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개혁 앞서 대학들 '인기학과' 생존 전략
  • ▲ 내년 초 2주기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앞두고, 대학들이 학과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학생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 내년 초 2주기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앞두고, 대학들이 학과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학생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정원 감축·부실대학 퇴출 등에 관한 2주기 대학구조개혁 평가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대학들이 평가에 앞서 선제 대응으로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진통을 겪고 있다.

    대학들은 생존 방안으로 충원율·취업률 등을 고려한 학과 통폐합·정원 조정 계획을 마련했다.

    이에 학생들은 구성원 의견을 무시한 '인기 학과' 위주 전략이라며 반발했고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이 같은 잡음에 대학은 교육부를 바라보고 있지만, 교육당국은 자율성 부분에서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16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내년 3월 실시 예정인 2주기 대학구조개혁 평가는 대입 정원 5만명 감축 방향이 설정됐다.

    앞서 지난 3월 발표된 2주기 대학구조개혁 기본계획에는 1·2단계로 나눠 1단계에서 생존한 절반가량은 자율감축을, 2단계 대상에 오른 대학들은 X·Y·Z등급으로 구분해 정원 감축을 이행토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강제 감축을 피하기 위해 대학들은 앞서 진행된 1주기 평가 등을 바탕으로 2주기 진행 전 1단계 잔류를 위한 사전 준비에 나서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대학들은 학과 개편을 통한 구조조정 등을 추진했지만 학생들은 반발했다. 성과 위주의 학과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대진대는 경쟁력 제고 등을 이유로 종교문화학과·도시부동산학과 등을 폐지하기로 결정, 경기대는 2018학년도 학과구조개편을 통한 '트랙제' 도입을 예고했고 동덕여대·가천대·인하대·성공회대 등은 학과 개편 또는 통폐합 등의 계획을 내놓았다.

    대학가는 술렁였다. 동덕여대 학생들은 학교 계획에 반발해 대학 본관을 점거했었고, 경기대 학생들은 '인기학과 생존'을 우려하며 트랙제 전환을 거부했다. 가천대·대진대 등 재학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커뮤니티 대나무숲 등에 학교 추진 방향을 비난했다.

    지방 대학들 역시 학과 통폐합 등 구조조정 계획에 논란이 됐다. 청주대, 경성대, 군산대, 조선대 등도 학과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학생들이 거부 입장을 보였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앞두고 대학들은 대비해야 하는데 학생 반발이 심화되고 있다. 대학 생존이 걸려 있기에 구조조정을 하는 것인데 학생들을 모두 설득할 수 없는 노릇이다"고 하소연했다.

    A대학 측은 "교육부가 정원 감축을 진행한다고 하니 평가지표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하지만 늘 반복되는 반발에 교육당국이 뒷짐만 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1주기 평가지표와 비교해 2주기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는 부분에서 대학들은 높은 충원율, 취업률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관된 반응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소통 없이 학문의 다양성이 침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2주기 평가 지표로 등장하는 요소 중 구성원 소통과 연관된 '대학 운영 건전성'은 2단계에서 진행된다. 이에 1단계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무리한 학과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B대학 관계자는 "사실 구성원 소통을 통한 합의 과정이 있어야 학과 개편 등이 가능하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 소통을 통한 이해를 돕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2주기 평가 전부터 확산되는 대학가 잡음에 교육부는 자신들이 나서기엔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 운영 건전성'에는 총장의 독단적 행위 등에 대한 민주적 절차를 진행하는지 등을 본다. 세부 지침은 현재 마련 중이다. 이를 2단계에서 보려는 것은 1단계에서 미흡한, 퇴출 대학들을 선별하기 위해 평가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도 (대학가 갈등에)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무분별하게 학과를 통폐합하는 것에 우려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를 완벽하게 관여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