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롯데 압수수색 당시 정책본부 재무팀장 증인 출석당시 업무수첩 증거로 제시, 모르쇠 일관하다가 판사에 '혼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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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 총수일가 경영비리 관련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한 4차 공판에서 2016년 롯데그룹 압수수색 당시 롯데 정책본부 재무팀장의 업무수첩이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4부(부장판사 김상동)는 24일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 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씨에 대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 4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는 2016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롯데 정책본부 재무팀장으로 근무하면서 회계와 사무 파트 업무를 책임진 김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씨는 지난해 롯데 압수수색 당시에도 재무팀장으로 근무,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인물이다.


    검찰 측은 김씨의 업무수첩 내용을 바탕으로 증인심문을 진행했다. 검찰이 제시한 업무수첩은 김씨가 지난해 2월부터 6월 압수수색이 들어오기 전까지 사용한 것으로, 회의에 참석해서 들은 내용을 적어둔 수첩이다.


    검찰은 해당 수첩에 씌여진 영문 이니셜에 주목했다. 김씨는 본인의 업무수첩에 GM, CM, YM, YJ 등의 영문 이니셜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그 뜻을 묻는 검찰의 질문에 김씨는 "알고 적은 것 같지 않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전형적인 '모르쇠' 답변을 했다. 


    계속되는 부정확한 답변에 재판장이 발끈하고 나섰다. 재판장은 "기억나는 대로 말하라. 증인이 적었는데 기억이 전혀 없다면 이상하다"면서 "증인은 지금 생각을 하고 대답하는 것 같다. 어떤 대답을 생각하고 온 것 같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재판장의 호통에 김씨는 결국 "YM은 유미씨인 것 같고, 'YM 시나리오별'이라는 문구는 만약 유미씨의 주식 매매 관련 시나리오를 검토해본다는 의미에서 적어놨던 것 같다"고 실토했다.


    이어 김씨는 GM, CM에 대해서도 "GM은 신격호 총괄회장님, CM은 신동빈 회장님"이라고 설명했다.


    업무수첩에 적힌 '서미경 자금지원'의 의미에 대해 그는 "일본 롯데에서 이런 주식을 사게 되면 자금 지원이 들어가게 된다는 의미에서 검토가 이뤄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고, '해외 편법 증여, 도덕성 신뢰'라는 문구에 대해서는 "저런 이슈가 있어서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사지 못한다는 결론이었다"고 말했다.


    업무수첩의 내용과 용도에 대해 김씨는 "용도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기억력에 한계가 있고 회의가 끝나면 생소한 용어도 있어서 될 수 있으면 수첩에 많이 적어두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재무부문장이다보니 밑사람들과 소통을 해야하고, 용어도 알아야 한다. 빠른 업무파악을 위해 자세히 적었던 게 사실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신 총괄회장 변호인 측은 해당 업무수첩이 김씨가 회의 내용을 적은 것이 아니라 "김씨 스스로 생각했거나 당시 나오는 이야기들을 적어둔 것"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이끌기도 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는 신 이사장과 서미경씨만 출석했고, 항상 검은색 정장을 입고 등장했던 서씨가 이날은 밝은 회색 정장을 입고 법원에 나왔다. 또 매 공판마다 고통을 호소했던 신 이사장도 이날은 조용히 법정을 지켜봤다.

     

    다음 공판은 6월13일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