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현장엔 삼성 끼어들 자리도, 이유도 없어"

[취재수첩] 산업부 기자들이 이재용 재판정에 출근하는 이유

"미디어 오늘, '삼성 요구 받은 데스크 지시' 비판 기사 논란"
"새벽까지 현장 지키며 정보 전달…전체 매도 말아야"

윤진우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7.06.05 00: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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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1차 공판이 열린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법. 삼성그룹을 출입하는 산업부 기자들 사이에 불만의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 나왔다. 언론 비평지 '미디어 오늘'의 <이재용 재판에 가면 '그들'이 있다> 기사 때문이다.

해당 기사는 두 달 간 이어져 온 이재용 재판 현장에서 방청객의 심정부터 재판부·검사·변호인의 노고까지 다양한 모습들을 담아냈다.

'가방으로 대기 자리를 맡아 놔 십수개 가방이 일렬로 정렬되는 풍경도 자주 볼 수 있다', '자정을 막 넘긴 시각, 법원 직원들까지 고개를 푹 숙이거나 하품을 참지 못하며 피곤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등의 내용은 일부 기자들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각 언론사 산업부 기자들의 공분을 산 이유는 아래 대목 때문이다.

기사는 "데스크가 '삼성에서 산업부 취재를 요구한다' 하더라"며 삼성에서 각 매체에 취재를 요구했고, 이에 따라 데스크가 (산업부 기자들의) 취재를 지시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담고 있다.

법조팀이나 사회부 기자들이 아닌 산업부 기자들이 사건 취재에 몰려드는 이유를 '삼성의 요구를 받은 데스크의 지시 때문'으로 단정지었다.

주장의 근거로 내세운 것은 '수익 때문에 산업부에서 재판을 취재하고 있다'는 한 법조팀 기자의 주장이 유일했다. 일부 법조기자의 주장을 듣고서 전체 산업부 기자들을 매도한 셈이다.

특검에게 증거가 없다는 논조를 보인 기사들의 제목을 인용하며 비꼬는 모습도 서슴치 않았다. 이를 이유로 현장에서 일부 항의도 빚어졌고, 직접 취재하며 공을 들인 기사를 '삼성의 요구와 수익'에 따른 결과물로 매도했다는 데 분개하기도 했다.

서초동으로 매일 출근하는 산업부 기자들은 출입처의 가장 큰 현안인 '이재용 재판'을 챙기는 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무관심한 것이 업무 방조 아니냐는데 입을 모았다.

재계를 출입하는 기자들이 재판에 매달리는 사례는 늘상 있어 왔다. 오너리스크를 원인으로 한 사건이 터지면 산업부 기자들은 법조팀 기자와는 별개로 법정 취재에 뛰어든다.

현재 법원에 출입하는 산업부 기자들은 데스크와 충분한 상의 끝에 취재에 임하고 있다. 함께 재판을 취재중인 사내 법조팀과도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기사를 작성한다.

주 3회 강행군으로 진행되는 재판에는 10명 안팎의 산업부 기자들이 거의 매일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 대한민국 최대 기업 오너의 재판인 만큼 아침 일찍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현장을 지키고 있다. 독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겠다는 사명감과 부담감 역시 크게 작용한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는 삼성이 끼어들 자리도, 이유도 없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대부분의 산업부 기자는 "삼성이 기사에 개입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그들은 단지 취재원일 뿐 기사 내용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긋는다. 고된 법정 취재를 '청탁'을 받은 것으로 낙인찍고, '마케팅용' 기사 로 비하하는데 분개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산업부 기자들이 이 부회장 재판을 취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특검과 피고인 양측의 주장을 모두 충실히 듣고 전달하기 위해서다.

재판은 '분쟁이 발생했을 때 법원이 객관적인 입장에서 공정하게 법을 적용, 옳고 그름을 밝히는 과정'이다. 특검은 자신들이 제기한 혐의를 입증해야할 책임이 있고, 피고인은 방어권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언론 보도 역시 마찬가지다. 일방적인 주장으로 전체를 매도하지 않기 위해 '반론'이란게 있다. 최소한 매일 출근한다고 지적한 매체의 기자에게 반론할 기회를 줬어야 했다.

'최소한 말이라도 섞어 보고 기사를 써야 하는 거 아니냐'는 울분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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