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주의 입각, 계열사별 '자율경영' 가동 가속페달'개발-영업' 등 현업종사자 중심 마무리…"사장단 인사는 기약 없어"


  • 오너 및 그룹 콘트롤타워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의 임원인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다만 승진 대상자는 지난해의 60% 수준에 불과해 조직의 신진대사 저하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삼성에 따르면 지난 11일 삼성전자 세트부문을 시작으로 23개 계열사에 대한 부사장급 이하 승진 인사가 완료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이전과 같은 계열사 사장단에 대한 일괄 인사는 없었지만, 성과주의 원칙에 입각한 부사장급 이하 인사는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제일기획, 호텔신라, 에스원, 삼성바이오로직스 및 바이오에피스를 제외한 계열사들은 약 2주간의 시간차를 두고 임원 164명을 승진시켰다. 나머지 계열사들은 이번 주 인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성과주의 및 현장 중심 원칙이 반영됐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혁신 제품 개발, 반도체 성과 달성에 기여한 이들이 대상자로 선정됐다.

    개발, 영업, 마케팅 등 현업 종사자 우선 순위가 적용됐다. 반면 재무, 인사, 홍보 등 지원부서는 대부분 배제됐다. 

    때문에 마지막 임원인사가 있었던 2015년 12월(268명)과 비교해 60% 정도가 승진했다. 제일기획, 호텔신라 등을 포함해도 294명 수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249명) 이후 최소 규모다.

    올해 임원 인사는 시기부터 비정상적이었다. 그동안 삼성은 미래전략실이 12월 초 사장단 인사를 발표하면 3~4일 뒤 부사장급 이하의 인사를 각 계열사가 발표해 왔다. 여기에 계열사의 조직개편과 인력 및 조직을 정비하면서 한 해 농사를 시작됐다.

    하지만 올해는 5개월 이상 늦어졌다.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삼성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되면서 비상경영 체제가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월 이 부회장이 구속 기소되면서 비상상황은 현실이 됐고, 삼성은 2월 28일 미전실 해체와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 전환을 선언하며 진화에 나섰다.

    삼성은 이후 3월 1일 부장급 이하 직원에 대한 인사를 시작했고, 두 달 뒤인 5월 중순부터 부사장급 이하 인사를 단행됐다.

    하지만 사장단 인사는 기약 없는 상태다. 이 부회장의 1심 판결이 나는 8월 말 이후가 유력하지만 확정된 일정은 없다는게 삼성의 설명이다.

    사실상 올해 말이 되어야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럴 경우 사장단 인사는 1년을 건너뛰게 된다.

    삼성 관계자는 "지난해 말 실시하지 못한 인사를 더 이상 지체할 경우 조직의 신진대사가 저하될 것을 우려 이번에 인사를 실시하게 됐다"며 "사장단 인사와 관련해서는 결정된 부분이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