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개인당 4000만원+회사 4000만원으로 지분참여 추진대주주 적격성 승인 심사 통과 안되면 계약금 10%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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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증권 노조가 그룹이 추진하는 SK증권 지분 매각에 우리사주조합으로 참여를 추진하다가 철회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당초 김신 SK증권 사장이 종업원지주(MBO) 인수를 검토했지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모펀드 인수 등의 다른 방향을 지시하면서 동력을 잃은 것으로 해석된다.

    19일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SK증권 노조는 최근 경기대 신범철 교수 등과 우리사주조합 형태의 인수 참여를 논의했지만, 며칠만에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SK증권 노조는 직원들이 개인당 8000만원(개인 4000만원 투자, 회사 4000만원 지원)으로 참여, 우리사주조합이 SK증권 지분 10%를 인수하는 것을 추진했다.

    SK(주)가 이번에 제한적 공개입찰을 통해 매각하려는 SK증권의 보유지분은 3201만1720주(10%) 전량이다. 지난 16일 장 마감기준으로 SK증권의 주가는 주당 1770원이다. 공개입찰을 발표하기 일주일전에 비해 주당 500원 가량 급등했다.


    주당 인수가격을 1770원으로 책정하고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도 600억원 가량이면 인수 참여가 가능할 것으로 본 것이다. 3월 말 기준으로 SK증권 직원수는 754명이다. 이들이 회사 지원 포함해 8000만원씩 지분 인수에 참여하면 6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사주조합은 SK증권 지분을 2.72%(880만3909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회사가 개인당 4000만원을 지원해 줄 수 있느냐는 점이다. 노조는 미래에 받을 성과급을 직원들이 미리 받는 구조로 추진하려했지만, 사측이 허용하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된다.


    또 회사가 지원을 약속했다고 하더라도 직원들이 각자 4000만원을 마련하기가 녹록치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가계 살림이 빠듯한 상황에서 현금을 그만큼 보유하고 있는 직원들도 거의 없을테고, 대출 등 빚을 내서 투자해야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금융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하면 계약금(10%)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점도 큰 부담이 됐을 것으로 풀이된다. 직원들 각자 400만원을 손해보는 상황인데 누가 책임질 수도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극비리에 추진하던 이번 입찰 참여 계획이 외부에 정보가 새면서 더 이상 추진이 힘들었을 것이라는 전언도 있다. 사측 및 내부와의 의견 조율이 미흡했던 상황에서 적잖은 부담이 됐다는 얘기다.  

    한편, SK그룹은 지난 8일 SK증권의 공개 매각을 추진하기 위해 매각 주간사로 삼정 KPMG를 선정했다. SK그룹은 직원들의 고용 안정과 회사를 지속가능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지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고, 매각 대상을 선정할 계획이다. 데드라인(8월) 안에 매각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시한을 넘기더라도 적합한 대상에 SK증권을 넘기겠다는 방침이다.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출범 당시 SK증권 처분을 미뤄온 SK는 2012년 SK네트웍스가 지주 밖 계열사인 SK C&C에 지분을 10%를 넘기며 상황을 무마했다. 이후 2015년 SK와 SK C&C가 합병하면서 SK증권은 다시 지주회사인 SK의 자회사가 됐고, 일반지주회사가 금융자회사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한 공정거래법에 따라 오는 8월까지 SK증권 지분 10%를 처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