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노인 독감접종 지원사업, 민간 병의원 참여 시범사업 참여기간 예년 수준 결정"사업 말미 노인 의료이용 혼란 가능성" VS"질·접근성 훨씬 좋아…경제논리로 국민편익 무시"
  • ▲ 정부가 노인 독감 국가예방접종을 시행하면서 보건소의 밥그릇을 챙겨주고자, 의료 접근성과 서비스 질이 높은 병·의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간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질병관리본부
    ▲ 정부가 노인 독감 국가예방접종을 시행하면서 보건소의 밥그릇을 챙겨주고자, 의료 접근성과 서비스 질이 높은 병·의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간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질병관리본부


    정부가 시행중인 노인 독감 국가예방접종(NIP)사업이 보건소 밥그릇만 챙겨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질병관리본부와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2017~2018절기 노인독감 국가예방접종(NIP) 지원사업이 예년과 같은 기간 수준인 10월12일~11월15일까지로 결정됐다.


    노인 독감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은 만 65세이상 노인들에 대해 일정기간 사업기간을 두고 무료로 접종을 해주는 사업이다.


    기존에는 각 지역 보건소에서만 무료 접종이 가능했지만 지난 2015년부터 병·의원 등 민간 의료기관들도 해당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사업 참여를 원하는 민간 의료기관은 각 지역 보건소와 위탁계약을 맺고 일정량의 백신을 공급받아 대상 노인에게 접종해주면 이에 따른 수가를 지급받고 있다.


    사업기간은 매년 의료계와 질병관리본부 등이 논의를 통해 결정하고 있다. 올해에는 전년과 같은 수준인 10월 12일(만65세 기준)~11월 15일로 정해졌다. 이후에는 백신 소진 시까지 보건소에서만 접종이 가능하다.

    그간 의료계는 민간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것이 환자들에게 더 혜택이 있다는 점에서 사업기간을 연장해줄 것을 요구해왔지만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건소는 전국 255곳에 불과하지만 노인백신 접종 대상자는 600만명이 넘는다. 때문에 백신 접종 시기가 되면 보건소 앞에 노인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노인들이 백신 접종 후 탈진 등 부작용으로 사망하는 사례도 해마다 발생했다.

    민간 참여로 두드러지게 나타난 장점은 접근성과 의료 서비스 질 향상이다. 의료 접근성이 높아지자 장사진을 이룬 이같은 풍경과 부작용도 개선됐다.


    실제 지난 2016년절기(2017년 2월 기준) 노인백신 접종은 517만7286건 중 사업에 참여한 민간 의료기관 1만7331곳에서 소진된 건수는 480만2749건이다. 전체 백신의 80%가 넘는 물량이 병·의원에서 소진된 것이다. 실행 첫해에는 보건소에서만 할 때보다 접종 인구도 73만명 늘었다.


    의료 접근성뿐 아니라 서비스 질에서도 마찬가지다. 백신 접종의 경우 일반 주사와 달리 합병증 위험 때문에 민간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직접하고 있다. 과거에는 간호사가 주사했지만 점차 국민 인식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바뀐 것.


    반대로 보건소는 간호직 공무원들이 이를 도맡아 하고 있다. 급성이상반응으로 의료기관에서 30분이상 머무르게 하는 등 환자 관리가 필요하지만, 보건소 인력 문제 등으로 적절한 의료서비스가 행해지는가에 대해서는 의료계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민간 의료기관과 보건소 간 환자 의료혜택 격차가 분명한데도, 사업 기간은 여전히 예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의료계는 보건소의 밥그릇 뺏기기 우려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보건소보다 민간 의료기관의 의료질이 훨씬 높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자명한 현실"이라면서 "그동안 보건소에서 행해지던 의료서비스에 민간이 참여하면서 자기 영역을 빼앗긴다는 인식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민간과 공공 간 사업 참여 기간 차이를 두는 나름의 이유도 있다.


    사업기간 초기 3주간 백신접종의 80%가 이뤄지고 있는데다 사업 말미 의료기관 간 백신 잔여수량 차이로 도리어 노인들이 불편을 겪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것.


    질본 예방접종관리과 관계자는 "오히려 노인들이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아다니면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방지하기 위해서지 보건소에게 혜택을 주려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료계는 환자들이 받아야 할 의료적 편익보다 경제 논리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질본에서 자체 조사한 동네 병의원 백신접종에 대한 노인 만족도는 94%에 달했다"면서 "더 많은 백신을 의료기관에 공급하면 되는 것인데 그런 경제적 계산 때문에 환자들이 받을 수 있는 효익은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