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 측 의료법인 설립 전제로 933억원 규모 토지 출현 등금천구 숙원사업·서남부권 의료수요… 사업성 맞아떨어진 듯
  • ▲ 서울 중구 소재 부영빌딩. ⓒ뉴데일리경제 DB
    ▲ 서울 중구 소재 부영빌딩. ⓒ뉴데일리경제 DB


    서울에서 얼마 남지 않은 금싸라기 땅으로 꼽히는 금천구 시흥동 일대 병원부지(옛 대한전선 부지) 개발사업이 다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금천구의 최대 숙원사업 중 하나인 대형종합병원 건립과 부영의 부지 개발에 따른 사업성이 맞아떨어지면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부영그룹 계열사인 부영주택은 의료법인 우정의료재단 설립을 전제로 933억원 규모의 대한전선 부지를 증여한다고 최근 공시했다. 또 다른 계열사인 동광주택도 우정의료재단에 건축비 및 의료기구 구입, 운영비용을 목적으로 450억원을 증여하기로 했다.

    앞서 2012년 부영은 대한전선의 옛 공장부지 8만여㎡를 1250억원에 사들였다. 부영이 매입하기 전부터 종합병원 유치가 숙원사업이었던 금천구는 부지 일부에 병원을 짓는 조건으로 개발하도록 부영에 제안했다. 이에 부영은 부지 개발을 위해 병원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됐다.

    하지만 병원 건립 계획이 꼬이면서 개발사업이 10년 넘게 정체됐다. 부영은 전남에 있는 서남대를 인수한 뒤 서울에 의대 부속병원을 건립하려고 했다. 하지만 절차상 하자 등 자격요건 미달이라는 결론이 나오면서 대학 인수를 포기했고, 의대 병원 건립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높은 땅값으로 대학종합병원 등 대형종합병원 유치에도 실패했다. 당시 서울백병원 등은 이곳에 들어오려고 사업성 검토를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땅값에 대한 이견으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부영 측은 서울백병원과의 협의에서 3.3㎡당 1400만원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영의 부지 인수가격은 3.3㎡당 530만원이었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일부 지역의 경우 부지를 무상 제공하는 조건으로 병원 건립을 원하기도 해 높은 가격을 투입하면서까지 무리하게 병원을 이전·신축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이 병원부지 개발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부영은 최근 수도권 서남부 지역의 병원 수요가 늘고 있어 조기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데다 일부 부지에 개발하는 주거 단지의 사업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금천구는 가산디지털단지, 구로디지털단지와 인접해 있는 광역교통의 요충지로, 대형건설사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지역이다. 또 수도권 서남부권 주민들이 3차 진료를 위해 인근 구로 고대병원이나 영등포 가톨릭성모병원, 목동 이대병원 등 '원정 진료'를 받으러 가는 불편함을 겪고 있어 대형종합병원에 대한 수요도 꾸준하다.

    부영 측은 "이번 의료재단 설립은 지역민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공급하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병원부지 외 주택부지 개발에 대해서는 가산·구로디지털단지 등 교통 요충지로서 사업성이 충분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