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변동 가능성’ 명시에 ‘불공정’ 시정명령은행·보험엔 있는 증권사 표준 약관도 없어
  • 공정거래위원회의 '예금거래 기본약관' 내용 일부. '은행이 정한 이율로 셈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
    ▲ 공정거래위원회의 '예금거래 기본약관' 내용 일부. '은행이 정한 이율로 셈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

    증권사의 고객용 가입약관 심사가 자의적인 기준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일부 증권사 약관에 대해 ‘불공정 무효’라며 시정조치를 내렸다. 문제는 이와 유사한 조항이 공정위의 표준 약관에서도 발견되는 등 기준이 다소 자의적이라는 지적이다.

    증권사를 비롯한 각 금융기관의 약관은 먼저 금투협이 심사한 후 공정위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표준 약관에 근거해 수정할 사항을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고객의 입장에서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 발견되면 무효가 된다. 이를 금투협이 각 금융사에 통보해 최종 수정토록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한 증권사 직원은 “공정위가 약관 조문을 바꾸라고 해서 수정했고 최종 확인을 받았는데 수년이 지나서 해당 부분이 ‘불공정무효’ 조문이라며 다시 바꾸라고 명령을 내린 적이 있다”며 “문제는 해당 내용이 공정위가 가지고 있는 표준약관에도 동일한 내용이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공정위 표준 약관에 동일한 내용이 있다고 하면 공정위 측은 표준 약관을 고칠 테니 일단 약관을 수정하라고 한다”며 “공정위의 지침을 모두 따르고 시정하고 있지만 무조건 불공정 무효라고 하기엔 지나친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예를 들면 증권사 상품 약관에 ‘회사가 정하는 수수료’라고 명시된 부분에 대해서 공정위는 임의적인 표현이기 때문에 무효라고 판단했다는 것. 하지만 대부분 상품의 수수료는 이미 정해져 있고 각 증권사 홈페이지 등에 명시돼 있어 고객이 손해를 볼 가능성이 낮다는 게 증권사들의 입장이다.

    또 금리 변동에 따라 이자가 수시로 변하는 상품의 약관에서 이자가 변동될 수 있다는 조건을 명시한 조항에 대해서도 공정위는 시정 명령을 내렸다는 것이다. 수시로 이자가 변동되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공정위가 지난해 홈페이지에 게재한 ‘예금거래 기본 약관’에도 ‘은행이 정한 이율에 따라 이자를 지급한다’는 항목이 명시돼 있다. 해당 약관은 은행 약관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 증권사 약관을 심사할 때도 이를 참고로 한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계좌는 단지 고객의 돈을 보관하는 것으로 은행 예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약관이 고객 권리의무에 영향을 주지 않는 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공정위가 가지고 있는 표준약관 중에는 금융투자사를 대상으로 한 것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공정위 관계자는 “금융투자사 표준약관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아 증권사 약관 심의 시에는 관련 법률을 기반으로 심사하며 상황에 따라 여신거래, 예금거래 등 은행용 기본약관을 참고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또 “일부 표준약관의 경우 제정된 지 오래 돼 현재의 기준으로는 다소 부당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공정위 기본약관에 있는 내용은 불공정무효로 판단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