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형-장남수' 증인신문…추측 난무하는 일방적 주장만""조서에 특검 논리 따랐지만...증인 진술서 '모른다' 뒤집어"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뇌물공여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11차 공판이 10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공판은 두 번째 증인신문으로 진행됐다. 증인으로는 김찬형 전 비덱타우누스호텔 직원과 장남수 전 비덱스포츠 대리가 출석했다.

    이날 오전에는 비덱타우누스 호텔에서 근무했던 김찬형 씨에 대한 신문이 이뤄졌다. 김 씨는 최순실의 측근으로 잘 알려진 장순호 전 플레이그라운드 재무이사의 권유로 독일 현지법인 비덱스포츠가 사들인 비덱타우누스 호텔에서 2016년 6월부터 그해 10월까지 약 4개월간 근무했다.

    출국 한 달 전 강남에 있는 카페에서 최순실을 만나 면접을 봤다는 김 씨는 스포츠마케팅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외국어를 공부할 겸 일을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호텔관련 업무를 담당한 김 씨는 "유럽손님들이 호텔에 방문하면 예약을 받고 접대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호텔의 실질적 소유는 최 씨인지 삼성인지 들은 바 없지만 다른 직원들이 하는 말을 유추할 때 삼성의 소유라고 추측했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김 씨를 상대로 비덱타우누스 호텔과 정유라가 이용한 말, 삼성이 말 중개상인 헬그스트란과 체결했던 계약서, 승마 선수들을 지원하는 함부르크 프로젝트와 관련된 사실을 신문했다.

    특히 비덱스포츠가 최순실에게서 크리스티앙 캄플라데에게로 넘어간 계기와 비덱스포츠와 삼성이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의논한 2016년 4분기 예산보고서, 삼성이 사준 것으로 의심받는 살바토르·비타나V·라오싱의 매매과정, 블라드미르·스타샤 교환계약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실제 김 씨는 지난해 10월 최 씨의 지시에 따라 교환계약을 위한 자금을 송금하기도 했다.

    김 씨는 교환계약을 위한 송금, 4분기 예산보고서, 함부르크 프로젝트와 관련된 업무를 한 것을 시인하면서도 최순실의 지시에 따른 것일뿐 구체적인 내막은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 씨가 삼성에 매달 23만 유로를 요구했고 삼성이 난감함을 표했다는 지적에는 "외부 만남이나 미팅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알 수 없었다. 내가 하는 업무는 말과 관련된 업무가 아니었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지난 공판과 같이 특검의 진술조서에 대한 신빙성이 논란이 됐다. 증인이 특검 조사에서 인지한 사실이 마치 이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작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변호인단은 "김 씨의 진술조서를 보면 최순실과 장남수가 덴마크 출장에서 누구를 미팅했다는 진술이 있는데 김 씨는 특검 조사전까지 최순실이 덴마크에서 누구를 만났는지 몰랐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특검 조사가 유도신문에 의해 진행된 것이란 점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 김 씨는 "해당 발언들은 근무 당시에는 몰랐고 특검에서 조사 받으면서 당시 상황에 대한 증거나 설명을 듣고 알게 됐다"며 "그런 설명에 대해 동의한 거다. 특검 조사를 받으면서 틀렸다고 할 수 없어서 그렇게 말했을 뿐"이라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진술조서와 신문사실의 모순을 직접 확인했고, 김 씨는 "특검 조사를 통해 사후에 알게된 내용"이라 변호인단의 지적에 힘을 실었다.

    여기에 비덱스포츠와 비덱타우누스 호텔의 모든 재산이 삼성 소유였다는 발언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같은 발언은 그동안 최순실의 강요로 승마지원을 했다는 삼성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다만 김 씨가 정유라가 사용했던 말들이 최순실 모녀의 소유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특검과 변호인단의 공방이 펼쳐지기도 했다. 변호인단은 "김 씨가 별다른 근거 없이 단편적인 기억으로 진술한다"며 "정유라가 주로 해당 말들을 이용하니 말들이 최 씨의 소유였던 것으로 기억하는 것 같다"고 항변했다.

    한편 오후 열린 장남수 전 비덱스포츠 대리에 대한 신문은 최순실의 재산 형성 과정과 관련자금 유통 경로 등이 주로 다뤄졌지만 장 씨가 모르쇠로 일관해 허무하게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장 씨는 비덱스포츠의 법인 계좌 관리 업무를 담당했던 인물로 노승일 전 코어스포츠재단 부장은 장 씨를 최순실의 조력자로 지목한 바 있다. 장 씨는 최 씨와 함께 함부르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승마관련 업무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장 씨가 독일 생활을 시작한 경위, 정유라와 주변 인물의 역할, 코어스포츠 재단과 최순실 개인 계좌의 흐름 등을 집요하게 물었지만 장 씨는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 맞는 것 같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