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전부터 그룹 지배, 전자 주식 역시 지배권 가져""국민연금 수익 관련, 합병 유리한 제일모직 입장 보고서 작성시 반영 안해"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17차 공판이 2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렸다. 8차 증인신문으로 진행된 이날 공판에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윤 모 팀장과 공정거래위원회 석 모 사무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들은 삼성물산 합병 및 순환출자고리 해소와 관련된 실무자들로, 특검은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된 모든 혐의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조치였다는 사실을 입증하는데 집중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특검이 주장하는 혐의들은 '실체 없는 의혹제기'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증인들의 진술을 토대로 모든 혐의가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부당하게 진행됐다는 주장에 반박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분석이 모호하고 합병 목적이 지배권 강화와 일부 대주주를 위한 결정이었다는 주장은 편협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삼성물산의 경우 합병 전부터 사실상 그룹의 지배를 받고 있었고, 합병 전·후에 물산과 물산이 보유한 전자 주식은 이미 지배권에 있었던 만큼 특검의 주장은 편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에 출석한 윤 팀장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소속으로 국민연금이 요청한 삼성물산 합병건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작성한 인물이다.

    그는 삼성물산 합병이 '사업 시너지를 제고하기 위한 전략적 측면'보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 차원'에서 이뤄진 결과라 분석했다. 때문에 국민연금에 합병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윤 팀장은 보고서에서 "시너지를 강조하는 삼성 측 설명과 달리, 논의시점부터 이사회 결의시점까지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 주주가치 재고를 충분히 고려한 결정이었는지 의문"이라며 "지배주주의 승계관련 고려가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그는 "물산 합병으로 이재용 부회장은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분 4.06%를 간접적으로 확보하게 돼 지배력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양사 경영진이 합병비율을 결정한 시점이나, 합병가액을 결정하는데 있어 모든 주주의 이익을 공정하게 고려하였는지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특히 삼성물산의 기업가치가 저평가돼 합병비율이 불리하게 산출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최종적으로 산출된 합병비율(1대 0.35)이 삼성물산의 주주가치 및 주주권익을 훼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팀장은 특검의 증인신문에서도 이같은 의견을 고집했다. 삼성물산 합병의 핵심 목적이 사업 시너지 제고보다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있다고 판단해 반대의견을 권고했다는 주장이다.

    삼성물산 이사진이 회사와 주주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아무런 시도를 하지 않았고 합병시점도 삼성물산에 불리하게 선정됐다는 것이다.

    특검은 윤 팀장의 진술에 반색을 표했다. 

    그동안 '삼성물산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이었다'는 주장을 펼쳐 온 만큼 윤 팀장의 진술은 결정적 증거라는 반응을 보였다.

    특검은 "진술과 보고서는 삼성물산 합병의 진짜 목적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강화를 위한 조치였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이 부회장은 추가 투입 자본 없이 7조6557억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지분 4.06%를 확보했고, 자신의 돈으로 상응하는 지분율을 확보하는 게 당연함에도 아무런 노력없이 의결권을 확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보고서의 전문성과 관점에 문제가 있어 공소사실을 입증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우선 
    보고서가 국민연금의 수익을 첫 번째 가치로 평가했어야 하는데 합병에 유리한 제일모직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국민연금이 갖고 있는 두 회사에 대한 보유지분과 보유비중을 반영하지 않아 '기금자산의 증식을 목적으로 행사한다'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지침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질문에 윤 팀장은 "한 쪽의 지분율에 따라 기대할 수 있는 수익과 가치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국민연금에 질의했다"면서 "만약 함께 평가하라는 지시가 없었다면, 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인정했다.

    합병비율을 산출하는데 사용된 자산가치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됐다.

    앞서 특검은 윤 팀장의 주장을 근거로 삼성물산이 최근 5년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가장 낮은 시점의 비율을 근거로 자산가치를 평가했고, EV(Enterprise Value. 기업가치)/EBITDA(Earnings Before Interest, Taxes,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 세전·이자지급전이익)를 고려할 때도 자산가치가 저평가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주가순자산비율이 다른 경쟁기업보다 월등히 낮다는 사실이 합병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면서 "양사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주가치를 높이고 사업 시너지를 발생시키기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고 항변했다.

    이어 변호인단은 "삼성물산의 영업가치를 판단한 자료를 보면, 비교 대상인 다른 기업과 달리 비영업가치를 제외하지 않아 가치가 높게 평가됐다"면서 "회사가 갖고 있지 않은 비지배지분이 포함된 이익으로 가치를 산출하면서 다른 회계법인이 내린 가치평가와 차이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합병의 목적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일뿐, 합병 시너지가 제한적이라는 진술에는 "재무 시너지가 고려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합병으로 인해 신용등급이 상승했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시너지는 평가에서 제외됐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보고서를 작성한 구조원 직원들의 전문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전결권을 갖는 윤 팀장은 기업평가 경험이 없을 뿐더러 EV/EBITDA를 산출한 회계사 역시 관련 경력이 2년에 불과해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변호인단은 "외부에 공개된 제한적인 정보를 토대로 보고서가 작성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공식 회계법인이 작성한 보고서와 차이를 보인다"며 "구조원이 이해관계가 없이 보고서를 작성했더라도 균형잡힌 시각이 부족했고, 전문성과 평가방법 적용에서도 중대한 결함을 갖고 있는 만큼, 합병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부당하게 진행됐다는 특검의 주장을 입증하는데는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특검은 오후에 출석한 공정위 석 모 사무관을 상대로 삼성물산 주식 처분이 1000만주에서 500만주로 축소된 경위를 집중 확인했다.

    특검은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공정위가 삼성물산 합병 순환출자고리 해소에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삼성이 불법 청탁으로 위원장의 최종 결재까지 나 행정효력이 발생한 사안을 뒤엎었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특검이 제기하는 주장에 대해 처분 주식이 줄어든 것은 특혜가 아닌 협의를 거친 결과인 만큼 사실과 다를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어떠한 특혜도 없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