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내 유진증권과 함께 금융사업 확장 기대현대저축銀, 그동안 개인·PF대출 확장해산업계 저축銀 기업 사금고화 우려도 있어 업계 "구체적 인수 방식·매각대금 마련 관심"
  • ▲ 현대저축은행 로고 ⓒ현대저축은행
    ▲ 현대저축은행 로고 ⓒ현대저축은행
    유진그룹이 현대저축은행을 품에 안으며 산업계 저축은행의 명맥을 이어간다.

    일각에서는 그룹 내 유진투자증권과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저축은행의 사금고화 우려도 만만치 않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유진그룹 컨소시엄을 현대저축은행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매각가는 2000억원 안팎으로 현대저축은행 장부가액 2580억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유진그룹이 현대저축은행 인수에 나선 것은 그룹 내 금융사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저축은행은 자산 규모로만 보면 1조7202억원(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80개에 달하는 저축은행 중 업계 10위 안에 드는 상위권 기업이다.

    특히 현대저축은행은 매물로 나와 있는 기간에도 개인대출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늘리며 자산을 키워왔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대출채권은 1조4803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3728억원, 33.7%나 급증했다.

    이 가운데 개인 대출은 지난해 말 8198억원으로 동기간 3657억원, 80.5% 늘어난 영향이 컸고, PF대출은 1347억원으로 101.6%폭증했다.

    기존 계열사인 유진투자증권에 이번에 현대저축은행까지 더해 그룹 내 금융 계열사간 시너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진기업은 유진투자증권과 유진자산운용 등이 있었지만 (은행 역할을 할 수 있는) 저축은행 등은 없었다"며 "그동안 유진기업은 하이마트, 동양 등 지분을 사들이면서 적극적인 투자 성향을 보여왔던 터라 이번 저축은행 인수도 그런 차원에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유진그룹의 현대저축은행 인수와 관련해 대기업의 사금고로 전락할 우려도 있기 때문에 이를 철저히 배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그동안 산업계 저축은행은 대주주가 저축은행 내 대출 등의 업무에 영향을 끼친 사례가 있었다"며 "일반 기업들이 저축은행을 인수할 때 이런 점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유진그룹의 사업지주사인 유진기업은 빌린 자금이 많은데다 계열사 빚 보증 부담도 크다.

    유진기업의 영업활동으로 회사에 들어오는 현금, 조정영업현금흐름(OCF) 대비 차입금 비중은 지난해 9월 말 개별기준 17.5%로 전년보다 2.9%포인트 상승했다.

    또 31개에 달하는 종속·관계기업 중 유진기업이 지급보증을 해준 곳은 10여곳으로 전체 보증한도 규모는 3072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유진기업이 어떻게 자금을 조달해 현대저축은행 매각 대금을 치르고, 향후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 심사를 순조롭게 넘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진기업이 동양 인수 후 재무 위험을 줄여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현대저축은행 인수는 예상치 못한 부분이었다"며 "견고한 이익을 내고 있지만 향후 유진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인수를 추진하고 매각 대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관심사"라도 말했다.

    한편,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르면 저축은행을 인수하려는 대주주가 금융사가 아닌 내국법인일 경우 부채비율이 300% 이하여야 하고, 매각 대금은 차입으로 조성된 자금이 아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