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경유차 배출가스 문제 심각"… 국토부 "폐해 없고 연료 규제 형평성도"
  • ▲ 택시.ⓒ연합뉴스
    ▲ 택시.ⓒ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연료 다변화를 위해 도입한 경유택시가 유명무실한 가운데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폐지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9일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경유택시 도입과 관련해 유가보조금 지급 신청이 접수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경유택시로 신규 등록하거나 기존 차량을 경유택시로 전환한 사례가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경유를 연료로 쓰는 기존 카니발 차량 등 대형택시(콜밴) 771대에 대한 보조금은 제외됐다.

    국토부는 지난 2015년 9월부터 경유택시를 도입했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다. 2012년 당시 택시 연료로 많이 쓰는 LPG(액화석유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택시 연료 다변화를 추진한다는 명분이었다.

    국토부는 연간 경유택시 1만대를 대상으로 화물차나 버스 수준(ℓ당 345.54원)의 유가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었다. 다만 적용 차량이 친환경 배기가스 기준인 유로(EURO)-6을 충족해야 하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LPG 값이 떨어지면서 시장 수요는 사그라들었다. 지난해 2월 현재 등록택시 25만4521대 중 LPG 택시는 25만2921대로 전체의 99.37%를 차지했다.

    경유택시를 운행하고 싶어도 구매할 차량이 없는 것도 맹점이다. 여기에는 환경부가 도입 당시 대기오염 가중을 이유로 배출가스 관련 규제를 강화한 것도 한몫했다.

    경유택시는 배출가스 관련 부품의 보증기간이 19만2000㎞다. 16만㎞인 일반 경유차보다 기준이 강화됐다. 제조사 부담이 커진 셈이다.

    지금까지 유로-6 기준과 환경부의 부품 보증기간 기준 모두를 만족해 인증을 받은 완성차 업체는 한 곳도 없다.

    환경단체는 유명무실한 경유택시 도입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세걸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미세먼지 대책이 지난 대선에서 모든 후보의 주요 공약이었고 새 정부의 핵심정책인 점을 고려하면 유명무실한 경유택시 정책은 빨리 폐지해야 한다"며 "도입할 명분이 없고 실적도 없어 아무런 의미 없는 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 사무처장은 "앞으로 질소산화물(NOx) 도로인증기준이 도입되면 경유차량은 설 자리가 더 좁아질 것"이라며 "NOx는 오존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관리대상 오염물질인 만큼 정책 목표 재설정을 위해서라도 정리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이 사무처장은 "무엇보다 연료원으로서 경유가 갖는 근본적인 문제가 적지 않다"며 "대부분 대기환경 전문가는 경유 성분 중 위험성이 확인되지 않은 물질이 많아 친환경 차량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동안 미세먼지 저감 대책이 공장 굴뚝이나 차량 배기가스 등 1차 배출물 위주로 이뤄졌으나 배출 후 공기 중에서 생성되는 2차 물질이 더 심각한 문제"라며 "이런 응축성 미세먼지(CPM)는 초미세먼지인 입자 지름 2.5㎛(마이크로미터)보다 작아 여과지에 걸러지지도 않는다. 자동차 배기가스가 주 배출원이다"고 부연했다.

    과학적으로 친환경 차량 기술이 보완돼도 경유 연료가 갖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연료 다변화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견해다.

    국토부는 현재로선 경유택시 폐지를 논의하고 있지 않다는 태도다.

    예산 낭비 사례 등 정책 도입으로 말미암은 폐해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을 폐지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는 의견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경유택시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게 아니므로 제도를 없앤다고 미세먼지 문제가 개선되는 게 아니다"며 "유가보조금 지원과 관련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므로 특별히 정책을 없애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택시 연료에 대해 어떤 것은 되고, 어떤 것은 안 된다는 규제도 없다"면서 "가령 서울시처럼 보조금을 주고서 경유버스를 CNG 버스로 교체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