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진술 '자의적' 해석, '표현-맥락' 재구성 빈축"삼성 여러선수 지원 하려고 했지만 최순실 반대로 정유라 단독지원"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10차 공판이 2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312호 중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공판은 서증조사가 끝난 후 처음으로 열리는 증인신문으로 진행됐다. 증인으로는 승마선수 최준상 씨와 노승일 전 코어스포츠 부장이 출석했다.

    신문은 특검의 주신문과 변호인단의 반대신문, 재판부의 직접신문으로 진행됐다.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지원을 밝혀내야하는 만큼 관련 증인들이 증인대에 올랐다.

    먼저 특검은 최준상 씨가 정유라와 같은 마장마술 선수였던 점을 감안해 독일 전지훈련 관련 승마지원 프로그램과 승마계 내부에서 최순실의 영향력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했다. 

    최 씨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2006년 카타르 아시안게임, 2008년 북경 올림픽,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등에서 국가대표로 활동했던 선수로 2005년부터 3년간 삼성 승마단 소속으로 활동한 바 있다.

    특검은 최 씨가 삼성 승마단에 입사한 경위와 한국마사회 소속으로 이적한 이유 등을 질문했다. 특히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의 역할에 대한 구체적인 사안을 확인하면서 최순실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승마계에 미친 영향력을 따져물었다.

    정유라의 승마실력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진행된 국가대표 선발전을 언급하면서 정유라가 국가대표 단체전에 소속될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확인하기도 했다.

    최 씨는 당시 정유라가 4등으로 국가대표 단체전 소속으로 선발된데 대해 "개인적으로는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부정하게 선발되지 않았나 생각했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정유라에 밀려 국가대표에 선발되지 못한 선수의 부모님이 언성을 높이며 항의했지만 비디오를 보면서 실수를 지적하는 클리닉이 열리지 않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통상 클리닉이 열리는데 그 때는 처음으로 클리닉이 열리지 않았다. 클리닉을 왜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승마협회에서 이번에는 클리닉 계획이 없다면서 넘어갔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5년 진행됐던 독일 전지훈련과 관련해 당시 승마협회 이사로 활동하던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 박원오 전무, 한국승마협회 차장으로부터 제안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최 씨는 "정유라가 삼성으로부터 단독 지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다른 선수들을 지원하면 경쟁자를 키우는 셈이 되기 때문에 지원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삼성 입장에서는 다같이 지원을 할 목적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최순실 씨가 그렇게 원치 않아서 삼성이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은 삼성이 정유라에 대한 단독 지원을 감추기 위해 다른 선수들을 지원하려 했다는 특검의 논리와 정반대되는 진술이다. 특검은 최 씨의 진술조서를 앞세워 이같은 주장을 펼쳤지만 증인은 특검이 작성한 진술조서를 부정했다.

    이에 재판부는 진술조서와 신문사실에 모순이 있다며 해당 발언을 직접 확인했고, 최 씨는 수 차례에 걸쳐 "삼성은 다같이 지원하려고 했는데 경쟁자에 대한 지원을 경계한 최순실이 원치 않아 정유라에 대한 단독지원으로 마무리된 것으로 생각된다"고 답했다.

    그동안 최순실의 강요로 승마지원을 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하던 삼성 측은 최 씨의 주장에 반색을 표했다. 그러면서 특검이 증인의 진술의 자의적으로 해석해 진술조서에 옮겨 담았다고 꼬집었다.

    변호인단은 "증인의 진술서는 유독 생각과 추측으로 기재된 부분이 많다"며 "표현하기에 따라 미묘한 차이를 보이는데 특검은 진술서를 재구성했다. 증인이 진술서를 직접 작성한게 아니기 때문에 실제 생각과 차이가 있다는게 신문에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한편 노승일 전 코어스포츠 부장에 대한 신문은 최순실씨가 삼성의 지원을 받기 위해 만든 페이퍼 컴퍼니 코어스포츠 재단 설립 과정과 자신과 고영태 씨가 퇴사한 이유, 삼성의 지원 과정 등이 주로 다뤄졌다.

    코어스포츠 재단의 설립 목적에 대해 노 전 부장은 정유라만을 지원하기 위한 조직이었다고 주장했다. 최순실이 삼성과 계약을 체결해 정유라를 지원하기 위해 기획됐을 뿐 다른 선수에 대한 지원계획은 애초부터 없었다는 것이다.

    노 전 부장은 "최순실은 처음부터 정유라 지원과 관련된 것만 기획했다. 그래서 박원오 전무와 입장차이가 있었다"며 "박 전무는 정상적으로 선수도 선발하고 시설이나 트레이너를 구하려고 했는데 최순실이 못하게 했다. 최순실은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했는데 어디가서 설치고 다니냐고 꼴깝 떤다고 뒷말을 했다"고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