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 '병사'→'외인사'로 정정…"사회적 논란 일으켜 송구""원인이 물대표인지는 알 수 없어…정치적 판단 결코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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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병원이 그간 사회적 논란이 됐던 고(故) 백남기 씨 사인을 당초 '병사'에서 '외인사'로 정정했다. 오랜기간 상심이 컸을 유족들에게 위로와 안타까움을, 국민들에게는 송구함을 전하며 고개를 숙였다.


    서울대병원은 15일 오후 2시 어린이병원1층 소아임상 제2강의실에서 병원 윤리위원회의 사망 원인 변경 결정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서창석 병원장을 대신해 기자회견에 나선 김연수 진료부원장은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과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면서 "국민 여러분께도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번 수정은 사망진단서를 직접 작성한 신경외과 전공의 K씨가 병원 의료윤리위원회(위원장 김연수)의 수정권고를 받아들임에 따라 이루어졌다.


    사망의 종류는 기존 병사에서 외인사로, 선행 사인은 급성경막하 출혈에서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수정했다.


    외부 충격에 의해 뇌막과 뇌사이 혈관이 파열되는 것이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피가 고여 뇌압이 올라가게 되면 정상적인 생존이 불가능해진다.


    이날 아침 김연수 부원장은 유족들과 만나 병원 측 결정을 전했으며, 유족 측도 병원 측의 치료와 진단서 수정 결정에 감사를 표했다는 설명이다.


    서울대병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망진단서 수정 결정 시점을 두고, 정치적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정권 교체와 더불어 지난 14일 감사원의 급작스러운 서울대병원 감사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


    지난해 9월 사망진단서 논란이 커지자 이를 논의하기 위한 병원 자체 특별위원회를 꾸렸지만 진단서 수정 등 강제성을 띠지 않아 한계가 있었고, 올해 1월 유족 측이 사망진단서 수정과 위자료를 청구하는 법적 소송을 제기하면서 병원 윤리위원회를 통해 논의를 본격화할 수 있었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김 부원장은 "작년에 특위를 꾸릴 때나 지금이나 병원의 기본입장은 진단서 작성 지침과 다르게 작성된 진단서를 수정할 것을 권고한다는 것"이라면서 "지난 1월부터 지속적인 논의를 해온 결과 행정적인 절차상 6개월이 소요된 것이지 정치상황 변화 때문에 서울대병원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진단서 수정과 관련해 고려한 원칙은 전공의 보호였다"면서 "의료의 도제식 교육 특성상 지도교수와 전공의가 함께하는 시간동안 이를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잠시 논의를 중단했다가 지난 4월 해당 전공의의 교육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 속개해 어제와 같은 결과를 냈다"고도 했다.


    백 씨의 사인이 구체적으로 물대포에 의한 외상성경막하출혈로 판단하는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서울대학교 법의학교실 이순덕 교수는 "법률적 절차를 진행 중인 사안이라 외인사 내 구체적인 사인 규정은 법적 절차를 지켜보는 게 낫겠다고 판단해 공란으로 뒀다"고 말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서울대병원은 의사 개인적 판단이 집단의 합의 수준과 다를 때 이를 논의할 수 있는 기구인 '서울대병원 의사 직업윤리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


    김 부원장은 "지난 11월 중순 부원장에 부임하면서 진단서 수정도 수정이지만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지난 1월부터 선험국 사례를 조사해 자체적으로 위원회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외압 논란이 있었던 서창석 병원장이 직접 입장과 사과의 뜻은 밝히지 않고있다는 점에 대해서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김 부원장은 "오늘 기자회견은 설명회 성격"이라면서 "진료를 총괄하는 부원장이자 병원 윤리위원회 위원장 자격인 제가 회견에 나오는 것이 적합하다는 판단을 했다. 병원장의 사과는 제가 언급할 부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서창석 원장과 백선하 주치의의 향후 거취 문제에도 관심이 쏠렸지만 직접적인 답변은 피했다.


    김 부원장은 "이번 위원회 결정만으로 그간 서울대병원이 잃은 신뢰를 단번에 회복할 순 없겠지만 신뢰 관계를 쌓을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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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이날 서울대병원 노조 등은 기자회견장 앞에서 "의료적폐를 청산하고 서울대병원을 바로잡으라"는 구호를 외치며 서창석 원장과 백선하 교수 파면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