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예산 10조원 국가 재정만으로는 한계전월세상한제, 시장 혼란 야기… 부작용 우려"공공임대주택 공급, 주거안정에 필요한 사업"
  • ▲ 문재인 제19대 대통령. ⓒ뉴데일리 DB
    ▲ 문재인 제19대 대통령. ⓒ뉴데일리 DB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제시한 부동산 공약은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비롯해 연간 공적임대주택 17만호 공급 전월세상한제 등 주거약자 보호 정책으로 요약된다.

    세 사업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으나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공공임대주택 보급 확대 등의 경우 재원 마련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기됐으며, 전월세상한제 역시 시장혼란을 야기해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기간 동안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주요 부동산 공약으로 내세웠다. 매년 10조원씩 5년간 공적재원 50조원을 투입해 낙후된 도심환경을 개선하겠다는 내용이다.

    뉴타운·재개발 사업 진행지가 아닌 500여개 구도심과 노후 주거지가 대상이다. 기존 동네를 완전히 철거하는 대신 소규모 정비사업 위주로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노후 주거지의 주택을 단지 단위로 개량·재건축하고, 마을에 주차장이나 어린이집 등 생활편의 기반시설을 설치하는 식이다.

    의미는 이전 정부의 도시재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규모는 물론, 틀 자체도 다르다는 평가다.

    2013년 말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 후 국토교통부는 서울 창동과 부산 영도 등 전국 46곳을 활성화 지구로 지정해 도시재생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했다. 또 지방 주거취약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재생사업인 '새뜰마을사업'도 진행했다. '새뜰마을' 사업지는 모두 68곳이다.

    그러나 이들 사업에는 문화시설 설치나 간판 정비사업 등에 그쳐 도심의 모습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못했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기존 도시재생사업에 대해 "그동안 사업에 투입된 재정은 연간 1500억원에 불과해 생색내기에 그쳤다"며 이보다 66배가 넘는 10조원의 재정투입을 약속했다. 이 때문에 도시재생에 대규모 정책사업을 뜻하는 '뉴딜(New Deal)'이라는 단어가 붙은 것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도시재생 예산 10조원 중 2조원은 중앙정부 재정으로, 8조원은 주택도시기금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업비로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다.

    김형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0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국가 재정만으로 조달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취지는 좋지만 구체적인 대책이 없어 보인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예산(1500억원)의 66배가 넘는 10조원이 도시재생사업에 투입된다면 건설·부동산시장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가운데 LH와 SH의 부채가 상당해 재정 충당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는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함께 문 대통령의 핵심 부동산 공약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공공임대주택 보급을 확대하겠다는 주택정책 공약을 내놓았다. 매년 공공임대주택 13만가구과 공공지원 임대주택 4만가구 등 17만가구를 공급하는 '주거 사다리 정책'을 통해서다.

    공공임대주택은 LH 등 공공기관이 직접 공급·관리한다. 공공지원 임대주택은 민간이 소유하되 공공기관이 토지 장기임대, 리모델링비 지원 등을 통해 확보하는 주택이다.

    청년층을 겨냥한 소형주택 30만실 공약도 내놨다. 대도시 역세권을 개발해 청년주택 20만실을 시세보다 싸게 공급하고, 청년 임대주택과 대학기숙사를 5만실씩 확대 공급하는 내용이다.

    이 공약이 실현되면 이번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량은 5년간 총 85만가구로 이명박 정부 45만가구의 두 배에 육박하며, 55만가구를 공급했던 박근혜 정부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 공약이 정책으로 실현되면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만 공공주택 부지 마련과 재원지원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주거안정에 꼭 필요한 사업이지만,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선진국의 사례처럼 바우처(Voucher) 제도를 적절히 활용해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함께 강구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공공과 민간이 다양한 형태의 주택을 서민에게 공급하는 것은 좋지만, 각 계층에 맞는 주택의 공급을 현실화해야 한다"며 "공공임대주택을 무턱대고 확충하는 것보다 부지나 재원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충언했다.

    전월세상한제 역시 서민주거 안정책으로 공약한 정책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전월세 인상률을 일정 한도(재계약시 상승률 5%)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와 세입자가 1회에 한해 집주인에게 전월세 계약갱신을 청구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주요 부동산 공약으로 밝힌 바 있다.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의 경우 MB정부와 이전 정부 당시에도 야당 주도로 도입이 추진됐지만, 정부와 여당의 반대에 부딪쳐 거듭 좌절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전 어느 때보다 도입 가능성이 높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도입을 추진 중이고,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주요 야당도 제도 도입에 호의적이다. 때문에 이번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오는 9월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이 두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민주거안정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집주인이 시행 전 단기적으로 미리 과도하게 전셋값을 인상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임대사업 의지가 약해지면서 민간임대주택 공급이 줄어들게 돼 전셋값 안정이라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두 가지 제도가 동시에 시행될 경우 '이중규제'가 될 가능성은 물론, 단기적으로 전셋값 상승에 대한 문제가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세입자 입장에서는 전셋값 폭등을 방어할 수 있는 안정적인 방어 장치가 되겠지만, 소유자 입장에서는 일종의 재산권 침해라고 볼 수도 있다"며 "계약갱신청구권의 경우 전세시장이 안정되면 도입을 검토하는 게 합리적이지만, 전월세상한제는 도입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은 "단기간에는 전셋값이 급증하고 장기적으로는 민간의 임대주택 공급 축소로 임대료가 상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인위적인 가격제한정책은 시장 질서를 왜곡시키는 만큼 임대공급 자체를 늘리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분석했다.

    때문이 신중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투자환경 악화에 따른 민간임대시장 공급 위축이 우려된다. 민간사업자들이 주택투자나 임대공급을 꺼릴 경우 민간 전월세 공급량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며 "시장의 합의와 이해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