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이트 생산량, 초기 대비 2배로 늘려'가성비' 앞세워 젊은층에 인기하이트진로 "가정 채널 공략해 하이트·맥스와 함께 여름 성수기 시장 대비"
  • ▲ 발포주 '필라이트'. ⓒ하이트진로
    ▲ 발포주 '필라이트'. ⓒ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가 국내 최초로 선보인 발포주 '필라이트'를 앞세워 반등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주류산업이 침체기에 빠지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한데다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 논란, 희망퇴직 실시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주가 또한 내리막길을 걸어왔지만 올해 '필라이트'가 구원투수로 떠올랐다. 

1일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지난 4월 25일 출시한 '필라이트'는 출시 20일 만에 6만 상자(
(1상자=355㎖×24캔)가 완판된 이후 최근 생산량을 2배로 늘리면서 공급량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트진로 관계자는 "필라이트를 출시한지 40일이 채 지나지 않은 현재까지 총 18만 상자, 약 45만캔 가량이 출고됐다"며 "마트와 슈퍼, 편의점 등 가정용 채널로만 제품이 나가고 있는데 시장 반응이 예상치를 뛰어넘을 정도로 좋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에서 물량 부족 현상이 심해 최대한 공급하고 있는데 입소문을 타면서 제품 판매에 가속도가 붙은 것 같다"며 "가성비를 중시하는 20대 초반 고객과 깔끔하고 풍부한 풍미를 선호하는 젊은 여성 고객들 사이에서 가장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하이트진로는 아직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맥주 성수기가 도래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 앞으로 '필라이트' 판매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필라이트'는
알코올 도수는 4.5도, 100% 아로마호프를 사용하고 맥아와 국내산 보리를 사용해 맛은 맥주와 비슷하지만 가격은 기존 맥주보다 40% 이상 저렴하다는 강점을 갖췄다.

가정용 채널 맥주 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수입맥주 가격이 보통 1만원에 4~5캔인 것에 비해 '필라이트'는 1만원에 12캔을 살 수 있다.

주력 제품인 '하이트' 생산량에 비하면 아직 '필라이트' 생산량은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하이트진로 한정판 맥주 제품인 '맥스 스페셜 호프'를 6만 상자 출고하면 판매 기간이 보통 3개월 걸리는 것에 비해 '필라이트'는 20여일에 불과해 '대박' 상품으로 등극했다.  

경쟁사인 오비맥주와 롯데주류는 '필라이트'의 선전에 긴장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대표 제품인 '카스' 외에 올해 신제품 출시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롯데주류는 비슷한 시기에
신제품 '피츠 수퍼클리어'를 선보인 만큼 '필라이트'의 흥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필라이트는 맥주가 아닌 발포주라는 신개념 카테고리이기 때문에 다른 맥주 브랜드들이 경쟁 브랜드로 보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그러나 일반 소비자들은 발포주가 아닌 값 싼 맥주로만 인식하기 때문에 타사 입장에서는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롯데주류는 비슷한 시기에 신제품으로 경쟁을 해야하는 입장이다 보니 필라이트보다 잘 돼야 한다는 부담과 압박이 상당할 것"이라며 "필라이트는 가성비라는 확실한 무기가 있기 때문에 이를 넘어서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 발포주 '필라이트'. ⓒ하이트진로
    ▲ 발포주 '필라이트'. ⓒ하이트진로


  •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필라이트는 단순히 값을 싸게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춘게 아니라 기존 맥주제조공법에 맥아 등 원료비중을 달리해 원가를 낮추면서도 품질은 동일하게 유지해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제품"이라며 "이미 일본시장에 2001년부터 발포주를 수출해 온 경험과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맛과 품질에는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발포주는 맥주와 얼마나 비슷한 맛과 품질을 내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며 "발포주 제조 기술이 없는 업체가 이 기술력을 구현하려면 1~2년 단기간 내에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필라이트'가 단순히 값 싼 맥주라는 이미지로만 자리잡게 되면 반짝 인기로 금세 시들 것을 우려하는 시장 평가도 있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 측은 "마트에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시음 행사를 진행한 결과 필라이트를 맛 본 고객의 40% 이상이 제품을 구매했다"며 "맛이 없으면 아무리 싸도 소비자들은 철저히 제품을 외면한다. 필라이트는 저렴한 가격도 강점이지만 그를 뛰어넘는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소구점"이라고 강조했다.

    '필라이트'가 하이트진로의 대표 맥주 제품인 '하이트'와 '맥스' 고객층을 분산시키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우려도 일축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필라이트는 가정 채널로만 유통을 하고 있고 가성비를 앞세운 제품이기 때문에 하이트나 맥스와는 타깃층이 다르다"며 "각기 다른 마케팅 전략으로 올 여름 성수기 시장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도 매주 '필라이트' 판매량을 직접 체크하는 등 큰 관심을 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하향세를 거듭하던 하이트진로 주가도 올 1분기를 지나면서 상향 안정세에 접어들고 때이른 무더위와 맥주 성수기 수혜로 2분기에 안정적 성장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1일 하이트진로 주가는 주당 2만3850원으로 마감했다. 증권업계는 목표주가를 3만원으로 상향조정하는 등 시장 전망도 밝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3월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퇴직위로금으로 약 548억원을 지급해 올 1분기 27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2분기 부터는 분기 평균 100억원 수준의 인건비 절감효과도 기대된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2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은 0.4% 증가한 5026억원, 영업이익은 28.6% 개선된 35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답변 자료에서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징금을 높이겠다고 답변하면서 그 첫 대상이 하이트진로와 한화그룹이 될 것으로 예상돼 이는 부담으로 남아 있다. 

    공정위가 일감 몰아주기 사례로 지목한 
    하이트진로그룹 계열사 서영이앤티는 맥주 냉각기를 제조해 판매하는 회사로, 박재홍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 박태영 전무가 지분 58.44%, 박재홍 회장이 21.62%, 차남 박문덕씨가 14.69%, 박재홍 회장의 형 박문효씨가 5.16%를 차지해 총수일가 지분율이 99.1%에 달한다. 이 회사는 지난 2014년 기준 전체 매출액의 40.1%인 203억원을 내부거래로 창출한 것으로 밝혀져 공정위는 내부 거래를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