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시장의 복잡한 구조, 다각도로 이해하고 접근해야

[취재수첩] 정규직화 민간 확산… "급할수록 돌아가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동의하나 빠른 전개에 우려
정규직 전환 대상 직원, 피해 예상되는 중소기업 목소리 반영 필요

이보배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7.05.26 16:2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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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집무실에 설치한 일자리 상황판. ⓒ뉴시스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주요 국정과제로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공공부문은 물론 민간기업도 정규직화 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인천공항의 아웃소싱 노동자 1만명 정규직화 발표에 이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가 비정규직 인력의 정규직 전환을 예고했고, 롯데그룹 역시 3년간 1만명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유통업계, 금융업계로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 이후 임금 수준이나 비정규직 고용주의 사업 철수 등 후속 과제들이 산적해 있어 쉽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게 재계의 목소리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역시 각계의 정규직 전환 분위기를 환영하면서도 비정규직 고용 시장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기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민간기업 중에서도 정규직 전환 움직임이 많은 곳은 하청업체를 두고 있는 서비스업이 중심에 있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방문 설치/AS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두 기업이 정규직 전환을 발표하자 SK브로드밴드 하청업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LG유플러스는 협력업체는 그대로 유지하되 현재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게끔 유도하는 방안을 선택한 반면, SK브로드밴드는 자기자본을 투자해 자회사를 설립, 협력업체 직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방법을 택했기 때문.


SK브로드밴드 하청업체 대표 측은 "SK브로드밴드가 자회사를 만들어 고용하더라도 SK브로드밴드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임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동일한 수준의 간접고용"이라면서 "지금까지 협력해온 하청업체는 공중분해 되고 오히려 대기업 일감몰아주기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협력사 노동자들 역시 "'정규직'이라는 신분 자체보다는 각 회사의 사정에 맞는 임금체계 재정립 등 노동조건 개선이 더 중요하다"면서 "이중적인 임금구조를 유지하는 정규직화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영배 부회장은 "좋다, 나쁘다. 된다, 안된다 식의 이분법적 접근은 갈등만 부추길 뿐이다"면서 "회사의 특성이나 근로자의 개별적인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비정규직은 안된다는 인식은 현실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근로자는 644만4000멍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32.8%를 차지한다.


OECD 국가의 평균 비정규직 근로자가 21.9%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수치는 높은 편이다. 비정규직을 줄여야 한다는 대전제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갑작스런 업계의 움직임을 환영하기엔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기업의 일자리 창출 현황을 살피기 위해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설치하고, '대기업 비정규직 상한제'를 도입하기 위해 올 하반기 대규모 실태조사를 예고했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위로부터의 강요나 압력에 의한 비정규직 전환이라면 지난 정부의 '적폐'와 다른 점이 무엇일까.


전체 임금근로자의 32.8%나 차지하는 비정규직 문제를 쉽게 생각하면 안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조금 더 차분하게 노·사·정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들어가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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