원 △KCC건설 163억30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