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출국 등 채권 회수 불가 리스크 높아 소극적 태도외국인 신용평가모형 개발 등 시스템 구축 필요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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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거주 외국인이 200만명을 넘어섰지만, 은행들 대부분이 외국인 대상 신용대출은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모바일뱅킹이나 카드, 송금 서비스에 대해서는 편리성을 높여 외국인 고객 끌어들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반면 리스크 관리가 어려운 신용대출에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 중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에서 실제로 외국인 신용대출이 집행된 사례는 극소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에 외국인 신용대출 취급 규모를 문의했으나 대부분 수치가 미미해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일부 은행 영업점에서는 리스크 관리가 어려운 외국인 신용대출 신청은 되도록 승인하지 않는 쪽으로 업무 방향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규정 상 외국인 역시 신용대출을 신청하면 국내 고객들과 동일한 심사조건을 적용해야 한다. 

하지만 외국 고객의 정확한 신원을 보증하기 어렵고, 해외 출국으로 채권 회수 실패 가능성이 큰 까닭에 외국인 신용대출 집행에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분위기다.

위험도가 높은 신용대출은 최대한 취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외국인 신용대출은 승인하지 않도록 내부적으로 유도하는 영업점도 일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국인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은행들 역시 보증인 보다는 근무 중인 회사나 거주지 등 확실한 담보를 확인한 뒤 대출 집행을 진행 중이다. 

표면적으로는 내국인과 동일한 심사조건을 적용 중이라고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까다로운 잣대를 적용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복수의 은행 관계자들은 "외국인 고객들의 송금 기록이나 휴대폰 이용 내역, 급여 이체 실적 등 금융 거래 내역은 확인되지만, 은행에 통보없이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채권 회수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며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은행들로서는 외국인 고객 신용대출 승인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 역시 "외국인 거주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정확한 데이터 수집이 어렵다보니 리스크를 분석할 수 있는 신용평가모형(CSS)을 구축하지 못한 상태"라며 "국내 거주 외국인이 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신용대출 수요를 맞추기 위한 시스템이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급하게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은행 문턱을 넘을 수 없는 외국인들을 위해 삼성화재가 대출 시스템을 운영 중이지만 이 역시도 실효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부터 운영 중인 출국만기보험 담보대출시스템의 경우 질병이나 재해로 4주 이상 요양이 필요하거나 사업장의 휴업 또는 폐업, 고용허가 취소 등 외국인 근로자의 귀책 없는 사유가 확인될 때만 대출이 가능하다.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사용자가 퇴직금 명목으로 모아둔 자금의 최대 5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 승인 절차가 까다롭다보니 급한 자금이 필요한 외국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삼성화재가 올해 출국만기보험 담보대출시스템으로 집행한 건 수는 단 1건에 불과했고 금액도 52만원으로 미미했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예‧적금 상품이나 체크카드 프로모션을 통해 금융 업무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외국인 고객이 점점 늘고 있다"며 "고객 규모 확대에만 급급하기보다는 어려운 상황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품 혹은 서비스 마련도 시급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