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호한 주택부문·부진 털어낸 해외부문… 주가도 '高高'이동걸 산은 회장 거취·부족한 재무구조… 변수될 수도
  • 서울 종로구 소재 대우건설 본사. ⓒ뉴데일리경제 DB
    ▲ 서울 종로구 소재 대우건설 본사. ⓒ뉴데일리경제 DB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대우건설이 '어닝 서프라이즈' 연간 성적을 예고, 매각작업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다만 경쟁사에 비해 여전히 부족한 재무구조와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의 거취문제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판단이다.

    25일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대우건설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2조6401억원으로, 시공능력평가순위와 같은 4위의 매출실적을 올렸다. 영업이익의 경우 현대건설 다음으로 높은 2211억원을 기록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이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이다. 지난해 1분기에 비하면 매출액은 3.2%·영업이익은 171% 늘었으며, 순이익도 1919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활발하게 분양사업을 이어온 주택과 건축 부문에서 양호한 수익성을 보였고, 해외부문도 흑자로 돌아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1분기 주택부문 매출은 9225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38.8% 늘었다. 대우건설의 평균 주택사업 원가율은 85% 안팎으로, 이익률도 좋다. 전체 매출에서 주택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1%다.

    특히 해외사업 정상화가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지난해 해외손실을 선제적으로 털어내면서 원가율이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 1분기 해외사업 원가율은 94.2%로, 최근 10개 분기 중 8번 원가율 100%를 상회한 것에 비하면 크게 개선된 것이다.

    박형렬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확정되지 않은 잠재 손실까지 처리함에 따라 이익의 가시성 확대와 실적 서프라이즈가 동시에 발생했다"며 "1분기 실적에서 주택의 고수익성과 해외 손실 감소에 따라 급격한 영업이익 성장을 나타냈다"고 판단했다.

    2분기 전망도 밝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대우건설이 올해 2분기 2200억원에서 최대 2700억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주택 부문에서 매출 증가와 준공 정산 이익으로 올해 영업이익 성장세가 꾸준할 것"이라며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해외사업도 흑자로 돌아서 2분기 영업이익이 2200억원 수준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실적회복으로 '새 주인 찾기'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주택 부문 매출이 늘어난 것도 긍정적이지만, 그동안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해외사업이 흑자로 돌아선 것이 영업이익 증가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며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대를 돌파하면 연내 매각 작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건설 역시 지난해 3분기 '감사의견 거절' 이후 2개 분기 연속 '적정' 평가를 받은 데다 실적까지 개선되면서 매각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대우건설 한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 이후 엄격한 회계감사를 거쳐 잠재손실을 모두 반영해 오히려 회계 관련 불확실성을 정리하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 국내 사업의 매출 비중을 높이고 수익성 높은 해외사업을 선별해 수주하는 등 매각에 성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대주주인 KDB밸류제6호 PEF를 보유한 KDB산업은행 측은 연초 주가가 1만3000원대까지 오르면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9000원 수준을 넘기면 M&A시장에 나오지 않겠냐는 것이 증권가 분위기다. 건설업황이 전 세계적으로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특별한 호재 없이는 1만원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우건설 주가가 계속해서 상승곡선을 그린다면 산업은행으로서도 투입한 공적자금의 조기회수를 위해 서둘러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우건설 주가는 4월13일 6780원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올라 지난 23일에는 52주 신고가 818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대우건설 매각에 걸림돌이 남아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일단 이동걸 산은 회장의 거취가 대우건설 매각 추진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동걸 회장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선거캠프에서 금융인 모임을 이끄는 등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꼽힌다. 새 정부에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채 교체될 가능성이 떠오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만큼 정부 조직을 개편하는데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이 기간 동안 이 회장이 자리는 보전할 것으로 관측된다"면서도 "이 회장의 거취가 불분명한 만큼 서둘러 매각을 추진하기보다는 새 정부의 후임자에게 공을 넘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영업성적에 비해 부진한 재무구조 개선 속도다.

    대우건설은 부채비율 327%, 유동비율 100%로 10대 건설사 중 재무안정성이 제일 불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에 비해 64.74%p 늘어난 부채비율은 10대 건설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37.7%p 줄어든 유동비율도 삼성물산(93.2%)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그러면서 지난해 1분기 1038억원이었던 재무활동현금흐름이 지난 1분기 -751억원으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473억원에서 4618억원으로 플러스(+) 전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