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로직스 관련 '환경부' 사무관 증인신문서 靑 개입 주장"제약업계 공통 요구사안일 뿐…상급기관 '압력-지시' 없었다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23차 공판이 2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렸다. 오전 공판에는 환경부 자연생태정책과에서 근무하는 김 모 사무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김 사무관은 환경부가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대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제외한 당시 환경부 화학물질정책과에서 실무를 담당했던 인물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제정된 화평법은 2015년 1월 1일 시행됐다. 화평법은 '화학물질의 등록, 화학물질 및 유해화학물질 함유제품의 유해성·위해성에 관한 심사·평가, 유해화학물질 지정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생산·활용하도록 함으로써 국민건강 및 환경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화평법에 따르면 신규화학물질이나 연간 1톤 이상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하려는 자는 미리 등록해야 한다. 또 환경부장관이 지정·고시한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제조·수입이 1톤 미만이더라도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화평법 시행으로 이중규제 논란이 불거졌다. 약사법 규제를 받는 바이오업계가 원료물질이 약사법과 화평법을 동시에 적용받아 시간과 비용이 추가로 소요된다고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실제 화평법이 적용될 경우 3~6개월의 시간과 수 십억원의 비용이 발생해 업계엔 큰 부담이 된다.

    식약처는 화평법 소관기관인 환경부에 문의했다. 원료의약품제조용 원료물질을 적용 대상으로 보는 것은 이중규제에 해당해 제외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화평법보다 까다로운 약사법을 적용하고 있는 만큼 제외돼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문의를 받은 환경부는 신중한 논의를 거쳤다. 국립환경과학원에 검토를 의뢰했고 해외사례와 전문가들의 의견도 들었다. 환경부는 6개월의 논의를 거쳐 2015년 12월 화평법 제외 의견을 최종 전달했다. 해외에서도 의약품과 원료물질에 대한 등록은 제외된다는 사실이 결정에 중요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특검은 이같은 과정에서 청와대와 삼성의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 차례에 걸쳐 바이오 사업에 대한 규제완화와 애로해소를 지시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김태환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식약처장 등이 참석한 포럼 등에서 첨단 의학사업에 대한 법인세 완화 등을 주장한 것도 로비의 정황이라 지적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을 방문한 것도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특검은 이와 함께 적자를 기록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정부의 특혜로 상장할 수 있었다는 주장도 펼쳤다. 호재를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 문제 삼았다.

    변호인단은 특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실무자인 김 사무관의 진술을 토대로 삼성이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사실은 입증되지 않았고,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삼성의 로비 정황으로 보는 건 무리가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실제 김 사무관은 특검 조사 전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라는 회사를 알지도 못했고, 청와대를 포함한 상급기관의 압력과 지시가 없었다고 진술하며 변호인단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는 "화평법 제외 과정에서 삼성이 대통령에게 민원을 제기했고, 대통령이 안종범 전 수석에게 지시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다"며 "어떤 청탁이나 압력은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화평법 업무를 하면서 상관이나 다른사람으로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이름 조차 듣지 못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환경부와 식약처의 유권해석으로 혜택을 본 기업이 어디인지 모른다. 식약처 역시 같을거라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변호인단 역시 "화평법 배제 조항으로 혜택을 본 업체는 SK플라즈마, 대한제당, 녹십자 등 다수 원료의약품 제조업체와 바이오의약품 제조사가 포함됐다"며 "화평법 적용제외는 제약업계의 공통된 요구사항으로 식약처가 공통된 민원의 타당성을 판단해 환경부와 협의해 결정한 사안"이라 맞섰다.

    한편 오후 공판에는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위원장은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위한 주식처분 규모와 관련해 삼성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과 변호인단은 정 위원장을 상대로 삼성의 주식 처분 규모가 900만에서 500만주로 축소된 경위와 이 과정에서 청와대나 삼성의 압력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