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농협은행 신입공채 진행, 2017년 고용 가뭄 속 단비 역할 톡톡인력 구조조정·디지털 금융 여파 고졸 신입행원 채용 규모 대폭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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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들이 상반기 신입사원 공개 채용을 시작했지만 규모는 예년만 못하다. 인력 구조조정과 디지털 금융이 빠르게 진행돼 굳이 인원을 늘릴 이유가 없어서다.

    고졸 채용문도 좁아지는 추세다. 창구 업무 대부분을 키오스크나 모바일 뱅킹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고졸 행원들이 설 자리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은행권 상‧하반기 채용은 옛말, 하반기 1회·수시 채용 등 변화 바람 

    9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100여명의 신입행원을 뽑을 계획이다. 영업점 예금팀 업무를 전담하는 개인금융서비스 직군을 모집 중이며 최종 합격시 오는 7월 말부터 근무하게 된다. 

    우리은행의 이번 채용은 취업 준비생들에 가뭄 속 단비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다. 상반기 공채 시즌이 끝나가는 가운데 은행권에서 지금까지 채용에 나선 곳은 농협은행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까지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은행들은 1년에 두 번, 상반기와 하반기에 나눠 신입행원 공채를 꾸준히 시행해왔다.

    KEB하나은행은 2015년 하나‧외환 통합은행 공채 1기로 500명을 선발하는 등 당시 채용 시장에는 봄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채용 빗장을 굳게 걸어잠그기 시작했다.

    2016년 시중은행 가운데 상‧하반기 채용을 진행한 곳은 신한은행 뿐이었다. 각각 104명, 200명의 신입행원을 선발했고 대부분의 은행들은 하반기 공채만 실시했다.

    기업‧농협‧국민‧우리‧신한‧KEB하나은행 등 6대 시중은행의 전체 채용 규모를 살펴보면 지난 2015년까지만해도 2513명에 육박하던 신입행원 숫자는 지난해 1274명으로 49% 가량 감소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하반기 채용 패턴이 이어지면서 600명에 달하는 신입 직원을 채용한 곳도 있다. 2015년 당시 농협은행은 1년에 두 번 신입공채를 진행한 결과 총 594명을 선발했다.

    하지만 2016년부터 은행권 채용은 하반기에 한 번, 1년에 1회 방식이 굳어지면서 신입직원 규모가 대폭 쪼그라들었다. 

    그나마 상‧하반기 채용을 모두 진행한 신한은행만이 304명을 선발, 지난해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신입행원을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예년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 등장과 모바일, PC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금융서비스가 확대되고 있어 굳이 인원을 늘릴 필요가 없어서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신규 채용 방식 역시 변하는 분위기다. 현재 신한은행은 수시 채용 방식을 염두에 두고 공채 시스템을 손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들은 몇 년 전부터 업무 공백에 맞는 능력을 갖춘 직원들을 필요시 채용하는 방식으로 인력을 확충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지점을 굳이 방문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금융 거래를 스마트폰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인력 확충에 대한 니즈는 계속 줄어들 것"이라며 "향후 5년 내에 전문 능력을 갖춘 인재를 수시로 채용하는 방식으로 은행권 채용 방식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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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졸 행원, 채용문 좁아진다…디지털 금융 가속화에 '울상' 

    과거 고졸채용에 앞장섰던 은행들이 최근에는 시큰둥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 활성화 정책에 맞춰 고졸 채용에 나섰지만 정권 교체가 거듭되면서 지금은 구색맞추기 수준이다.

    기업‧농협‧국민‧우리‧신한‧KEB하나은행 등 6대 시중은행의 고졸 채용 규모를 살펴보면 2011년 316명을 기록했던 고졸 신입행원 수는 2012년과 2013년 각각 645명, 609명으로 껑충 뛰었다.

    이명박 정부 핵심정책 중 하나였던 고졸채용 활성화에 발맞춰 은행들이 채용문을 활짝 열고 취업 기회를 대폭 제공한 셈이다.

    하지만 2014년부터는 고졸 채용 규모를 급격히 줄이기 시작했다.

    전년까지만 해도 세자릿 수 넘는 인력을 뽑고 최대 200명에 달하는 고졸 행원을 선발했지만 2014년부터는 채용 규모가 두자릿 수로 축소됐다. 심지어 내부 사정을 이유로 고졸 채용을 진행하지 않는 은행도 있었다.

    고졸 채용 감소 추세는 지금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한때 100명이 넘는 인원을 선발했던 일부 은행들은 지난해 49명, 35명 수준으로 고졸 신입행원 숫자를 크게 축소했다. 

    급격히 좁아진 은행 채용문 앞에서 고졸 취업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지만 은행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로 지점 창구에 배치되는 고졸 행원들이 맡아왔던 상품 가입·송금·체크카드 발급 등 단순 금융거래 서비스를 모바일이나 인터넷, 키오스크가 대신하도록 디지털 금융 전환 작업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점에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금융 거래 대부분을 처리할 수 있도록 금융 환경이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은행은 투자 상담이나 자산 관리 등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결국 고졸 행원들 역시 금융 지식이나 자격증, 전문성을 갖추지 않는 이상 설 자리가 점점 사라질 수 밖에 는 셈이다.

    다만, 은행들 역시 고졸 취업자들의 채용 기회를 아예 박탈하기 보다는 소수를 지속적으로 뽑는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현재 채용을 진행 중인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이달 말 고졸 신입행원 합격자를 발표한다.  신한은행도 지역특별전형 입출금창구업무(RS직) 신입행원을 모집 중이다. 고졸·대졸자 모두 지원 가능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정부 눈치보기에 급급했던 은행들이 고졸 행원 채용 규모를 경쟁적으로 늘렸지만 대부분 단순 업무를 처리하는 창구직에 배치하는게 전부였다"며 "비용과 효율성을 고려해보면 결국 고졸 채용 규모는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