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회장, 우선매수권 포기…상표권 '믿고' 중국行 산은 24일부터 더블스타와 협상



금호타이어 매각이 안갯 속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20일을 기점으로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을 잃었다. 하지만 박 회장이 인수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금호' 상표권을 앞세워 산업은행과 더블스타 간 계약에 어깃장을 놓을 가능성은 여전하다.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더블스타는 향후 5개월 내에 매매계약을 마무리 져야 한다. 만일 매각이 기간 내 이뤄지지 못하면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은 부활한다. 

박 회장 입장에서는 매각이 지연돼야만 금호타이어 인수 기회를 또 다시 얻게되는 셈이다. 

그는 우선매수청구권 마지막날인 19일 중국으로 떠나 한중우호협회 모임에 참석하는 여유도 보였다. 

중국기업인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를 뺏길 수 있는 상황이지만 상표권 논의없이는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어렵다는 점을 반영한 태도로 풀이된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20년 간 사용하길 희망하고 있다. 

박 회장은 마음만 먹으면 금호타이어에 금호 상표권을 쓰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 금호 상표권은 금호산업이 갖고 있는 금호산업의 최대 주주는 금호 지주사인 금호 홀딩스다. 이 회사의 대표가 박 회장이다. 

산업은행은 상표권을 보유한 금호산업 이사회에서 상표권 사용을 승인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호산업은 "합리적인 조건이 전제될 경우에 한해서 허용한다는 것이지 실제로 허락한 것은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다. 

만약 이 문제가 풀리지 않을 경우 이번 매매 계약은 최종적으로 결렬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글로벌 타이어 업계 14위인 금호 브랜드를 기대하고 1조원에 달하는 거액을 써낸 더블스타가 금호 상표를 쓰지 못할 경우 최종 계약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 

  • ▲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 ⓒ뉴데일리
    ▲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 ⓒ뉴데일리


  • 오는 5월 9일 치러지는 대선도 금호타이어 매각전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모두 일찍이 금호타이어를 중국기업에 매각하는데 반대의사를 밝혔다. 제2의 쌍용차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정치권의 기류를 타고 광주상의 등 지역 경제계까지 나서 금호타이어 매각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금호타이어 매각을 차기 정부로 넘겨 공정한 절차에 따라 재추진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산업은행은 오는 24일부터 원칙대로 더블스타와 매각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결국 시간 지연을 위해 법적 소송을 통해 5개월 이상 시간을 끄는 방법을 택할 것"이라면서 "정권이 바뀌면 다시 재도전하는 방식을 띨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