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순환출자고리 해소' 실무자 증인신문부정한 청탁 및 청와대 개입 주장 혐의 입증 없이 종료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 열린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17차 공판이 13시간 넘게 강행됐지만 별다른 소득없이 마무리됐다. 

    삼성의 청탁을 받은 청와대 지시로 처분 주식이 축소됐다는 특검의 주장은 입증되지 않았고, 삼성물산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이었다는 대전제는 흔들렸다.

    이날 공판은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된 이슈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오전 증인으로 출석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윤 모 팀장은 삼성물산 합병을 반대한 근거를 놓고 변호인단과 설전을 벌였고, 오후 증인인 공정거래위원회 석 모 사무관은 청와대의 압력 여부와 처분 주식이 축소된 경위를 집중적으로 추궁 받았다.

    하지만 13시간의 마라톤 공판에도 불구하고 특검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아 공판은 허무하게 끝나 버렸다. 특검이 공세를 펼쳤지만 공소장에 적시된 이재용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합의를 소명할 증언이나 증거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먼저 특검은 삼성물산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절차였다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윤 모 팀장을 내세웠다. 

    윤 팀장은 국민연금이 요청한 삼성물산 합병건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작성한 인물로, 삼성물산 합병이 '사업 시너지를 제고하기 위한 전략적 측면보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 차원에서 이뤄진 결과'라 분석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특검은 윤 팀장의 보고서와 증언을 앞세워 혐의 입증에 집중했다. 윤 팀장이 '삼성물산 합병의 핵심 목적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있다고 판단해 반대의견을 권고했다'는 진술로 특검의 주장이 힘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변호인단이 반대신문을 시작하면서 분위기는 180도 변했다.

    변호인단이 전문지식을 앞세워 보고서의 오류를 잡아내자 윤 팀장의 증언은 신빙성을 잃어갔다. 급기야 재판부가 '보고서에 합병 목적을 자의적으로 판단해 기재한 이유'를 확인하자 특검의 낯빛은 어두워졌다. 

    변호인단은 윤 팀장을 상대로 합병비율을 산출하는데 사용된 자산가치 기준, 보고서의 전문성과 관점, 재무시너지 효과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했다. 

    특히 보고서가 국민연금이 갖고 있는 두 회사에 대한 보유지분과 보유비중을  반영하지 않아 '기금자산의 증식을 목적으로 행사한다'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지침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는 보고서의 첫 번째 가치는 국민연금의 수익성 확보에 있는데, 합병에 유리한 제일모직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반쪽짜리 보고서가 됐다는 지적이다.

    변호인단의 공세가 계속되자 무게는 급격히 쏠렸고, '합병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부당하게 진행됐다'는 특검의 주장은 입증되지 않은채 공판은 마무리됐다.

    오후 공판 역시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갔다. 오후 3시 시작해 밤 11시에 마무리된 공정위 석 모 사무관에 대한 신문은 다양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삼성이 청와대에 로비했고 로비를 받은 청와대가 공정위에 주식 처분 축소를 지시했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아 무의미하게 종료됐다.

    석 사무관은 삼성 관계자가 김학현 공정위 부위원장을 만난 뒤 주식 처분 공식통보가 연기됐고, 김 부위원장이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만나 보고한 사실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행정관이 500만주 처분 가능성을 질의했고, 정재찬 공정위원장이 청와대의 입장을 고려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같은 진술을 근거로 특검은 '삼성 미래전략실→청와대→공정위'로 연결되는 고리가 완성됐고, 순환출자 해소 문제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과정에서 논의된 주요 현안 중 하나였음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변호인단의 평가는 달랐다. 변호인단은 1000만주 주식 처분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결정으로, 삼성 관계자가 김 부위원장을 만난 이유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적법한 절차였다고 항변했다.

    또 석 사무관의 진술 어디에도 삼성이 부정한 청탁을 했고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다는 내용이 나오지 않는다며, 주식 처분 변경은 실무적이고 법리적인 차원에서 진행된 결과라고 강조했다.

    결국 특검이 주장하는 혐의들은 실체 없는 의혹제기일 뿐,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는 되지 못한다는 결론이다.

    한편 25일 18차 공판에는 곽세붕 공정위 상임위원이 출석한다. 당초 계획된 공정위 김 모 과장에 대한 신문은 연기됐다. 특검과 변호인단은 곽 상임위원을 상대로 500만주 주식 매각 특혜 의혹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