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보복' 피해 지속… 중국사업 '고난'의무휴업·출점제한 등 규제 강화 움직임에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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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사진. ⓒ연합뉴스


    유통업계가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소비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미세먼지가 소비를 가로막고 있다. 새 정부 출범으로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중국에서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THAAD) 보복'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는 등 나라 밖에서의 어려움도 여전하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주요 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 가까이 줄어들었다. 지난달 롯데백화점 매출은 전년대비 1.9% 감소했고, 현대백화점은 1.6% 줄었다.

    결혼·이사철인데다 미세먼지 이슈로 생활용품과 가전 부문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지만, 패션 등 전반적으로는 부진했다.

    이달 들어서는 '황금연휴'를 통해 소비심리가 살아나는 듯했지만, 매출 회복세는 여전히 답답한 상황이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연휴기간인 지난 1~6일까지 매출증가율은 2.8%였다. 그러나 1~17일로 보면 매출증가율은 1.4%로 둔화됐다. 연휴 이후 매출이 떨어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대백화점도 1~6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늘었지만, 1~17일에는 0.3%로 주저앉았다.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은 각종 할인 행사로 소비 진작에 나서고 있지만, 실적은 기대에 못 미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미세먼지 등 날씨 영향으로 방문 고객 수와 매출이 예상보다 저조했다"며 "5월 초 '황금연휴'가 소비 회복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소비심리 회복세가 아직 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규제강화가 최근 유통업계의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입지 제한과 의무 휴업 등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대형 유통업체 관련 규제가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공약에는 복합쇼핑몰과 관련,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입지 제한 △오전 0~10시 영업시간 제한 △매월 공휴일 중 2일 의무 휴무일 지정 등이 포함됐다.

    기존 백화점 형태의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성장이 한계에 다다르자 엔터테인먼트와 쇼핑을 접목한 대규모 복합쇼핑몰, 아웃렛 건립을 경쟁적으로 추진해 온 유통업체들로서는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당장 지역상권과의 갈등이 현안인 곳에서는 개장까지 더욱 험난한 길을 가게 됐다.

    롯데 상암 복합쇼핑몰의 경우 지역 상인들의 반발로 건립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갈등은 소송전으로 확대됐다. 전주에서도 종합경기장 자리에 롯데가 복합쇼핑몰을 짓는 사업을 둘러싸고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

    부천 신세계백화점도 지역 상인들의 반발과 지방자치단체 간 충돌로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당초 부천시와 신세계는 지난 12일 부천 상도 영상복합단지 부지 매매계약을 할 예정이었으나, 반대 시위 등 반발이 누그러지지 않자 체결을 미뤘다. 신세계는 사업 의지가 분명하며 협의를 계속한다는 입장이지만, 정부 정책 등이 향후 일정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광주에서도 신세계의 복합시설물 건축이 주변 상인 반발에 막혀 인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외에도 유통업계는 '월 공휴일 의무 휴업 2일'이 적용되면 막대한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시간당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 수준까지 올리겠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도 편의점 등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 역시 유통업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업계가 주시하고 있다.

    '사드 보복' 여파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도 관심사다.

    이해찬 특사의 방중을 계기로 중국의 보복성 조치가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고, 실제로 한류 제재 등이 완화되는 기류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측의 제재가 풀려도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홈페이지가 두 달여 만에 재가동되기는 했지만, 중국 롯데마트 영업정지는 여전하다. 현재 중국 롯데마트 99개 점포 중 74개는 중국 당국의 소방점검에 따른 강제 영업정지 상태이고, 13개는 자율휴업 중이다. 나머지 12개도 손님 발길이 끊겨 사실상 휴점 상태다.

    중국 당국은 자국에 진출한 롯데 계열사의 전 사업장에 대해 실시한 세무조사와 관련, 최근 세금 추징액을 통보하기도 했다. 롯데는 현재 중국에서 대형마트를 비롯해 백화점과 슈퍼까지 약 120개 유통 계열사 점포를 운영 중이다.

    중국에 진출한 지 10년이 돼가지만, 해마다 1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보고 있는데다 '사드 보복'으로 상황은 더 나빠졌다.

    롯데마트 영업정지가 끝나도 중국인들의 반한(反韓) 감정이 금방 사라지지 않으므로 매출이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마트는 이미 중국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1997년 중국에 진출한 이마트는 한 때 현지 매장이 30개에 육박했지만, 적자 누적으로 사업을 축소해 현재 6개 매장만 남은 상태다.

    국내에서는 중국의 '단체 관광 금지령'으로 타격을 받은 면세점업계가 고전 중이다.

    롯데면세점은 4월 매출이 지난해 4월보다 25% 감소했으며 이달 들어서도 비슷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가뜩이나 소비가 회복되지 않아 어려운데 새 정부에서 규제가 강화돼 영업 환경이 더 악화될까 걱정"이라며 "사드 사태가 해결되면 도움은 되겠지만, 당분간은 영향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