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베이커리·공연장 접목 복합문화공간 마련 분주새고객 유치·기존고객 관리 대면채널 패러다임 변화
  • ▲ 국민은행은 올해 말 서울 홍대입구 사거리에 다용도 복합문화공간 KB락스타 청춘마루를 오픈할 계획이다.ⓒKB국민은행
    ▲ 국민은행은 올해 말 서울 홍대입구 사거리에 다용도 복합문화공간 KB락스타 청춘마루를 오픈할 계획이다.ⓒKB국민은행

    최근 디지털 뱅킹 이용도가 높아지면서 은행들이 점포 운영 관련 새판짜기에 돌입했다.

비용이 많이 드는 일반 영업점을 없애는 대신 까페를 접목한 이색 점포나 복합문화공간을 마련해 자연스럽게 고객을 유인하는 방식으로 대면 채널 활용에 변화를 주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올해 말 서울 홍대입구 사거리에 다용도 복합문화공간 KB락스타 청춘마루를 오픈할 계획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 공간 내 국민은행 영업점이 없는 점이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에 공연, 강의, 까페 등 다양한 문화 시설이 속속 채워질 계획이지만 은행 점포는 개설 계획은 없다.

젊은 층을 위한 공간 속에 KB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녹이면서 2030 고객들에게 딱딱함 대신 친근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심는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실제로 40년 동안 국민은행 영업점으로 운영된 이 건물은 연말부터 다용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다.

뉴욕 타임스퀘어의 티켓오피스나 로마 스페인계단처럼 계단형 디자인으로 건축되며 건물 1층 계단은 '만남의 장소'로 지정해 모든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건물 설계를 위해 홍익대학교 건축 대학 교수진 19명을 초빙하는 등 복합문화공간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오는 12월부터 운영하기 위해 이달부터 착공에 들어간다.

비슷한 시기에 KEB하나은행도 홍대에서 복합문화공간 오픈을 준비 중이다. 서울 서교동지점에 지하3층부터 지상 7층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은행 역시 1층은 야외 공연장과 공지로 만들어 시민들이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 중간에는 상가와 카페를 입점시킬 계획이다. 

국민은행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은행과 증권, 카드사가 입점해 고객에게 종합 금융서비스도 함께 선보인다는 부분이다.

  • ▲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위치한 우리은행 베이커리 인 브랜치. ⓒ 뉴데일리DB
    ▲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위치한 우리은행 베이커리 인 브랜치. ⓒ 뉴데일리DB

  • 국민은행과 하나은행보다 한 발 앞서 점포 전략 변화에 시동을 건 곳은 우리은행이다. 

    지난해 3월 커피브랜드 폴바셋과 콜라보레이션 점포인 동부이촌동지점 카페 인 브랜치를 오픈했고, 뒤이어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 1층에 베이커리 인 브랜치도 선보였다.  

    은행 입장에서는 유명한 유통 브랜드를 활용해 고객을 쉽게 유인할 수 있고, 점포를 활용해 부동산 수익도 올릴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평가다.

    은행들이 이처럼 이색 점포 마련에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대면 채널을 포기할 수 없는 금융업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PC와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상품 가입, 송금, 환전 등 단순 금융거래업무는 처리는 가능하지만 신규 고객 확보가 쉽지 않아서다. 

    물리적 접근성이 높은 지점을 활용해 고객을 유인하는 방법이 가장 빠르고 쉬운 만큼 은행 입장에서도 대면 채널을 아예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비용이 많이 드는 일반 영업점은 최대한 줄이돼 고객이 스스로 찾아오는 점포를 선보여 새로운 경험 기회를 제공하고, 은행 브랜드 이미지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같은 은행 지점 운영 패러다임 변화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등 미국 대형 은행들은 최근 창구직원 대신 재무어드바이저를 배치해 전문 상담 점포로 탈바꿈하는 추세다. 

    캐피탈 원(Capital One) 역시 카페스타일 은행 지점을 운영하며, 반값 커피를 대표 상품으로 내놓고 고객들의 대화 공간을 마련했다. 

    고객의 자금문제를 은행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줄 수 있는 조언자라는 이미지를 마련하기 위해 따듯하고 친근한 지점 환경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이스는 고객이 점포에 입장하면 스스로 성공한 사람처럼 느낄 수 있도록 고급스럽게 점포 환경을 업그레이드 중이다.

    국내에서는 한국씨티은행이 고급화 전략을 선택하고 강남, 청담 등에 대형 자산관리센터를 개설, 자산 기준에 따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지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에서도 모바일뱅킹 이용 증가로 점포 수가 줄고 인력 구조조정이 계속되고 있지만 신규 고객 유치 및 기존 고객 대상의 상품 판매 강화를 위해 점포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며 "국내 은행들도 공연장이나 카페를 접목한 특화 점포를 시도하고, 전문적 상담이 필요한 맞춤형 금융상담 제공에 노력해야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