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 구성 협의 중… 4조 민자사업 준비 착수현대로템, 8월 2층 KTX 시험운전
  • ▲ 2층 고속열차 콘셉트 디자인.ⓒ코레일
    ▲ 2층 고속열차 콘셉트 디자인.ⓒ코레일

    2층 고속열차(KTX) 도입 논란과 관련해 범현대가(家)인 현대로템과 현대산업개발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형국이어서 눈길을 끈다.

    계열사 간 끈끈한 유대감은 과거의 유물이 됐다. 사업 이익이 걸려있다 보니 서로 견제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겉으로는 현대로템이 꽃놀이패를 즐기는 양상이다. 다만 중장기적인 안목으로는 현대산업개발의 고속철도 민간투자사업 제안이 사업 확장의 저해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현대산업개발로선 현대로템이 4조원 규모의 사업 추진에 걸림돌로 떠올랐다. 일단은 무시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5일 현대로템에 따르면 오는 8월께 2층 KTX 객실 열차 2량을 출고하고 시험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재 차체 제작을 마치고 부품 생산 과정에 있다. 시험운전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맡는다.

    2층 KTX는 선로용량이 포화상태인 경기 평택~충북 오송 구간의 선로 이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 관심을 끈다.

    평택~오송 구간의 선로 용량은 편도 기준 하루 190회다. 올해 기본 열차운행 횟수는 총 176회로, 안전 여건 등을 고려하면 이미 포화상태나 진배없다.

    현대로템과 코레일은 2층 KTX를 도입하면 별도의 건설사업 없이도 기존 선로를 이용해 수송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견해다.

    2층 KTX는 1개 열차당 좌석 공급량이 1404석으로 기존 KTX 산천의 363석보다 4배쯤 늘어난다. 931석인 KTX-1과 비교해도 50% 이상 증가한다.

    열차 1대가 항공기(276석 A380-300 기준) 5대, 우등고속버스(28석) 50대와 맞먹는 수송력을 보이는 셈이다.

    문제로 지적되는 승하차 시간 지연은 출입문을 추가 설치하고 폭을 넓혀 보완할 수 있다는 태도다. 전력 소비 문제도 같은 시간에 수송력을 증대할 수 있어 오히려 이익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대로템의 이런 시각은 현대산업개발이 제안한 4조원 규모의 민자 고속철도 건설사업과 이해관계가 상충한다.

    현대산업개발은 평택~오송 구간에 고속철도를 새로 놓자며 지난해 2월 국토교통부에 민간투자사업 제안서를 냈다. 해당 구간은 경부선·호남선 고속철이 반드시 지나야 하는 알짜배기 구간이다. 사업비 회수는 문제 될 게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토부는 절차에 따라 같은 해 6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민자사업 적격성 조사를 의뢰한 상태다.

    현대산업개발은 사업을 진행할 컨소시엄을 구성하고자 기업들과 협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적격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했으나 사업 추진을 긍정적으로 보고 준비에 들어간 셈이다.

    현대산업개발 한 관계자는 2층 KTX 개발이 사업 추진에 변수가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에 "각사가 사업의 참여방법이나 범위 등을 검토할 텐데, 현대로템이 주장하는 내용과 상황을 잘 몰라서 견해를 밝히는 게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 회사가 아니라 독립법인으로 경영하는 것이므로 사업에 따라 경쟁할 때도 협업할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산업개발이 논란이 이는 2층 KTX 도입과 관련해 현대로템을 의식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읽힌다.

    현대산업개발이 회원사로 있는 (사)한국철도건설협회는 지난 20일 서울 용산 백범김구기념관 대회의실에서 '차기 정부에 바라는 철도 정책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토론에서는 2층 KTX 도입으로는 시설 부족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곤란한 만큼 추가적인 철도노선 건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현대산업개발이 민감한 사안과 관련해 현대로템이 주장하는 바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답변이다.

    현대로템은 꽃놀이패를 두는 모양새다. 열차 차량을 제작·판매하는 처지에서 어떤 식의 결론이 나든 일감이 늘어나는 건 매한가지라는 것이다. 2층 KTX를 만들어 공급하든, 신규 건설 노선에 투입할 일반 고속철도를 제작하든 회사에 득 되는 건 같다는 설명이다.

    다만 현대로템은 신규 건설사업이 추진되면 2층 고속철도 시장 개척이나 사업 영역 확장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같은 철도 선진국은 2층 고속열차 수요가 커지는 상황이다. 프랑스 철도공사(SNCF)는 지난 2007년부터 2층 고속열차만 구매하고 있다. 앞으로도 2층 열차만 제작·구매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2층 고속철도 국내 상용화가 늦어질수록 장래 해외시장 개척이나 경쟁력 측면에서 손해가 되는 셈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기존 선로 효율화, 신규 노선 건설 모두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신규 건설이 맞다"면서 "뭐가 맞고 틀리다의 관점이 아니라 효율성을 고려할 때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 건지의 문제다. 현대로템으로선 오히려 신규 건설을 통해 열차를 대량 공급하는 게 더 이익일 수 있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