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철 롯데 경영혁신실 재무혁신팀장 "신격호 회장 카리스마 대단"페이퍼컴퍼니 구체적인 실무작업·관리, 전적으로 법무법인 율촌에 의지신영자 이사장, 재판 중 협심증 통증으로 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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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 총수일가 경영비리 관련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한 두 번째 공판에서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세금 탈루는 신 총괄회장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4부(부장판사 김상동)는 25일 신격호 총괄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 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에 대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조세) 혐의 두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롯데그룹 정책본부 지원실장으로 근무하면서 신 총괄회장의 조세회피 실무를 처리한 것으로 알려진 이봉철 롯데 경영혁신실 재무혁신팀장(부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이 부사장에게 신 총괄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한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6.2%를 장녀 신 이사장과 서씨 모녀에게 증여하면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6000억원 상당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이 홍콩, 싱가포르, 미국 등에 설립한 네 곳의 특수목적법인(SPC) 동원해 지분 증여가 이뤄진 것과 관련 "다단계 출자구조는 서씨와 신 이사장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가 맞느냐"고 물었고, 이 부사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네 곳의 SPC가 실제로 사업을 영위했느냐는 질문에도 이 부사장은 "아니다"고 답해 페이퍼컴퍼니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부사장은 2015년 롯데가 형제의 난 등 많은 사건을 겪으면서 롯데그룹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고바야시 마사모토 전 롯데캐피탈 사장에게 서씨 모녀가 수면 위로 드러날 수 있다는 점 등의 문제점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 부사장은 대책회의까지 거친 결과, 서씨에 대한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이전은 형사 처벌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한국 롯데가 끼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절대 안된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대책회의에서 "금액이 생각보다 크다. 조세 회피 관련 일을 했던 사람들도 같이 처벌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고 말을 보탰다.


    다만 이 부사장은 검찰 측이 특정한 6000억원 상당의 세금 포탈 추산에 대해 서씨의 변호사 측에서 "국세청 조사 전에 약 1%가 1000억원이다. 2006년 당시 일본 롯데홀딩스의 싯가를 말한 것인가"라고 묻자, "명확하지 않다"고 답했다.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의 가격을 정확하게 파악한 적이 없다는 것.


    이어 이 부사장은 "신 총괄회장의 영향력과 카리스마가 대단했다"면서도 구체적 실무작업은 법무법인 율촌이 진행했고, 본인은 전체적 일정만 체크했다"고 증언했다.


    아울러 해외법인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서씨를 본 적도 없으며, 서씨를 일본 거주자로 인식했다고 답했다. 신 이사장과 관련해서는 해외법인 관련 서류 사인을 받을 때 보는 정도지만 이 조차 서류에 대한 일체의 설명 없이 사인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반면, 신 총괄회장 변호인 측은 "페이퍼컴퍼니를 조세피난처라고 하지만 홍콩에 무수히 많은 법인들이 있고, 홍콩 조세혜택은 많은 법인들이 절세를 위해 들어온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탈세가 아니라 '절세' 때문이고, 미국에 상장된 법인 중 절반 이상이 델라웨어에 있는 이유도 세제 혜택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는 신격호 총괄회장은 출석하지 않았고, 서씨와 신 이사장만 모습을 드러냈다. 오후 공판 진행 중 신 이사장이 협심증으로 고통을 호소해 15분간 공판이 휴정되기도 했다. 증인 심문이 길어지자 가슴을 움켜쥐며 괴로워하는 신 이사장을 발견한 재판부에서 휴정을 선언한 것.


    15분 동안 진통제를 복용하고 휴식을 취했으나 재판부는 신 이사장의 건강을 고려해 결국 이날 공판을 마무리 했다. 장기간 수감생활과 고령으로 인한 건강이상이 장시간 재판을 견디기 어렵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신 이사장은 '자신 때문에 재판이 멈춰 폐를 끼치는 상황이 미안하다'고 거듭 입장을 밝혔다.


    다음 공판은 5월22일 오전 10시로 예정됐으며, 이날 공판에는 롯데 정책본부에서 회계·세무 업무를 담당했던 장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