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지원 관련 오락가락, "증거 없이 추측만 차고 넘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공판이 매주 수목금 강행군 가운데 진행되고 있지만 결정적 증거 없이 지루하게 진행되는 양상이다. 특검이 공소 사실을 입증할 증거보다 추론에 의한 해석에 치중하면서 공판은 더디게 흐르고 있다.

    27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8회 공판기일이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렸다. 이날 공판은 두 번째 비진술증거에 대한 서증조사로 승마지원과 관련된 비진술증거가 다뤄졌다.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이 2015년 7월 25일 대통령 독대 후 최순실의 영향력과 딸 정유라의 존재를 알았다는 주장을 반박하는데 집중했다. 그 증거로 승마협회 관련 삼성전자 설명자료, 삼성 내부 승마협회 지원 문건, 코어스포츠와 삼성전자 계약서, 박상진 삼성 사장 겸 승마협회장의 문자메시지 등을 제시했다.

    먼저 특검은 피고인들이 삼성과 이해관계에 속해 있고 상급자를 위해 진실을 감출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말을 맞춘 것 같은 진술이 반복되고 있다. 이해관계에 의한 것이란 점을 양지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뒤이어 정유라 승마지원과 관련해 검찰의 특별수사본부로 전달된 삼성의 설명자료를 공개했다. 삼성은 해당 문서에서 '한화그룹과 방산 등 매각 딜이 진행되던 중 한화의 요청에 따라 회장사를 맡게 됐다'고 승마협회 회장사 수락 이유를 설명했다.

    특검은 "특검조사에서는 피고인들이 대통령의 권유로 회장사를 맡게 됐다고 동일하게 진술하고 있다"며 "삼성은 해외 언론에서 정유라가 삼성 소유 말을 탄다는 보도내용에 부담을 느꼈다고 설명하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이 정유라를 몰랐다는게 이해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삼성 측은 피고인들의 진술이 바뀐 것은 대통령의 힘을 무시할 수 없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재용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독대 내용을 공식적으로 드러내기 어려웠다는 항변이다.

    변호인단은 "특검은 삼성이 여러사실을 숨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하는데 당시로서는 독대 내용을 말하기 어려웠던 때"라며 "당시만해도 대통령의 힘을 무시할수 없던 시절이었다. 당시에 독대내용을 말하지 못했던 건 피해자 심문조서때 말한 것과 같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공모해서 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기억나는 대로 진술한 것"이라며 "특검 발족 이전과 이후가 사정이 달라졌다는 걸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특검은 승마지원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최 씨와 정유라의 존재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코어스포츠와 삼성의 계약서 번역본, 박상진 사장의 문자 메시지 등을 앞세웠다.

    특검은 "승마지원과 관련해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을 제외한 4명의 피고인이 2015년 7월 말 대통령의 지시가 최순실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용역비, 말, 차량 등을 지급하게 됐다고 언급했다"며 "이재용 부회장은 대통령의 승마지원 지시가 정유라에게로 향한다는 걸 그해 8월 알았다고 주장하는데 특검은 1차 독대에서 안 것으로 추론한다"고 지적했다. 

    박 사장이 독대 이전에 프랑크푸르트에 방문하려는 항공편을 알아봤다는 문자메시지를 볼 때 대통령이 질책해 뒤늦게 승마지원을 확인했다는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와 함께 대통령의 질책에 따른 대책회의 직후 박원오의 연락처를 확보했다는 점을 들어 삼성은 전부터 승마지원과 관련한 최순실과 정유라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출장을 포함한 박원오와의 연락은 승마지원 때문이 아닌 아시아승마협회 회장 선출 관련 논의 때문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러한 논쟁은 지난 2차 공판기일에서 한 차례 오갔던 내용이다.

    변호인단은 "우선 특검이 코어스포츠와의 계약이 졸속으로 체결됐다고 지적하는데 급박하게 진행된 건 사실이지만 대통령의 질책이 있었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었다"며 "특검은 박 사장의 문자메시지를 근거로 정유라와 최 씨의 영향력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전제하는데 추측에 불과하다"고 항변했다.

    더불어 반박의 핵심증거로 한국승마협회 중장기 로드맵을 꺼내들었다. 중장기 로드맵은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작성한 문건으로 올림픽 지원계획, 해외전지훈련 지원현황, 승마협회 지원사 현황 등이 포함돼있다.

    변호인단은 2015년 6월경 작성된 해당 문건에서 삼성의 지원은 총 4가지 경우의 수가 묘사됐으며, 그 가운데 한 가지가 박상진 사장에게 보내진 것이라 변론했다.

    하지만 박 사장이 해당 문건에 반응하지 않자 박원오는 올림픽 준비계획안이라는 유사한 문건을 다시 제안했고, 박 사장과 삼성은 박 전 대통령의 질책 이후라 울며 겨자먹기로 지원하게 됐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한편 특검은 서증조사 내내 '저희 생각인데, 추론하건데, 상식적으로' 와 같은 발언을 반복해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렸다. 부정한 청탁과 이 부회장이 승마지원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데 직접적 증거가 없어 간접정황을 설명하는데 치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